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병을 모아 동네 슈퍼에 갖다 주면 돈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라떼는~’을 읊어댄다고 한 소리하는 이들도 있겠다. 병을 잘 모아서 갖다 주면 재활용되는 순환시스템(?)이 나름 잘 갖춰져 있었던 것이다.

요즘은 어떤가. 페트병을 갖다 주면 돈을 주는 기계가 등장했다. 소셜벤처 수퍼빈이 내놓은 인공지능(AI) 폐자원 수거기기 네프론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 김정빈 대표는 잘 다니던 기업을 뒤로 하고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 7월 IT조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풍요롭게 쓰기 위해 만들고 버리는 폐기물이 우리를 위협한다. 폐기물, 이 쓰레기와 전쟁을 해야만 지구 생태계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

쓰레기는 다른 소재로 재탄생할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며, 우리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할 소비의 부산물이다.

하지만, 분리수거로 배출된 이후에 재활용 선별장에서 쓸모 있는 자원으로 재탄생하는 정도는 얼마나 될까. 김 대표에 따르면 재활용 선별장에서 60%쯤이 다시 쓰레기로 전락한다고 한다. 쓰레기를 선별하는 초기 단계가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지난해 12월 공동주택관리법에 따라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은 투명 페트병을 분리해서 배출하는 것이 의무화됐다. 안 지키면 과태료도 부과한다. 상표띠를 제거하고, 다른 폐플라스틱과 섞이지 않도록 분리 배출해야 한다. 이와 관련한 홍보 영상 및 뉴스가 한동안 전파를 탔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파트 분리수거를 관리 감독하는 전담인력도 두어번 마주한 경험도 있다. 투명 페트병 수거함도 이전보다 제법 늘어났다.

투명 페트병을 더 잘 수거하기 위한 민관 협력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잘 버려진 페트병은 의류 등 새상품으로 재탄생해 활용 가치를 높인다.

잘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폐기물을 줄이는 노력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폐기물을 줄이는 업계의 노력도 이어진다.

​​​​​​​​이달 초 CJ제일제당은 친환경 트렌드에 맞춰 도시락김과 용기죽을 각각 트레이와 일회용 수저가 없는 제품으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플라스틱 등 잠재 폐기물을 적극적으로 줄여나가겠다는 취지다.

비단 플라스틱을 줄이는 것뿐 아니라 ESG 관련한 다양한 소식이 이어진다. 가까운 예로 종이 청구서를 디지털로 전환한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와 한국정보통신진흥협회(KAIT)가 전자청구서 중심의 친환경 고지서 문화를 확산하겠다고 나섰다. 매월 받아보는 청구서를 전자청구서로 바꾸는 작은 실천으로 지구 건강을 해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취지다. 이미 은행 업무를 비롯한 일상생활 곳곳에서 계약서 등 종이 서류가 디지털로 대체된 예는 이제 제법 여럿이다.

쓰레기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지난해 9월 IT조선과 인터뷰한 한국마이크로소프트 신용녀 박사에 따르면 매년 전 세계적으로 약 112억 톤의 고형 폐기물이 수집되고 있다고 했다. 전 세계 온실 가스 배출량의 약 5%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술로 폐기물 배출량 감소는 물론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신 박사는 당시 인터뷰에서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로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환경 이슈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ESG 이슈가 모든 분야에서 핵심으로 떠올랐다. 탄소 배출을 줄여 지구를 건강하게 지키자는 목소리가 국내서도 높아지고 있다. IT조선도 이에 관심을 고취시켜 보고자 ESG 필독서 읽기 캠페인(http://it.chosun.com/site/data/html_dir/2021/09/27/2021092701125.html)을 시작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생태계의 위협은 비단 어느 누구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정부, 기업, 개인 등 모든 이해 당사자가 협력해야 할 일이다.
​​
이윤정 디지털문화부장 ityoon@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