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기가헤르츠(㎓) 대역 5세대(5G) 이동통신을 지원하는 토종 통신장비가 속속 나오지만, 지지부진한 서비스 확대에 업계 고심만 는다. 28㎓ 시장이 활성화하려면 기업용(B2B) 5G 시장이 성장해야 하는데, 아직 실증사업 단계에 불과하다. B2B 기반 민간 중심의 수요 창출이 시급하다.

LG유플러스 직원이 서울 마곡사옥 연구실에서 5G 28㎓용 통신모듈과 외장형 안테나를 들고 있다.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 직원이 서울 마곡사옥 연구실에서 5G 28㎓용 통신모듈과 외장형 안테나를 들고 있다. / LG유플러스
19일 이동통신 및 통신장비 업계에 따르면, LG유플러스는 기업(B2B)용 5G 28㎓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는 상용 통신모듈(HM-950L)과 라우터(HE-950L), 외장형 안테나 등을 선보였다. 5G B2B 시장을 개척할 상용 단말을 확보하고자 통신장비사인 휴컴와이어리스와 기술 협업을 진행한 결과다.

LG유플러스는 이같은 통신장비를 선보인 것이 최근 진행 중인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 서비스를 확대할 기점이 된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9월부터 SK텔레콤, KT와 서울 지하철 2호선 지선 구간(신설동역~성수역)에서 5G 28㎓ 대역을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통신모듈과 라우터를 연결하는 외장형 안테나의 경우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항만 등의 B2B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5G 28㎓ 활용을 높인다는 설명을 더했다.

전영서 LG유플러스 기업서비스개발담당은 "LG유플러스는 28㎓를 포함한 B2B 5G 환경에서 필요한 통신모듈과 단말, 내장 및 외장 안테나 등의 5G 단말 패키지를 완성했다"며 "5G B2B 서비스 확대와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다른 국내 통신장비 사업자들 역시 5G 28㎓용 통신 장비를 선보였거나, 또는 시장에 내놓고자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무선 통신 장비사인 케이엠더블유(KMW)도 5G 28㎓ 통신장비를 준비 중이다.

KMW 관계자는 "제품을 선보일 시기는 미정이다"면서도 "5G 28㎓용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왼쪽)이 9월 5G 28㎓를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 착수회에 참석해 시연 설명을 듣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경식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왼쪽)이 9월 5G 28㎓를 활용한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 착수회에 참석해 시연 설명을 듣고 있다.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국산 5G 28㎓ 통신장비가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통신장비 업계 분위기가 마냥 낙관적이진 않다. 시장에서 기대되는 수요가 뚜렷하지 않은 탓이다. 현재 5G B2B 서비스 확대 과정에서 28㎓ 활용 범위는 실증 단계에 머물렀거나, 일부 사업장에 도입되는 데 그친 상황이다.

통신장비 업계 한 관계자는 "당장 소비자가 사용하는 3.5㎓ 대역의 5G망도 (전국에) 다 깔려 있지 않은 상황이다 보니 28㎓용 장비를 투입하긴 어렵다. 사갈 곳이 있어야 하지 않겠냐"며 "기술적으로는 내년이나 내후년에 28㎓ 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상용화 시점을 당장 예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통신장비 업계 관계자는 "28㎓는 전파 특성상 직진성이 강하다 보니 쓰임새가 특정된다. B2B용이나 프라이빗 와이어리스 등에 활용될 수 있다"며 "주요 통신 장비사에선 이미 (5G 28㎓) 제품을 다 내놓은 상황이고 기술도 점차 좋아지고 있지만 현재로선 트라이얼(시험) 하는 정도다"고 설명했다.

결국 통신사를 중심으로 5G 28㎓ 서비스가 구체화해야 국산 통신장비도 활성화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 설명이다. 업계는 데이터가 많이 사용되는 쇼핑몰과 야구장 등의 일부 장소와 공장 등에서부터 5G 28㎓ 활용이 구체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각각 서울 코엑스와 수원 위즈파크, 부여 정림사지 등에 5G 28㎓ 실증을 진행했다. 정부는 기간통신사업자 외 민간 사업자도 5G 28㎓ 대역 주파수를 받아 특정 지역에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5G 특화망을 추진 중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