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계열사의 공공 SW 사업 참여를 돕는 ‘패스트 트랙' 제도가 있지만, 실제 제한 완화 효과는 미미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긴급 발주가 필요한 경우에만 대기업 참여 제한을 열어준 만큼, 실제 수주 증대 효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대기업 시스템통합(SI) 부문 계열사를 비롯한 IT 계열사들은 패스트트랙에 대한 기대 대신 올 하반기와 2022년에 있을 대형 공공 SW 사업에 더 관심이 크다.

시스템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시스템 이미지/ 아이클릭아트
25일 IT서비스 업계 등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제한'에 대한 큰 기대가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백신예약시스템 등 국가적으로 긴급발주가 필요한 SW사업의 대기업 참여제한 예외 심의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제도를 연내 도입한다고 밝혔다. 12월 고시를 개정할 예정이다.

IT서비스 업계 한 관계자는 "패스트트랙 제도는 본 사업과 전혀 연관도 없을뿐더러, 남이 만들어놓은 시스템을 새롭게 살펴보고, 해결하지 못할 시 책임에 대한 리스크(위험)까지 떠안아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득 될 게 없는 제도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업이 공동수급인으로 참여 가능한 부분인정제 역시 중소·중견기업들이 해결하지 못하는 어려운 부분(아키텍처 설계 등)만 대기업에 맡기겠다는 것인데, 20%밖에 참여하지 않는데 사업이 잘못됐을 때 책임은 결국 대기업의 몫이 된다"며 "패스트트랙 역시 내년에 가봐야 알겠지만, 기존 규제가 완화했다는 것을 체감하기 어려울 듯하다"고 말했다.

다른 IT서비스 업계 관계자들도 정부 정책에 대한 언급을 조심스러워 하지만, 패스트트랙제도에 대한 큰 기대가 없는 것은 공통된 의견을 내비쳤다. 대부분 대기업 참여 제한이 없는 대형 공공 SW사업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최근 1000억원 이상 규모의 대형 SW 사업 입찰 공고가 속속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법무부의 차세대 형사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사업 공고가 21일 새롭게 올라왔다. 앞서 20일 마감한 공고에 아무도 응찰하지 않아 유찰됐기 때문이다. 업계들끼리의 눈치싸움이 치열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해당 사업의 규모는 1310억원이다.

국민연금공단의 ‘국민연금 지능형 연금복지 통합플랫폼 구축’도 사업 최근 입찰이 마감됐다. 해당 공고도 추정단가가 107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사업이다.

아직 공고가 올라오지 않았지만 한국전력공사의 대규모 전사적자원관리(ERP) 사업도 SI 업계 내에서 관심이 뜨겁다. 한전의 사업은 ERP 솔루션 구매뿐만 아니라 하드웨어(HW) 등 시스템 구축 등까지 3000억원을 투입한다. 제안요청서(RFP)를 공지하기 전부터 국내외 업체들의 물밑경쟁이 치열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을 비롯한 관계사의 SAP ERP 편중 현상에 대한 지적이 있었던 만큼 국산 기업의 ERP를 활용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한 SI 업계 관계자는 "대형 공공SW 사업이라고 해서 무조건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며 "법무부의 경우 재공고가 올라와 입찰 참여 여부를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