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 VS 동일’ 메타버스 법안 두고 게임 업계·정치권 상반된 시선

박소영 기자
입력 2021.10.28 06:00
메타버스 시장이 커지면서 메타버스 관련 법안을 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 게임과 분리된 메타버스 단독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입장이 주류로 번지고 있어 게임 업계 고민이 깊어진다. 단독 법안이 나올 경우 메타버스 속 게임물에 대한 등급분류 문제 등 게임법과 충돌할 가능성도 제기되기 때문이다. 업계는 대화의 장을 열어 메타버스와 게임이 다르다는 정치권 주장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정치권 "플랫폼은 콘텐츠와 동일하지 않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치권이 메타버스 관련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다만 게임과 메타버스를 분리해야 하느냐를 두고 업계와 정치권 의견이 갈리고 있다. 이는 메타버스 속 위험 요소가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중 가장 널리 사용되는 네이버 제페토에서는 스토킹, 성희롱, 유사성행위에 준하는 경범죄가 발생해 물의를 빚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이유로 ▲청소년 유해 콘텐츠 노출 및 성범죄 ▲이용자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소유권 문제 ▲메타버스 환경 속 광고 노출 문제 ▲아바타에 인격권 부여 ▲대체불가토큰(NFT) 및 암호화폐 연동 등에 따른 상거래법과 관련 문제, 사기, 불법 투기, 해킹 등에 관한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예를 들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은 기술, 개인, 공적 영역 등 세분화 된 분야에서 추진해야 할 새로운 분류 체계 도입을 주장했다. 김 의원은 특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검토 필요성 제시하고 제언했다. 그는 가상세계형 게임이 존재하지만 점차 가상세계 플랫폼이 형성되고 진화함에 따라 가상세계와 게임을 분리해 재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제안했다.

앞서 국회입법조사처 역시 메타버스와 게임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메타버스는 게임이 아니며 일종의 플랫폼으로 특정 콘텐츠인 게임과 동일시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국내법 상 게임은 게임위 등급분류를 받아야 서비스가 가능하다. 그런데 로블록스의 경우 등록된 게임수 4000만개 이상으로 각각의 게임을 다 등급분류 할 수 없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이런 이유로 메타버스에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을 직접 적용하는 것은 어려울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한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게임과 분리해서 메타버스 관련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클릭아트
업계 "게임은 메타버스의 시작이자 종착역"

업계는 메타버스에서 게임을 떼어 내려는 정치권의 움직임에 반발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메타버스가 도입되지만 메타버스 시작은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게임이 메타버스의 본질을 가장 잘 나타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게임을 분리해 별도의 메타버스 법안을 만든다면 메타버스를 주도하고 있는 게임에 새로운 규제가 될뿐 아니라 메타버스 산업 전체에도 긍적적인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산업 전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것이라는 이야기는 과거 증강현실·가상현실(AR·VR) 등 실감 콘텐츠 시장의 사례로 인해 나온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AR·VR 시장이 막 떠오르던 초기에 기술력 만으로는 산업화가 어렵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들은 상업화가 쉬운 게임과 AR·VR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게임과 AR·VR을 분리해 산업을 이끌었고, AR·VR 시장은 한동안 정체기를 겪다가 메타버스 논의가 나오며 다시 발전을 이루고 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중앙대 교수)은 "메타버스가 AR·VR 시장의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비즈니스 모델(BM)에 대한 고찰을 해야 한다"며 "이때 게임이 메타버스와 결합했을 때 나오는 시너지 효과가 있으므로 게임을 메타버스의 BM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제페토 역시 플랫폼에서 한발 나아가 게임적 요소를 결합하려고 사업 방향을 틀고 있다. 위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플랫폼 사업 만으로는 성장이 안된다는 걸 파악한 것이다"라며 "민간기업도 게임의 중요성을 통감하는데 국회나 정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게임을 BM으로 삼았을 때 나오는 긍정적 효과는 블록체인 시장의 사례에서 잘 나타난다. 블록체인 산업 역시 지금의 메타버스와 마찬가지로 성장성과 가능성만 제기되던 시장이었지만 안정화를 위해 게임을 일종의 기폭제로 사용했다. 위메이드는 자체 개발 가상화폐 위믹스(WEMIX)를 게임 지식재산권(IP)에 결합시켜 해외 시장에 선보였고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업계는 메타버스 게임을 일일히 등급분류할 수 없다는 국회입법조사처의 주장도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현실적으로 봤을 때 메타버스 게임은 수가 워낙 많은 탓에 게임위가 개별적으로 등급을 내주기는 어렵다. 다만 업계 다수 관계자는 "구글플레이, 앱스토어 등 앱마켓과 같은 자체등급분류 사업자에 위탁하거나, 게임사 자체적으로 자율등급제를 시행하는 쪽으로는 충분히 등급분류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업계는 상황 타계를 위해 포럼, 토론회 등을 계속해서 개최해 대화의 장을 만들고 목소리를 내면서 정부, 정치권과 합의를 도출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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