[네이버 독점 대해부]④ 쿠팡은 수조원 투자했는데...1위 네이버는 어떻게?

이은주 기자
입력 2021.10.18 06:00
네이버 자기사업 우대, 과징금 3조원 받은 구글 행위와 다르지 않아
미국, 유럽은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제화하는데 한국은 고작 심사지침 반영만 추진중

"쿠팡의 최대 경쟁상대가 누구인지 아느냐. 11번가, G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일까? 롯데, 신세계 등 유통업체일까? 아니다. 네이버다."

최근 쿠팡의 한 임원으로부터 들은 말이다.

2020년 기준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시장점유율 1위는 네이버가 차지하고 있다. 2016년에만 해도 옥션과 G마켓을 보유한 이베이코리아가 18%로 1위였다. 2위는 SK그룹이 운영하는 11번가(10%)였다. 2020년에 이베이코리아와 11번가는 각각 3와 4위로 밀려났다.

2020년의 2위는 쿠팡이다. 2014년 로켓배송을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했고 이후 수조원을 투입해 시장점유율 13%로 2위에 올랐다.

네이버는 시장점유율을 2016년 7%에서 2020년 17%로 늘리며 1위를 차지했다. 쿠팡은 직원 5만5000명을 고용했고 30개 도시에 100개의 물류센터를 구축하면서, 시장점유율을 같은 기간 4%에서 13%로 늘렸고 활성고객 1700만명(2021년 2분기)을 달성했다. 네이버가 4년만에 시장점유율을 7%에서 17%를 늘리는 데 들어간 투자는 얼마 정도일까. 수조원을 투자한 쿠팡에 한참 못 미칠 것이다.

아니, 네이버는 쿠팡처럼 무식하게(?) 투자할 필요가 없었다. 네이버는 이미 41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라는 플랫폼을 활용하면 수조원을 투자하지 않아도 시장점유율을 그렇게 쉽게 늘릴 수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들이 주로 구사하는 '자기사업 우대(self-preferencing)'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교보증권 리포트
미 하원 보고서에 나타난 아마존, 구글의 '자기사업 우대'

미국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다른 쇼핑몰 업체 상품들과 함께 '아마존베이직스'라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판매한다. 미국 하원 반독점소위의 디지털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의 직접판매 상품 개수는 극히 일부에 불과한데도 판매량은 전체의 25~75%를 차지했다. 이는 아마존이 알고리즘을 통해 소비자들을 직접판매 상품으로 유인한 결과로 추측된다.

/공정위 해외경쟁정책 동향 제173호(2020년 11월27일) 보고서
아마존 내부 문건에 따르면, 입점 사업자들을 대외적으로는 '파트너'라고 부르면서 아마존 내부에서는 이들을 '경쟁자'라고 표현했다고 한다. 또 아마존의 음성인식 기기인 알렉사(Alexa)를 대폭 할인판매해 초기에 시장점유율을 늘린 다음, 알렉사를 통해 고객 정보를 수집해 고객 성향을 파악했으며,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자사의 직접판매 제품을 추천하는 등 자기사업 우대에 활용했다.

세계 최대 검색업체인 구글은 검색 결과 화면에서 자사의 콘텐츠나 광고를 경쟁사업자의 것보다 유리하게 배치했다. 아래 화면을 보면, 구글에서 '워싱턴에 있는 호텔(Hotel Washington D.C.)'을 검색했을 때 화면 상단에 자사의 광고(❶)와 검색 콘텐츠(❷)가 우선 배치되고 경쟁 검색엔진의 콘텐츠나 광고는 이용자가 찾기 어렵도록 화면 하단(❸)에 배치해 정확도나 관련성이 부족한 것처럼 인식되게 했다.

