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혁신 방향이 메타버스로 옮겨지고 있다. 금융권은 은행을 필두로 메타버스 간편결제 서비스와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전문가 사이에서 ▲생체인증 ▲사설인증서(PKI) ▲은행업무 ▲포스(POS) 단말기 결제 등 금융 업무 전반이 메타버스 속 세상에서 가능하지 않겠냐는 예측이 나오기 시작한지 불과 몇 달만의 일이다.

신한은행 메타버스 공간에 구축된 ‘GS25 X 신한은행 혁신점포’ 개점식. / 신한은행
신한은행 메타버스 공간에 구축된 ‘GS25 X 신한은행 혁신점포’ 개점식. / 신한은행
신한·농협 공격적으로 메타버스 사업 추진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이 마이데이터를 구축하는 디지털 혁신에 이어 메타버스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신한은행은 올해 하반기 비금융 콘텐츠와 연계한 메타버스 독자 생태계 구축키로 했다. 메타버스 공간에 은행지점, 환전소, 대학교, 스토어, 회의실, 경매장, 게임 공간을 입점시켜 고객이 새로운 경험을 체험하는데 몰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과 손잡고 메타버스 내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일례로 신한은행은 LG유플러스, 가상현실(VR) 전문 콘텐츠 개발사 맘모식스와 협력해 숙명여대에 메타버스 캠퍼스 1호를 구현할 예정이다. 메타버스 공간은 맘모식스가 개발한 게임 플랫폼 ‘갤럭시티’를 기반으로 구현했다. 갤럭시티의 아바타 디자인, 아이템, 아바타 생성, 채팅 기능을 활용했다. 신한은행은 학생 아이디와 계좌를 연계해 메타버스 내 간편결제가 가능하게 서비스를 추진할 계획이다.

농협은 계열사 전체가 메타버스 사업에 적극이다. 손병환 회장은 메타버스 타운홀 미팅을 개최하고 임직원에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과 사업화 추진을 주문했다. 농협은 디지털전략부에 TF설치하고 농협은행과 NH투자증권에 자체 메타버스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여기에 ‘NH독도버스(가칭)’를 내년 3월 1일 오픈한다. 금융과 게임이 융합된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고객은 이곳에서 독도 주민증을 발급받아 땅(스퀘어)을 구입해 집과 건물을 지을 수 있다. 낚시와 농사, 침입자 물리치기 등의 다양한 미션(퀘스트)을 수행해 보상(포인트 등)을 얻을 수 있다. 미션을 통해 얻은 포인트는 가상 금융 센터인 ‘메타버스 브랜치’에 예치 가능하다. 농협은행의 모바일 플랫폼인 올원뱅크와 연동해 금융상품 가입부터 꽃 선물, 핫딜, 기프티쇼 구매 등 생활금융 서비스 역시 이용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메타버스 사업을 펼치면 미래 우량 고객인 MZ세대 잡을 수 있다"며 "또 비대면이 일상생활에 녹아들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경쟁이 일어나고 있는데 메타버스를 이용해 고객의 니즈를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블로그 갈무리
/페이스북 블로그 갈무리
플랫폼에 먹거리 뺏길까 우려

금융권이 메타버스에서 결제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움직임은 플랫폼 기업에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나온다.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대표(CEO)는 페이스북을 차세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사명 변경을 추진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다수 외신은 그가 특히 메타버스 시장에서 선점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 사업 확대와 함께 지난달 노비(Novi)라는 이름의 디지털 지갑을 출시할 준비를 마쳤다. 노비에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블록체인 기반의 결제용 화폐 디엠(Diem)으로 결제 시스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디엠은 페이스북이 2019년 공개한 리브라 프로젝트를 변경해 발행하는 스테이블 코인이다. 노비가 완성되면 페이스북이 향후 구축할 메타버스 생태계가 금융 영역까지 공고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플랫폼 중에선 네이버가 시장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 네이버가 구축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2억명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거대 시장이 됐다. 국내외 기업은 앞다투어 제페토 내에 입점하고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네이버가 지금은 금융사와 제휴해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향후 개인 금융계좌 정보를 확보하게 될 때의 우려가 나온다. 금융 서비스와 네이버가 서비스 하는 다른 분야와 결합은 시간 문제라는 예측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입장에서는 우회적이지만 이미 금융 시장에 진출한 네이버가 두려울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권이 결제 주도권을 플랫폼에 뺏기면 향후 실물경제 흐름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형태로 변모해 가상세계로 넘어갔을 때 입지가 흔들릴 수 있다"며 "금융권이 제페토 등 기존 메타버스 플랫폼에 의존하기 보다는 자체 플랫폼에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