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어른이 될 수 있다"

서믿음 기자
입력 2021.10.19 08:22
[북리뷰] 블루밍, 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

천상 문학소녀 정여울 작가는 17살로 돌아간다고 해도 입시공부보다는 문학에 천착할 것이라고 말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나와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그. 그는 다시 학창시절로 돌아간다 해도 문학에 몰두할 것이라며 "분명 엄마에게 ‘등짝 스매싱’을 맞을 것이 뻔하지만, 그래도 한번 제대로 옴팡지게 반항해 보련다"며 문학을 향한 애착을 드러낸다.

그는 "내가 작가이기에 문학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문학은 모든 사람에게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 인간은 ‘나의 삶, 나의 이야기’만으로는 결코 만족할 수 없는 존재이고, ‘타인의 삶, 타인의 이야기’를 한 문장 한 문장 읽는 행위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어른이 될 수 있는 존재이니까"라고 말한다. 그의 책 『블루밍, 다시 열일곱 살이 된다면』(민음사)은 정 작가가 어린 시절을 살게 했던 명작 소설과 고전 동화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랜 시간 심리학에 천착해온 정 작가인만큼 문학서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접근한다. 정 작가는 문학이 심리학적 치유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좋은 문학 작품은 고통 받는 개인의 아픔을 치유한다. 위대한 문학 작품은 고통 받는 개인을 넘어, 신음하고 있는 사회 자체에 커다란 화두를 던지고, 마침내 집단적 치유의 힘을 발휘한다"며 그 예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거론한다. 악동 제제가 뽀르뚜까와의 만남을 통해 ‘분명 변화하고 있다’는 믿음을 얻어냈다는 것이 이유. 그는 "심리학이 우리에게 희망을 줄 때는 결국 인간이 더 높은 차원의 깨달음과 인격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임을 증명할 때"라며 "죽을 때까지 한발 한발 ‘더 나은 인간'을 향해 변해 가는 우리 자신의 ‘열린 마음’이야말로 가장 소중한 심리학의 보물"이라고 말한다.

『라푼젤』을 통해서는 가족으로부터의 해방을 다룬다. 마법사의 작물을 도둑질하다 걸려 자녀(라푼젤)를 넘긴 부모. 태어나자마자 마법사에게 보내져 사랑 없는 마법사를 어머니로 알고 자란 라푼젤. 그런 그는 왕자란 ‘타자의 출현’을 통해 인간다운 삶을 알게 된다. "나와 내 가족이 아닌 ‘진짜 타인’이 존재할 때 우리는 비로소 사회의 일원이 된다"고 정 작가는 강조한다.

부모로부터 학대받는 아이 『마틸다』 이야기 역시 가족 안에서 바로설 필요성을 제기한다. 저자는 "책 읽는 소녀 영웅 마틸다의 유쾌한 복수극, 그것은 여전히 아동 학대가 버젓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자행되고 있는 현대 사회를 향해 던지는 촌철살인의 독립선언"이라며 "당신을 아주 많이 사랑하는 부모님일지라도 ‘이게 다 널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사탕발림으로 당신을 향한 모든 억지와 강요와 폭력을 정당화한다면, 분명히 저항해야 한다"고 단언한다.

심리학에도 큰 장애물이 있으니 그건 바로 ‘회의주의’다. "이렇게 치료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정말 심각한 환자에게 이런 요법이 통할까, 이렇게 열심히 상담을 해 봤자 이렇게 열심히 들어줘 봤자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는 의심과 회의" 같은… 저자는 문학이 그 치유제가 될 수 있다며 "(문학 속 주인공들이) 불행한 환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 가는 과정은 아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치유의 스토리"라고 설명한다.

문학의 치유 효용을 맛보기 원한다면 정여울이 소개하는 문학 치유의 숲을 거닐어 보길 권한다. 두뺨을 어루만지는 산들바람과 같은 좋은 느낌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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