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이상 통신망 마비된 KT…보상은 '글쎄'

김평화 기자
입력 2021.10.26 06:00
KT발 전국 유·무선 통신 장애로 인해 전국 곳곳에서 피해 사례가 속출한다. 4월 논란을 빚은 KT 인터넷 품질 저하 사태를 짚으며 기간통신사업자로서의 KT 신뢰도에 의문을 품는 소비자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이번 장애에 대해 비판을 면하긴 힘들다. 전국 단위에서 피해가 발생한 만큼 KT가 피해를 보상할지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약관상 3시간 이하의 시간 동안만 발생한 일이어서 보상 프로그램 가동은 어려울 전망이다. 잘못하면 배임이 될 수 있는 탓이다.

KT가 홈페이지에서 유·무선 통신 장애가 발생했음을 밝히며 공지사항을 팝업창에 띄운 모습 / KT 홈페이지 갈무리
전국 단위 인터넷 마비에 직장·학교·식당가 ‘멈췄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KT에 따르면, KT 유무선 통신망은 이날 오전 11시 20분쯤부터 서울,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제주도 등 전국에서 장애를 보였다. KT 이동전화와 인터넷, IPTV, 결제 서비스 등은 정오를 지나 오후 12시 45분까지 중단됐다. 전국에 있는 KT 가입자가 불편을 겪었다. 이같은 장애는 정오 이후 점진적으로 복구됐다.

장애가 발생한 시간은 1시간 20여분이지만, 피해 범위는 넓었다. 전국에 있는 KT 가입자는 카카오톡 등 메신저 앱 사용은 물론, 인터넷 연결이 되지 않았다. 직장은 물론, 음식점, 학교 등 인터넷 망을 이용하는 많은 곳에서 피해를 겪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온라인으로 시험을 보다가 중단돼 사유 메일을 보냈다", "재택 중 갑자기 인터넷이 안 돼 업무가 중단됐다"는 등 피해 사례가 올라왔다.

KT 가입자인 A씨는 IT조선과의 전화 통화를 통해 "집 인터넷과 TV, 핸드폰까지 모두 KT 것을 사용한다"며 "이번에 서비스가 다 먹통이 돼 혼란스러웠다"고 전하기도 했다.

KT 인터넷망을 쓰는 전국 식당과 카페, 편의점 등은 점심 시간대에 불통 사태를 겪으며 큰 혼란을 겪었다. 카드 결제가 되지 않아 현금 결제와 계좌이체 방식을 대신 이용하는 등 불편이 있었다. 이마저도 어려운 경우에는 고객이 사려 했던 물건을 두고 돌아가기도 했다. 배달의민족 등 일부 배달 앱 역시 서비스 오류에 따른 손실을 겪었다.

금융권도 피해를 봤다. 복수망을 운영하는 주요 시중은행의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키움증권 등 증권 업계에선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등에서 장애가 발생해 매도 주문이 체결되지 않는 등 문제가 있었다. 업비트 등 국내 가상화폐거래소도 같은 시간대 접속 장애가 발생해 원화 입출금 등에서 오류가 발생했다.

25일 오전 KT 인터넷 장애로 사이트 연결이 되지 않은 모습 / IT조선 DB
KT, 사고 발생 원인 번복…통신 업계 "어떤 이유든 비판 면하기 어려워"

KT는 이같은 네트워크 장애가 발생한 이유가 내부 시스템 오류 때문이라고 발표했다. 초기에는 인터넷 장애 발생 직후 정오쯤 외부 디도스 공격으로 장애가 발생했다는 입장을 한 차례 밝혔지만, 두 시간 만에 사유를 번복했다.

디도스는 분산 서비스 거부 공격(Distribute Denial of Service, DDos)의 영문 약자다. 서버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보다 많은 정보를 한꺼번에 보내 과부하로 서버를 다운시키는 사이버 공격 유형이다. 외부에서 KT 서버를 공격할 때 발생하는 문제다.

KT 측은 오후 2시 이후 "초기에는 트래픽 과부하가 발생해 디도스로 추정했으나, 면밀히 확인한 결과 라우팅(네트워크 경로 설정) 오류로 원인을 파악했다"며 "정부와 더욱 구체적인 사안을 조사하고, 파악되는 대로 추가 설명을 드리겠다"고 밝혔다.

통신 업계에선 외부 디도스 공격이든 내부 라우팅 오류든 상관없이 KT의 험로가 예상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인재(人災) 가능성도 거론된다.

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 업계는 장비나 시스템에 고장이 나더라도 즉시 인터넷을 보호 복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한다"며 "단순 라우팅 오류로 이렇게까지 문제가 심각하게 나타나진 않는다"고 말했다.

디도스 공격으로 전국 단위로 네트워크 마비 사태가 확산하는 것 역시 보통 발생하기 어려운 사례인 만큼 KT가 문제 원인을 밝히는 데 신중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KT 가입자들 역시 비판 행보를 더한다. 올해 초 한 차례 논란을 빚은 KT 인터넷 품질 저하 사태를 거론하며 기간통신사업자인 KT 인터넷 품질에 의문을 표하는 의견이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 등에서 늘고 있다.

KT는 4월 통신 장비 설정 작업 중 직원 실수로 최대 10기가비피에스(Gbps)급 속도를 지원하는 인터넷 상품을 100분의 1 수준인 100메가비피에스(Mbps)급으로 제공해 비판을 받았다. KT는 이같은 문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총 5억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받았다.

세종시에 있는 과기정통부 건물 / IT조선 DB
KT, 전국 단위 피해 보상할까

통신 업계와 소비자는 전국 단위에서 인터넷 장애가 발생한 만큼 KT의 다음 행보를 주목한다. 막대한 피해가 발생한 만큼 보상을 하지 않겠냐는 것인데, 사실상 보상안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KT 약관에 따르면, 이동전화와 초고속인터넷 등 서비스 가입자가 연속으로 3시간 넘게 서비스를 받지 못할 때 KT가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25일 장애가 발생한 시간이 1시간 25분쯤인 것을 고려하면, 약관상 배상까지 할 수준은 아니다.

약관과 별개로 보상이 지급된 사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KT는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에서 발생한 화재 후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당시 개인에겐 1개월 치 요금을, 1만2000명의 지역 소상공인에겐 최대 12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통신 업계에선 KT가 이번 인터넷 장애에 대한 보상을 해줄 경우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본다. 피해 사례를 수집해 보상 범위를 구체화하는 일 역시 쉽지 않다.

과기정통부는 이날 KT 인터넷 장애가 전국 단위로 발생한 오전 11시 56분 정보통신사고 위기 경보를 ‘주의’ 단계로 올렸다. KT와 함께 대응반을 꾸려 문제 원인을 찾고 재발 방지 대책 등의 후속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안전기획과 관계자는 "문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별도 대응반을 꾸려 KT와 협의 중에 있다"며 "(원인을) 파악하는 대로 발표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인터넷 장애 원인에 외부 디도스 공격을 두고 입건 전 수사(내사)를 진행하고 있다. KT 본사가 있는 경기남부청 사이버수사대는 과기정통부, 한국인터넷진흥원과 KT 피해 및 공격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T조선 뉴스레터 를 받아보세요! - 구독신청하기
매일 IT조선 뉴스를 받아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