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를 거부하는 넷플릭스 문제와 관련해 대안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은 18일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한 계약(표준계약서 등)에 대해서도 총리께서 챙겨봐달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문재인 대통령 / 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문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김 총리가 "최근 오징어 게임 흥행으로 콘텐츠 산업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며 "각계에서 콘텐츠 수익의 글로벌 플랫폼 집중 등 콘텐츠 산업의 역량 강화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고 언급한 데 따른 답변이다.

오징어 게임은 넷플릭스가 9월 선보인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다. 서바이벌에 참여한 이들이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극한의 게임을 치르는 내용을 담은 아홉 편의 시리즈물이다. 한국을 포함해 미국, 싱가포르, 에콰도르 등 94개국에서 인기 콘텐츠 1위를 기록했다. 누적 시청자만 세계 1억1100만가구에 이른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흥행으로 총 9억달러(1조683억원) 이상의 잠재 수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징어 게임 제작에 2140달러(254억180만원)를 투자한 것과 비교하면 네 배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콘텐츠 업계에선 오징어 게임의 이같은 흥행이 제작사 이익 공유로 이어지지 않아 문제라는 지적이 나왔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국내 콘텐츠 제작사에 제작비의 100% 이상을 지급하되, 지식재산권(IP)과 판권 등을 모두 넷플릭스에 두는 방식으로 계약하기 때문이다. 콘텐츠 흥행에 따른 제작사 추가 수익 공유도 없다 보니 이익 독점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겪는 망 이용대가 갈등도 넷플릭스를 향한 비판 수위를 높인다. ISP는 넷플릭스 수요 급증에 따른 국내 트래픽(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전용회선 추가 설치 등의 비용 부담이 늘고 있다는 입장이다. 망 구축 투자비와 유지 비용 등이 발생함에도 넷플릭스가 별도의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지 않아 돈은 넷플릭스가 벌고, 비용은 ISP가 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와 소송전까지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판단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1심에서 패소하자 항소를 진행 중에 있다.

김 총리는 이같은 상황을 개선하면서 한류 콘텐츠 산업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정부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지금은 콘텐츠 산업의 도약을 위해 획기적인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며 "글로벌 플랫폼-콘텐츠 업체 동반 성장과 국내 자금을 활용한 제작 지원 확대, 경쟁력 있는 창작 여건 조성 등에 중점을 두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