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를 비롯하여 블로그, 팟캐스트, 브이로그(Vlog) 등의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이다. 소셜 미디어는 이미 우리 생활 곳곳에 깊숙이 침투하여 정보검색은 물론 정보를 교환하고 생각을 공유하는 장소가 되었다.

커피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커피 마니아층의 토론장이 되는 여러 갤러리 토론장에서 커피 전문가의 수준으로 커피 전문지식과 업계의 동향을 논의하고 서로 공유하고 있다. 이러한 토론장은 커피의 공급과 유통, 소비 등 커피 시장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커피를 다루는 우리나라의 소셜미디어에서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커피시장의 상위 5% 정도에 해당했던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논의가 집중되고 있다. 이들로 인하여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인식과 소비행태까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발표된 현대경제원의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커피 고객들은 커피브랜드마다 맛이 차이가 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에는 설문 응답자의 40.3%가 커피에 대한 자신의 입맛이 점점 고급화되어 간다고 밝혔는데, 2017년에는 이 비율이 44.3%로 증가되었다. 스스로 입맛이 고급화 되어가는 것을 느끼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은 고급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커피전문잡지 ‘월간커피’는 ‘더컵(The Cup)’이라는 커피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소셜 미디어 소비자의 버즈량(검색 조회수) 추이와 반응을 매월 리포트로 발행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가 빅데이터를 제공하고 최신의 커피시장 트렌드 및 소비자의 반응을 정리하고 순위 등을 가려 발표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H&T 애널리스틱스센터가 공동분석에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컵’이 제공한 2021년 8월 10일 소셜인사이트리포트에 따르면, ‘스페셜티커피’ 검색어가 확실히 증가하였다는 분석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곧바로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고 스페셜티커피 소비가 늘고 있다는 것까지 추측 가능하다.

커피프랜차이즈업계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커피시장 규모는 약 6조원에 달하는데 그중 스페셜티커피는 약 1조원 정도를 차지한다고 한다.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국내 전체 커피시장의 대략 17% 정도를 점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약 5년 전에는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약 5% 정도 차지하고 있었던 것에 비하여 몇 년 사이 시장이 엄청나게 확대된 것이다. 그 이유로서 ‘포미족’의 영향을 꼽고 있다.

포미족(FORME)이란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안함(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들의 첫 글자를 딴 명칭으로, 자신을 위해 사치를 추구하는 소비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그룹을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을 위하여 고가의 소비도 마다하지 않는 포미족에 의해 스페셜티커피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더컵(The Cup)이 분석한 스페셜티커피의 버즈량은 2018년 1월 이후 2019년 말까지 서서히 증가하다가, 2020년 1분기부터는 다소 주춤한 추세를 보이다가 3분기를 지나면서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러한 검색 조회 수는 2021년 1분기부터 확실하게 최저를 기록하고 있다.

바이브컴퍼니 출처, H&T 애널리틱스 센터 데이터분석
바이브컴퍼니 출처, H&T 애널리틱스 센터 데이터분석
이러한 검색 조회 수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코로나19’ 시대의 사회적 생활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2021년 초부터 사회적거리두기 단계가 최고 단계로 격상되면서 가장 크게 영향을 받은 시장이 바로 음식점과 커피 시장일 것이다. 낮 시간 동안 커피 매장에서의 취식이 4인까지만 허용되고 오후 6시 이후에는 취식 허용 인원이 2인 이하로 줄어들 뿐 아니라 영업시간마저도 밤 9시 (또는 10시)로 제한됨에 따라 커피 매장 운영이 큰 타격을 입게 되었다. 특히 고가의 스페셜티커피 매장은 더더욱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

커피 산지에서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인해 경제 불황의 어려움에 처한 상황도 한몫을 했다. 첫 번째 원인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지역 간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커피 수확에 큰 차질을 빚게 되었다. 보통 과테말라와 콜롬비아에서는 수확을 마치기 위해 약 10만 명과 13만 5천 명의 노동자가 필요하지만 2020년 5월 기준 과테말라는 내부 이동을 제한하고 국경까지 폐쇄했다. 국경 간 이동 제한 정책은 2020~2021년 커피 수확을 위태롭게 했다. 동아프리카에서도 커피, 차, 신선 농산물, 자른 꽃의 수출이 모두 중단되었다. 특히, 에티오피아에서는 농산물을 운반하는 트럭의 이동 금지, 중국으로부터의 무역 감소, 임시(비정규)직 근로자의 모집 제한, 신선한 농산물이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다는 우려로 커피 등과 같은 채소 무역을 제한시켰다.

