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백신접종률이 높아지는 11월부터 ‘위드 코로나’로 전환할 예정인 가운데, 재계도 일상 업무 정상화에 시동을 건다. 기업 총수들은 해외 출장길에 오르며 미래 먹거리를 챙기고, 임직원들의 재택·순환 근무 비중을 완화한다.

24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11월 초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문지는 삼성전자 제2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건설 후보지로 물망에 오른 텍사스주 테일러시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모습 / 조선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모습 / 조선일보DB
이 부회장은 공장 부지 선정과 건설에 미국 정부의 지원이 필수인 만큼 직접 관계자들을 만나 관련 작업을 마무리할 것으로 관측된다. 테일러시 의회는 최근 삼성전자에 세제 혜택 등을 주는 지원 결의안을 최종 의결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5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JI엑스포 전기차(EV) 로드맵 발표 행사에 참석할 계획이다. 발표회에는 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배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조코위 대통령과 만나 현대차 현지 생산공장과 배터리셀 합작공장에 대한 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보인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5일 미국 출장길에 오른다. 미국 포드와 배터리 합작 사업 등 현안을 점검하고 신공장이 들어설 테네시주와 켄터키주 등지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미 출장길에서 바이든 행정부가 요구한 반도체 자료 제출 등과 관련해 현지 상황을 점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6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청와대
최태원 SK그룹 회장(오른쪽)이 6월 23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SK이노베이션 공장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 청와대
대기업들은 그동안 임직원에게 엄격히 제한했던 해외 출장과 대면 회의를 최근 부분적으로 재개하는 등 사내 방역기준을 조금씩 완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7일부터 완화된 방역 지침을 적용 중이다. 이 지침에는 해외 출장과 대면 회의 등 일상 업무 및 영업활동 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업무상 필요한 출장일 경우 사업부 자체 판단에 따라 승인하도록 문턱을 낮췄다. 중단됐던 대면 회의와 대면 교육도 인원 제한(회의 10명, 교육 20명 이내) 하에 재개할 수 있도록 했다. 30% 순환 재택근무, 저녁 회식 제한 등의 조치는 기존대로 유지된다.

SK하이닉스는 임원급 조직 책임자의 승인을 받아야 제한적으로 갈 수 있었던 해외 출장을 14일부터 입국 시 격리 지침만 준수하면 갈 수 있도록 지침을 바꿨다. 전면 금지했던 대면 회의도 백신 접종 여부와 관계없이 10인 미만까지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는 10월 초부터 사업장별로 방역지침을 일부 조정해 접종 완료자에 한해 대면 교육과 회의를 허용했다. 외부인이나 다른 사업자의 출입도 접종 완료자에 한해 허용하고, 식당 운영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위드코로나 전환에 맞춰 사내 방역기준을 추가 완화했다. 임직원 재택근무 비율을 기존 50% 이상에서 40% 이상으로 줄였다. 확진자를 밀접 접촉한 임직원의 재택근무 기간도 기존 14일에서 7일로 단축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위드 코로나를 앞두고 그룹 핵심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재계 총수들의 글로벌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며 "재택근무의 경우 뉴노멀 시대에 맞춰 기업별로 일정 비율을 유지하는 등 업무 효율과 근무 만족도를 높이는 방향으로 유연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