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인터뷰] "미국 연방은행에 금괴 대신 비트코인이 있다면…"

서믿음 기자
입력 2021.10.27 06:00
영화 ‘다이하드3’에서 악당들은 미국 연방준비은행 금고를 습격해 1400억달러(약 164조원)의 금괴 탈취를 시도한다. 금괴가 불변의 가치재이기 때문인데, 만일 금고에 NFT(대체불가한 토큰)가 든 USB가 보관돼 있다면 어떨까.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이른바 암호화폐 말이다. 이런 것들이 금괴가 지닌 불변의 가치를 보유할 수 있느냐고? 책 『당신의 지갑을 채울 디지털 화폐가 뜬다』의 저자 이장우 한양대학교 글로벌기업가센터 겸임교수는 단호히 "그렇다"고 말한다.

금괴, 현찰 등이 지닌 검열저항성의 속성을 암호화폐가 공통적으로 지녔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미군이 철수한 아프가니스탄에 금융거래가 동결됐을 당시에도 인터넷망을 통한 비트코인 거래는 실시간으로 이뤄졌다. 이 교수는 이제 "암호화폐는 투기가 아닌 자산의 개념으로 인식되는 시기가 도래했다"며 "그 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 개념을 듣기 위해 통의동 역사책방에서 이 교수를 마주했다. 참고로 이 교수의 저서는 지난해 말 출간돼 현재까지 12쇄를 찍을 정도로 주목받고 있다.

이장우 교수
- 블록체인, 암호화폐를 아직도 낯설게 느끼는 사람이 있을 듯하다. 개념을 쉽게 소개해 달라.

"블록체인 하면 지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게 비트코인일 것이다. 사실 비트코인은 암호화폐, 가상화폐를 말하는 거고 블록체인은 화폐가 아닌 정보를 기록하는 기술을 뜻한다. 마치 인터넷이라는 환경 위에, 이메일이라는 정보를 주고 받을 킬러앱이 등장한 것과 비슷하다. 블록체인이라는 기술 위에 만들어진 킬러앱 중에 하나가 비트코인이라고 보면 된다."

- 암호화폐가 투기 수단으로 간주되는 경향이 있어 왔다. 최근 경향은 어떤가.

"이제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를 투기수단으로만 바라본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을 캐치 못하는 것으로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에는 특히 '디지털 자산'으로 바라보고 우리가 투자해야 할 새로운 자산군으로 보는 시각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국내는 특금법을 통해서 가상자산 사업자란 기준이 세워지고, 내년부터는 세금이 부과되는 등 제도권으로 들어오는 첫 발걸음을 땠다.

해외에서는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글로벌 자본시장의 중심인 나스닥에 상장되고, 비트코인 선물 ETF가 승인되는 등 기존 제도권으로 흡수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와 그로 인한 시장의 유동성이 많이 풀리면서, 디지털 세계가 급격히 성장하고 그 효과로 비트코인 등이 과열의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이것 역시 디지털화가 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 그럼에도 암호화폐에 투자해 돈을 잃었다는 사람들이 많다.

"안타깝다. 아마 단기투자 위주로 투자한 사람들이 많을텐데, 실제로 내가 매주 출연 중인 SBS 방송의 작가가 업비트에 100여만원을 투자했다. 1200원일때 샀는데 가격이 떨어지니까 30% 손해를 보고 손절을 했다. 더욱 안타까운 건 이게 다시 오른다는 거다. 결국 1만원까지 갔다. 단타 위주로 끊지 말고 오래 지켜 봐야 한다"

- 암호화폐 투자한 사람들 중에 하루종일 등락가만 쳐다보며 일희일비하는 경우가 많다. 단타의 유혹에서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듯하다.

"암호화폐 거래에서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그래서 지난 7월 ‘비트세이빙’이란 서비스를 런칭했다. 가상자산은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꾸준히 투자했을 때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비트세이빙은 저금통 개념으로 매일 1만원 남짓의 비용을 저금해 설정한 기한동안 수익을 얻게 하는 서비스이다. 7월에 베타서비스를 시작, 350여명이 참여해 400여개의 통장이 개설됐다. 최고 수익률은 92%를 기록했다."

- 비트코인, 테더, 리브라 등 너무 많은 디지털 화폐가 등장하고 있다. 향후 추세를 어떻게 전망하나.

"비트코인은 인플레이션 시대에 헷지수단으로써, 가치저장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머지 않아 금의 자리를 대체할것으로 예상한다. 사실 금 이상의 파괴력을 가진 자산이다. 비트코인을 자국의 법정화폐로 도입하는 국가가 이미 나타났다는것은 분명 시그널이다."

- 이더리움 같은 플랫폼 추세는 어떻게 보나.

"이더리움은 플랫폼이다. IOS와 안드로이드와 같은 플랫폼이다. 안드로이드가 그 기반의 수많은 디앱(dapp)이 나오면서 함께 자동 성장을 하듯이, 이더리움 역시 현재 나오는 대부분의 디앱(dapp)들은 이더리움 기반으로 서비스가 나온다. 디지털 세상에서 다양한 디앱이 등장할수록 이더리움은 더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다."

- 코로나 사태로 정부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수차례 이뤄졌다. 다만 본래 목적이 아닌 사치품 소비에 이용된 사례가 적지 않다. 디지털화폐를 이용하면 이런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고 하던데.

