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기벤처부, 중고차 생계형 적합업종 문제 조속히 해결해야

이민우 기자
입력 2021.10.20 06:00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가세한다. 기존에는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분야라 사업 추진이 어려웠는데, 현재는 제동 장치가 없어 얼마든지 사업을 해도 무관하다. 생계 위협을 느낀 중고차 업계는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을 요구하지만, 주무부처는 발을 빼는 모양새다. 최근 열린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이런 분위기가 유감없이 발휘됐다.

2021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권칠승 중기벤처부 장관은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대한 판단 권한이 없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여부를 심의위원회 안건으로 올리는 역할만 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권 장관의 말은 다양한 해석을 낳는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권 장관의 발언에 대해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의위원회가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가부를 결정하는 것은 맞지만, 중기부가 결정권자인 심의원회 개최와 심의기준 설정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탓이다.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에 관한 특별법’에 따르면,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는 중소벤처기업부장관 소속(6조 1항)이며, 위원 3분의 1 혹은 중기부 장관의 요청이 있을 때 개최된다. 즉, 중기부는 장관 1명만 있으면 회의 소집을 할 수 있는 반면, 심의위원의 경우 총 15명 중 5명 이상이 참여해야 한다.

중기부는 심의위원회 심의 기준 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장관은 ▲업종 내 사업체 규모 ▲소득의 영세성 ▲안정적 보호 필요성 등을 고려해 심의 기준을 고시하는 역할을 맡는다(7조 4항). 중기부의 직간접적 영향력이 상당한 셈이다.

권 장관과 중기부는 ‘업계 간 대화가 더 필요하다’며 중고차 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심의위원회 개최를 차일피일 미룬다. 아무런 결정 없이 시간만 가는 상황이다. 동반성장위와 을지로위원회 등에서 대화를 이어갔지만 진전은 없다.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문제 논의는 벌써 햇수로만 3년차다. 업계가 자발적 대화를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면 벌써 결정이 났을 일이지만, 이해관계가 첨예하다 보니 돌파구가 없다.

중기부는 심의위원회 개최를 통해 시장 상황을 다각적으로 고려한 결정을 내리도록 유도해야 한다. 권 장관의 말이 통하려면, 최소한 심의위원회에서 적절한 판단이 조속히 나오도록 조치해야 한다. 결정 시기를 늦추는 것만 능사는 아니다. 일각에서는 중기부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제 할 일을 하지 않는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새로 출범할 정부 기조를 살핀 후 결론을 내리려 한다는 것이다.

중기부는 중고차 문제와 관련해 심의위원회 뒤에 숨거나 정치적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시장 상황에 대한 냉철한 분석을 통해 조속히 사태를 매듭지어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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