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전문 기업 하림이 한 봉지에 2200원인 라면을 선보였다. 컵라면은 2800원이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라면 중 최고가 제품이다. 라면 시장을 선도하는 농심과 오뚜기가 내놓은 프리미엄 제품 가격과 비교할 때 30%쯤 가격이 더 비싸다.

한국보다 먼저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을 선보였던 일본 업체들은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하림의 고급 라면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린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장에서 The미식 장인라면을 직접 끓여 설명하는 모습. / 하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장에서 The미식 장인라면을 직접 끓여 설명하는 모습. / 하림
하림은 최근 국내 식품업계 처음으로 봉지당 2000원이 넘는 라면인 ‘The미식 장인라면'을 론칭했다.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이 기자간담회장에서 직접 라면을 끓여 설명하는 등 제품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내비췄다. 제품의 고급화를 강조하기 위해 스프의 형태도 분말이 아닌 국물을 그대로 농축한 액상을 고집했다. 회사는 프리미엄 제품 수요를 공략해 2022년 라면 매출 700억원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관전 포인트는 ‘초고가 인스턴트 라면’의 국내 시장 안착 여부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비싼 라면은 시장에서 안 팔린다"는 의견도 있지만, "MZ세대가 소비시장 주축으로 떠오른 만큼 고가 제품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엇갈려 나온다.

선두업체 농심은 프리미엄 봉지 라면을 선보인 후 한 차례 고배를 마신 바 있다. 10년전 1600원의 가격에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으나, 비싸다는 소비자 비판에 일시 판매를 중단하기도 했다. 지금은 소비층 인식 변화에 따라 농심의 대표 제품 중 하나로 자리를 잡았다.

하림의 고가 라면의 시장 승패 판단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한 관계자는 "프리미엄 제품에 대한 수요는 분명히 있지만, 예상과 결과는 얼마든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라면왕국'이라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 제품은 고전을 면치 못한다. 프리미엄 제품도 일부 판매 되지만, 큰 호응 속에 판매되지는 않는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트루데이터에 따르면, 6~8월 인스턴트 라면 판매순위 1~3위는 ‘삿뽀로이치방', ‘치킨라맨' 등 가격이 저렴하고 오랜기간 팔렸던 스테디셀러 제품이 차지했다. 판매순위 10위 내에 1200원을 넘어가는 제품은 단 하나도 없다.

일본 라면업체 1위 닛신은 ‘줄서서 먹는 가게 라면' 시리즈 등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 제품을 개당 4000~5000원에 판매한 바 있지만, 지금은 일부 한정판 상품만 판매할 뿐 대부분 사라졌다.

일본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에서 프리미엄 인스턴트 라면은 잘 안팔린다"며 "곳곳에 라면 전문점이 있는 탓에 소비자들은 라면 값이 비싸면 그 돈으로 전문점에서 제대로 된 라면을 사먹는 케이스가 많다"고 분석했다.

식품업계 일각에서는 인스턴트 라면의 고급화 자체가 ‘영업이익을 늘리려는 수단’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곡류, 원자재, 인건비, 물류비 상승에 국내 라면값이 치솟고 있는 가운데, 고급·프리미엄 전략으로 수익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곡물과 원자재 값이 올랐고 국내외 물류대란으로 물류비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식품값을 올리는 업체가 많다"며 "맛과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가 소비주축으로 떠오른 만큼, 단순한 가격 인상이 아닌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은 후 기존 제품과 차별화하는 전략을 펴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