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3분기 호실적 전망에도 웃지 못한다. 한수 아래라는 평가를 받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가 빠르게 성장했고,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이 생산 차질로 이어진다. 중소형 OLED 공급망에서 발생한 악재까지 겹치며 4분기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18일 디스플레이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이익은 1조5000억원쯤으로 추정된다. 전년 동기 4700억원 대비 3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애플 보상금 등 일회성 수익이 반영된 올해 2분기 영업이익(1조2800억원)도 넘어서는 규모다. 갤럭시Z폴드3·플립3 흥행에 따른 폴더블 디스플레이 주문 급증과 애플 아이폰13에 OLED 패널 공급 효과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LG디스플레이는 OLED TV 시장 확대, IT 기기 수요 증가 덕에 3분기 영업이익 6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전년 동기 대비 3.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당초 증권가는 LG디스플레이가 8000억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지만, TV용 LCD 패널 가격 하락 여파로 실적 눈높이가 낮아졌다.

아이폰13 / 애플
아이폰13 / 애플
3분기 실적만 보면 웃을법하지만 양사의 속내는 그렇지 못하다. 양사가 사실상 독차지 했던 애플 아이폰 공급망에 중국 BOE가 정식으로 포함됐다는 소식이 들려와서다.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BOE는 최근 애플 아이폰13 기본형에 자사 6.1인치 OLED 패널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BOE 제품은 먼저 아이폰13 수리용 제품(리퍼비시 제품)에 탑재될 전망이지만 2022년부터는 신제품에도 투입될 가능성이 높다.

BOE는 내부적으로 아이폰 패널 공급 비율을 초기 20%에서 향후 40%까지 늘릴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애플은 삼성·LG와 가격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BOE까지 공급망을 다변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BOE는 아이폰11과 12시리즈에서는 애플 공급망 진입에 실패한 바 있다.

아이폰13 시리즈는 주사율 60㎐ OLED 패널을 사용하는 아이폰13 기본형과 미니를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나눠 공급해오고 있다. 주사율 120㎐ OLED 패널을 장착한 아이폰13 프로와 프로맥스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독점 공급해왔다. 단기적으론 LG디스플레이의 타격이 크지만, 막대한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BOE의 기술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삼성디스플레이도 방심할 수 없는 입장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삼성과 LG는 LCD 시장에서 2017년 이후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에 시장 우위를 뺏긴 경험이 있다"며 "독점적 시장으로 여긴 중소형 OLED에서도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에 언제든 밀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주력 고객사 애플, 삼성전자가 반도체 대란 직격탄을 맞아 스마트폰 생산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애플은 아이폰13 시리즈 생산량을 9000만대 중 최대 1000만대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삼성전자는 10월 중 내놓을 계획이던 신제품 갤럭시S21FE 출시 일정을 확정하지 못했다. 코로나19 확산, 중국 전력난 등에 따른 반도체 수급난이 1년 더 이어질 것이란 우울한 전망도 있어 디스플레이 업계가 중장기 타격을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디스플레이 업계 한 관계자는 "애플은 공급망관리(SCM)를 통해 반도체 부족 사태의 영향을 최소화 하겠지만, 공급사 입장에서 단기로 가능한 많은 물량을 공급할 수 있는 기대감은 낮아진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