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서둘러 나온 윈도11, 소비자 불편은 뒷전

최용석 기자
입력 2021.10.19 06:00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출시한 차세대 운영체제 윈도11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일단 PC보다 스마트 디바이스에 가까운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비롯해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돈된 디자인은 써본 사람마다 대부분 호평하는 분위기다. 기존 윈도에서 쓰던 프로그램이나 앱, 게임 등도 문제없이 돌아간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하지만, 윈도11에 대해서 불편하다거나 시스템 불안정, 메모리 누수, 특정 CPU의 성능 저하 등 각종 문제점에 대한 불평불만이 아직은 더 많다.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충분한 테스트 및 안정화를 거치지 않은 상태로 윈도11을 무리하게 출시한 탓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미리 사전 테스트를 부족하게 한 것은 아니다. 출시 몇 달 전부터 자사 내부 개발자들에게 프리뷰 버전을 미리 제공하고 테스트해왔다. 게다가 ‘윈도 참가자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 개발자와 일반인이 최신 윈도 업데이트 버전을 미리 받아서 테스트해 볼 수 있게 했다.

신청자들만 테스트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클로즈 베타 서비스’라 볼 수 있다. 물론, 윈도 참가자 프로그램은 14세 이상에 마이크로소프트 계정만 있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오픈 베타와 비슷한 점도 있다.

어쨌든 ‘윈도 참가자 프로그램’을 통한 테스트는 해당 윈도 버전이 정식이 아닌, 테스트 버전임을 알고서 참여하는 것이다. 중요한 작업을 하다가 문제가 생겨 손해를 보더라도 "테스트 버전이니 그럴 수 있지"하고 넘어갈 수 있다. 참가자 자신이 그럴 것을 미리 알고 참여한 만큼 마이크로소프트가 책임을 질 일은 없다.

하지만, ‘정식 출시 제품’이라면 문제가 다르다.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윈도11로 인해 발생한 문제로 사용자가 손해를 입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가 발 벗고 나서 책임져야 한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남아있으면 ‘정식 출시한 윈도11’을 새로 설치하거나 업그레이드하려는 사용자에게 미리 안내 문구나 경고메시지 한 줄이라도 넣었어야 했다.

그런데,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11을 정식 출시하면서 오직 윈도11에서 디자인 및 인터페이스의 변화나 성능이나 기능적으로 개선된 부분만 소개하고 강조했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주의사항이나 경고는 단 한마디도 없다. 정식으로 출시를 한 제품임에도, 설치 및 업그레이드 이후 발생하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묵묵부답이다. 결국 불완전한 윈도11로 인한 문제와 그로 인한 불편함은 오로지 소비자들의 몫이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11의 초기 화면 / 마이크로소프트
마이크로소프트가 무리하게 윈도11을 일찍 출시한 것은 두 가지 이유로 분석된다. 우선 더 많은 피드백을 확보해 윈도11의 완성도를 빠르게 높이기 위해서다. 아무리 오픈 베타에 가깝다고는 해도 사용자가 직접 신청하고 참가해야 하는 ‘윈도 참가자 프로그램’보다 정식 출시를 통해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설치 및 업그레이드하고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피드백이 더 많고 다양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10을 처음 발표했을 때도 사용한 방법이다. 윈도10도 출시 당시에는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들의 불편을 야기했지만, 오히려 정식 출시 이후 빠르게 안정되면서 기존 윈도7을 빠르게 대체할 수 있었다.

두 번째 이유는 자사의 2in1 PC 브랜드인 ‘서피스’ 시리즈의 최신 모델 출시에 맞추기 위해서다.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난 9월 발표한 차세대 ‘서피스’ 시리즈는 윈도11을 기본 운영체제로 탑재했다. 이미 윈도11의 출시를 앞둔 시점에서 새로운 디바이스에 구형 OS를 탑재하는 것은 ‘모양새’가 빠진다.

이유야 어찌 됐든,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떠넘기면서까지 윈도11 출시를 서두른 마이크로소프트의 판단은 지나치게 업무 편의주의적이면서 위험한 발상이다. 그들의 판단이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윈도11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이 자신의 PC를 능숙하게 다루고, 사소한 문제는 스스로 해결하면서 제대로 된 피드백을 돌려줄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윈도11처럼 갓 출시된 새로운 운영체제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초보자는 물론, 익숙한 사용자도 해결책을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시스템 불안정이나 성능 저하 등 하드웨어 호환성과 관련된 문제라면 이유도 모른 채 당황할 수밖에 없다. 그 덤터기는 애꿎은 PC 제조사나 수리업체들에 전가되고, 당장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사용자의 피드백’이 제대로 수집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아직 윈도보다 사용자 수가 적은 애플의 맥OS도 새로운 운영체제를 이 정도 완성도로 내놓지는 않는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M1 칩과 이를 위한 맥OS ‘빅 서’를 출시했을 때만 해도 여러 문제점이 불거지긴 했지만, 지금의 윈도11만큼은 아니었다. 구형 하드웨어에서 일부 호환성 문제가 있을지언정, M1 기반 최신 하드웨어에서는 높은 완성도를 보였다.

게다가, 결과가 좋았다고 해서 이전 사례를 본받아 미완성의 OS를 그대로 출시하는 것은 일반 소비자들의 PC에 대한 인식을 더욱 부정적으로 몰고 갈 수밖에 없는 위험한 발상이다.

마이크로소프는 이번 윈도11 출시에서 자신들의 편의성을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불편함을 강요하고 떠넘기려는 행보를 보였다. 이는 미래 고객을 스스로 외면하고 팽개치는 자충수나 다름없다. 어째서 윈도OS의 점유율이 갈수록 떨어지고, 경쟁사들의 점유율은 갈수록 올라가는지 마이크로소프트는 심각하게 고민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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