/공정위 해외경쟁정책 동향 제173호(2020년 11월27일) 보고서
네이버 '자기사업 우대', 아마존·구글과 다르지 않아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는 아마존이나 구글과 다르지 않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하만카돈 ONYX STUDIO 7' 이라는 특정 상품명(스피커)을 검색하면 네이버쇼핑 화면이 나온다. 맨 위에 있는 '삼성공식파트너 씨앤에이치'를 클릭해보자.

판매사인 '삼성공식파트너 씨앤에이치'를 클릭하면 나오는 화면(아래)은 네이버의 자기사업인 네이버쇼핑이다. 맨 위에 'NAVER 네이버쇼핑'이라고 표시돼 있다. '씨앤에이치'라는 판매사가 네이버쇼핑에 별도 사이트 형태로 입점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페이도 쓸 수 있도록 제휴돼 있다. 가격이 같은데 자기사업(네이버쇼핑 입점업체)이 가장 먼저 뜨고 그 아래 네이버페이를 쓸 수 있는 GS샵과 인터파크가 나온다. 이도저도 아닌 신세계몰이 맨 마지막이다.

다른 상품도 약간 차이는 있지만 이와 비슷하다.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판매사가 여럿인 경우도 있고, 제조사 본사가 입점한 경우도 있다. 어쨌든 네이버쇼핑에 입점한 업체가 가장 윗자리를 차지한다. 자기사업이 없이 가격비교 서비스만 하는 다음(Daum)의 경우 상품마다 각각 다른 판매사들이 윗자리에 있는 것과 대비된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잠원 동아아파트'를 검색하면 여러 광고가 나오고 그 아래 '네이버 부동산'이 나온다. 사진이나 '동아'를 클릭하면 네이버 부동산의 동아아파트 콘텐츠로 연결된다. '네이버 부동산' 오른편으로 '다른 사이트 더보기'가 있지만 무의미하다. 굳이 한 단계 더 들어가기 위해 '다른 사이트 더보기'를 클릭하지도 않겠지만 클릭해도 '부동산 -네이버'라는 검색결과가 나올 뿐이다.

이런 사례는 하나 둘이 아니다. 네이버의 거의 모든 서비스가 이런 식이다. 네이버 검색창에서 ‘웹툰'을 검색하면 파워링크 광고 다음에 ‘네이버웹툰' 서비스가 가장 먼저 뜬다. 그 아래 인플루언서라고 하는 네이버 활동 창작자의 콘텐츠, 네이버 책이 나오고 나서야 경쟁 사업자인 ‘탑툰'이나 ‘카카오웹툰'이 노출된다.

몇 번의 공정위 규제에도..."자기사업 우대 유혹 뿌리칠 수 없어"

2020년 10월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 분야 검색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알고리즘을 인위적으로 조정·변경해 자사 상품·서비스(스마트스토어 상품, 네이버 TV 등)를 검색 결과 상단에 올린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이런 규제 이후에도 위에서 본 바와 같이 네이버의 자기사업 우대는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공정위는 2013년에도 ▲통합검색 방식을 통해 정보검색 결과와 자사 유료 전문서비스(책, 뮤직, 영화, 가격비교, 부동산)를 함께 제공 ▲일반검색 결과와 검색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게시 ▲특정 대행사가 확보한 광고주에 이관제한 ▲네트워크 검색광고 제휴 계약시 우선협상권 요구 등 행위를 적발해 시정토록 하기도 했다.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는 몇 차례 공정위의 규제를 받았음에도 여전히 자기사업 우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양용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플랫폼 기업은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사업을 위해 그 힘을 쓰려는 유혹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항상 자기사업 우대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 규제로 기존처럼 자기사업 우대 행위를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2020년에 적발된 알고리즘을 바꿔 또 다른 방식으로 조작(네이버쇼핑)하거나 위의 네이버부동산에서 '다른 사이트 더보기'(2013년 적발후 신설)와 같은 '공정하다'는 시늉만 하는 등으로 빠져나가는 것이다.