두 번째 원인으로, 한승재박사는 코로나19 상황은 2007 ~ 08년의 세계 경제불황과 흡사한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경제불황으로 인해 소비국에서의 커피 수입이 감소되었고 많은 생산국의 농장 가격도 하락되었다. 이후 비료 등을 구매할 여력이 없어지면서 커피나무는 CLR(커피녹병)에 더욱 취약하게 되었고 커피 생산량은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현재에 다시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2019년 ICO 보고에 따르면, 2016년과 2018년 사이에 비료 가격은 실질적으로 25% 이상 인상되었다. 이로 인해 커피 농가는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2015~2016년에 콜롬비아의 약 53%의 커피 농가가 손실되었고, 온두라스도 25% 손실을 입었다. 나아가, 2020년 커피 가격 지표도 2015년과 2016년에 비해 약 20%로 더 낮아지면서 농부들은 농장을 관리할 능력이 더 떨어졌다. 커피녹병, 해충 및 질병, 가뭄이나 허리케인에 더 취약한 환경에 처해졌다.

이렇게 커피는 기후 온난화의 영향과 코로나 19 상황으로 인해, 세계적인 커피의 무역이 감소되었고 커피 체리 수확의 차질이 빚어지면서 커피 생산량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었고 현재 커피생콩의 거래가격은 계속 치솟고 있는 실정이다. 나아가 스페셜티커피의 가격은 더욱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리고,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연관검색어를 분석해 보면,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소비행태도 어느 정도 엿볼 수 있다. ‘더컵(The Cup)’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의 스페셜티커피의 연관검색어로 ‘원두’ 가 가장 많이 조회되었다. 이 결과는 매장에서의 취식보다는 인터넷으로 원두를 구매하여 가정에서 직접 커피를 내려 마시는 음용 형태가 더 선호된 것으로 짐작된다.

또한, ‘싱글오리진’이나 ‘향미’보다는 ‘판매’, ‘선물’, ‘드립백커피’가 연관 검색어로 더 많이 조회된 것으로 보아, 커피의 퀄리티를 따지기보다는 보다 간편하게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는 선물용 커피류를 더 중요시 여긴 것으로 추측된다.

 바이브컴퍼니 출처, H&T 애널리틱스 센터 데이터분석.
바이브컴퍼니 출처, H&T 애널리틱스 센터 데이터분석.
스페셜티커피에 대한 인식과 감성적인 표현을 살펴보면, 무려 97%나 스페셜티커피에 대해 알고 있었고 긍정적인 반응까지 나타냈다. 스페셜티커피는 일반커피와는 다른 고급 커피이고 이를 즐기려고 하는 소비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스페셜티커피의 향미로는 신맛이 나고 다양한 맛이 살아있는 ‘특별하고 풍부하다’라고 표현했고 높은 가격에도 ‘합리적’ 소비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시고 비싸다’라는 부정적 언급도 많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소셜미디어에는 스페셜티커피의 애호가들이라고 말할 수 있는 커피 갤러리 그룹들이 많이 있다. 주로 MZ세대가 주축이다. 이들은 거의 전문가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다. 직접 유명 커피 산지의 커피 생산농가를 방문한 이도 있다. 이런 그룹에는 가격에 국한되지 않고 최고의 스페셜티커피만을 고집하는 부류도 많이 있다.

최근 커피가격의 급상승, 특히 스페셜티커피 가격이 급상승하자 스페셜티커피 가격 인상에 대해 격렬한 찬반토론이 일어난 갤러리가 있었다. "맛과 퀄리티를 위해서는 가격이 아무리 비싸더라도 스페셜티커피를 굳건히 마시겠다"와 "스페셜티커피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다소 맛과 향미가 떨어지더라도 프리미엄급 커피를 마시겠다"라는 의견 대립이 벌어진 것이다.

최상급의 스페셜티커피 가격이 너무 비싸지면 프리미엄급의 커피에도 만족할 수 있다는 것이 다수 의견이었다고 한다. 그 갤러리에서는 어느 쪽도 대중적인 일반 커피는 처음부터 논외의 대상이었다. 오늘날 소셜미디어의 위력은 갈수록 대단해지고 있다. 가게 하나를 문을 닫게 할 수도 있고 대박집으로 바꿀 수도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자신이 맛본 커피에 대한 품평회가 계속 이어지고 있고, 특정 커피 전문점의 커피에 대한 품평회가 수시로 열리고 있다. 오늘날에는 소셜미디어에 의해서도 새로운 커피의 트렌드가 선도되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 커피 갤러리어에서 어떤 정보가 교환되는지 및 어떤 논의가 벌어지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개인의 커피 취향이 어떻게 변모되고 커피 산업이 어떻게 변화되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비단 커피 업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커피를 애호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씩 찾아가 살펴봐야 할 이유가 아닌가 싶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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