"디지털화폐는 프로그래밍된 돈이다. CBDC라 불리는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국가가 중심이 돼서 프로그래밍된 돈을 만드는 것이다. 즉, 원하는 장소, 때, 대상에게 쓰이게끔 충분히 컨트롤 할수가 있다.
CBDC와 비트코인이 같은 디지털화폐이긴 하지만 근본이 다르다. CBDC는 철저히 중앙화 돼 있고 비트코인은 철저히 탈중앙화 되어 있다. 그게 가장 큰 차이다."

- 스타벅스의 진짜 꿈이 비트코인 은행이라고 주장했다.

"스타벅스는 페이스북처럼 그들의 계획을 대놓고 공개한 적은 없다. 하지만 스타벅스의 행동들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스타벅스는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한 비트코인 거래소인 백트(bakkt)의 초기 파트너로 참여했다. 백트는 뉴욕증권거래소를 소유한 ICE(인터콘티넨탈 익스체인지)가 개발하고, 초기 파트너는 스타벅스 뿐 아니라 보스턴컨설팅그룹, 마이크로소프트의 벤쳐 캐피탈인 M12 등 굵직한 기관들을 초기 투자자로 참여시켰다. 현재 백트의 디지털 지갑을 통해 비트코인으로 스타벅스 커피를 결제할 수 있다. 현재는 국가 제한이 있지만 향후에 충분히 글로벌화를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웬만한 국가의 로컬은행의 수탁고와 맞먹는 수준의 고객 예치금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는 스타벅스 앱에 아무런 거부감 없이 돈을 충전하는 모습이 그리 어색하지 않다는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글로벌을 커피라는 매개로 연결하고 있는 스타벅스는 세계 각국의 통화로 날로 예치금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각국의 금융규제로 인해 통합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스타벅스는 그것을 연결할 수 있는 무언가를 항상 필요로 하고 있다. 2018년 10월에는 아르헨티나의 현지 은행인 뱅코 갈리시아와 파트너쉽을 맺고 스타벅스 매장에서 은행 업무를 볼 수 있는 '커피뱅킹'을 오픈했다. 아르헨티나는 법정화폐인 페소의 화폐가치 하락으로 국민들은 그들의 자산을 지키기 위해 비트코인 p2p 거래량이 글로벌에서 몇번째에 드는 나라이기도 하다. 앞으로 스타벅스가 어떤 형태로 비트코인을 그들의 서비스에 접목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하지만 무언가를 분명 할 것이라는 것을 생각해 볼수 있다."

- 비트코인의 ‘검열 저항성', 다시 말해 거래 내역을 감시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받는다.

"비트코인의 검열저항성과 비슷한 속성을 가진 것이 현금이다. 개인간에 현금을 주고 받을 때는 누구의 통제와 컨트롤을 받지 않는다. 그래서 지하자금을 거래할 때 현금과 같은 실물을 활용한다. 비트코인이 현금과 다른 점은 비트코인의 거래내역은 2009년 비트코인이 첫 탄생할 때부터 모든 거래내역이 지갑 주소 기반으로 (거래소를 통한 거래의 경우) 추적이 가능하다. 게다가 공개된 장부이기 때문에 모두가 확인할 수 있다. 이게 현금과 다른 속성이다. 이 점으로 인해 수사기관은 오히려 비트코인으로 불법행위를 했을 때 추적을 통해 범인을 잡을 수 있는 확률이 높다."

- 디지털 위안화는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와 무엇이 다른가.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화폐다. 비트코인은 민간이 발행한 디지털화폐다. 그리고 디지털 위안화는 법정화폐처럼 가격변동이 없도록 설계되어 있다.하지만 비트코인은 가격이 변동하기 때문에 투자자산으로도 인식하게 된다. 위 자산의 가장 큰 특성은 탈중앙성의 여부에 있다고 볼 수 있다."

- 탈중앙화된 금융, 다시 말해 ‘디파이(De-fi)’와 관련해 향후 상황을 어떻게 예측하는가.

"탈중앙화된 분산금융시장은 2019년부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메타버스와 같은 디지털공간에서 자산으로 활용될수 있는 NFT 마켓이 크게 성장하면서, De-fi와 결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디파이는 금융혁신의 역사 관점에서 보면 흥미롭다. 우리는 전통금융에서 핀테크가 출현하는 모습을 봤다. 오프라인 뱅킹에서 일반은행의 모바일 뱅킹으로의 전환이었던 1차 핀테크시대, 그리고 토스, 카카오페이와 같이 간편 송금,전송이 담긴 2차 핀테크시대를 경험했다. 1, 2차 핀테크는 금융 거래 방식과 새로운 금융사업자의 탄생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3차 핀테크는 새로운 결제수단의 등장으로 볼 수 있다. 블록체인 핀테크이다. 여기 디파이(De-fi)는 한단계 더 나아가 4차 핀테크시대라 칭한다. 가상자산이라는 새로운 지급 결제수단에 더해서 탈중앙화된 금융을 표방하는 시장이다. 즉 현실 화폐나 금융경제와 연결되지 않고도 블록체인 네트워크 상에서 그 자체로 금융인프라를 만들수 있다."

서믿음 기자 mese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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