미국, 플랫폼 기업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안 추진

미국은 플랫폼 기업들의 '자기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한다고 보고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미국 하원이 2021년 6월 말 통과시킨 5개 패키지 법안 중 '미국 온라인 시장 선택과 혁신 법률'(American Choice and Innovation Online Act)과 ‘플랫폼 독점 종식 법안'(Ending Platform Monopolies Act)이 그것이다. 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자사 상품에 유리하도록 시장을 설계하고 검색 결과를 왜곡하거나 플랫폼 접근을 빌미로 타사에 자사 상품을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행위(자기사업 우대)를 불법으로 규정한다. 위반 행위에 대해 경쟁당국은 법원의 승인 하에 긴급중지명령을 부과할 수 있다.

후자는 플랫폼 기업이 입점 사업자들과 경쟁해 이해상충을 일으킬 만한 다른 사업을 영위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자가 잘못된 행위를 바로잡고자 하는 행위규제인 데 반해, 후자는 애초에 잘못된 행위가 발생할 여지를 없애고자 하는 강력한 구조적 접근 방식이다.

이 법안들이 상하원을 통과해 대통령 서명까지 마치면, 아마존은 자사 플랫폼 내에서 아마존 베이직스라는 자사 브랜드 상품을 파는 공간과 다른 업체들의 물건을 파는 공간을 쪼개야 한다. 또는 자체 브랜드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다. 이와 함께 아마존이 입점 사업자들에게 수수료를 받고 온라인 주문의 빠른 배송을 지원하는 창고·물류 서비스 부문(Fulfillment by Amazon)의 매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나온다.

EU 집행위, 자기사업 우대 금지 법제화 추진중...2017년 구글에 과징금 3조원 부과

앞서 해외에서 자기사업 우대가 쟁점이 된 대표적 사례는 2017년 EU의 ‘구글 쇼핑 사건'이다. 당시 구글은 자사의 검색 알고리즘 일부를 변경해 이로 인해 일반 검색 페이지에서 타사의 비교쇼핑서비스 노출 순위는 종전보다 낮아졌다. 반면 일반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구글 쇼핑 서비스 제휴 상품은 사진, 가격 등과 함께 보다 눈에 띄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이 온라인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일으킨 ‘자기사업 우대 행위'가 시장 경쟁을 제한했다고 판단했다. EU집행위는 "시장지배력을 지닌 구글이 자신의 경쟁력을 인접 시장으로 확장하는 행위는 남용 행위가 성립될 수 있다"고 언급하면서 자기사업을 우대하지 말라는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4억2000만유로(약 3조원)를 부과했다. EU집행위는 2019년 보고서를 발간해 "자기사업 우대 행위는 지배력 전이(다른 시장에서도 지배적 사업자가 되는 것)의 구체적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재확인 했다.

이후 EU집행위는 자기사업 우대 금지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해 2020년 12월 디지털시장법(DMA)와 디지털서비스법(DSA) 제정안을 발표했다. 플랫폼 기업들의 불공정행위를 규율하는 디지털시장법에는 검색결과 배열 위치·순위에서 자사의 서비스를 우대해서는 안된다(자기사업 우대 금지)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사업상 이용자들(입점업체)들과 경쟁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들로부터 획득한 정보를 이용해서는 안된다는 등 여러가지 불공정 행위 금지 조항이 들어갔다.

한국, 과징금 등 처벌도 약하고 법제화 논의도 없어

유럽과 한국은 규모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한국 공정위가 네이버에 과징금을 267억원 부과한 반면 EU는 3조원을 부과했다. 미국과 유럽은 플랫폼 기업의 자기사업 우대 금지를 법제화하는 작업에 착수한 반면 한국는 법제화 논의가 없다. 공정위는 고작 심사지침에 자기사업 우대를 넣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논의 중인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플랫폼과 입점업체 간 자율적 거래 관행 개선 및 분쟁 예방에 그쳤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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