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게임사와 가상자산 거래소의 유기적 결합이 기대된다. 김정주 넥슨 창업자가 코빗 투자를 단행한 지 4년이 지난 최근 중견 게임사가 하나 둘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게임과 가상자산 모두 확장현실의 주요 요소라는 점에서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분야에서 사업자 간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가상자산 시장이 이제 막 제도권에 진입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업계는 사업자간 균형 있는 발전과 경영진의 충분한 합의, 시장과 리스크에 대한 이해와 대비가 필수라고 조언한다.

넥슨-코빗 독립경영 지속…김정주 리더십 관건

넥슨은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게임사다. 28일 기준 시가총액 18조4561억원으로 크래프톤의 뒤를 잇고 있다. 상반기 매출규모 7432억원, 지난해 말 기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7조2586억원에 달한다. 코빗이 넥슨으로부터 아낌없는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김정주 넥슨 창업주가 가상자산 시장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온 것도 사업 시너지에 기대감을 높였다. 김정주 창업주는 비게임 산업에 투자를 늘이던 중 2017년 9월 912억5000만원으로 코빗의 주식 65%를 확보했다. 이듬해 10월 비트스탬프를 인수하고 올해에는 비트코인을 매수하며 가상자산 분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정작 양사는 눈에 띄는 교류나 사업 연계는 아직 없는 상황으로 철저한 독립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다만 코빗이 신고수리를 마치고 제도권에 진입해 규제 리스크를 줄였다는 점에서 모회사의 지원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분석이다.

가상자산이 폭락해 시장이 침체기에 있던 2018년과 2019년 코빗이 순손실을 냈지만 넥슨이 최대주주를 유지한 점도 고무적이다. 김정주 창업주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빠르게 진행돼 코빗이 적잖은 수혜를 입을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코빗 관계자는 "신한은행 메타버스를 컨트롤한 넥슨 출신 개발자들이 코빗타운을 만들었다"며 "가상자산 관련 사업을 할 때 자유롭게 의견 교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구체적인 사업 연계 계획은 아직 말할 단계는 아니지만 양사 간 유대관계가 깊어 언제든 자유로운 논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위메이드, 최소 투자로 빗썸효과 ‘톡톡’…지배구조 리스크 여전

위메이드는 빗썸 덕을 톡톡히 보는 모양새다. 위메이드가 출시한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P2E)’ 게임인 미르4가 해외에서 큰 인기를 끈 가운데, 빗썸에 간접 투자를 결정하면서 기업가치가 크게 상승했다. 위메이드는 800억원을 투입해 빗썸코리아의 단일 최대주주인 비덴트의 주식 15.5%를 확보하게 됐다. 이를 기반으로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빗썸코리아 사내이사로 내정돼면서 경영에도 본격 참여할 예정이다.

7월 초 5만원대를 기록하던 위메이드 주가는 8월부터 상승세를 보이더니 지난 27일 17만7000원으로 최고점을 찍었다. 위메이드 시가총액은 빗썸 투자를 결정한 7월 16일 9576억원에서 28일 5조3245억원으로 치솟았다. 빗썸이 주가 상승의 촉매제 역할을 한 셈이다.

다만 빗썸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같은 기간 장외주식 시장에서 빗썸 구주는 24만원에서 33만8000원으로 40% 상승한 데 그쳤다. 그동안 주요 주주사가 빗썸의 성장보다 빗썸 투자로 자사 몸값을 높이는 데 주력한 게 반영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가뜩이나 지배구조가 복잡한 데 주주사가 또 늘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장현국 대표의 선택지는 두 가지다. 빗썸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줄이거나 이를 능가할 사업 시너지를 내야한다. 28일 기준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빗썸 구주의 시가총액은 1조4300억원이다. 10%의 지분을 더 확보하려면 1400억원이 필요하다. 올해 상반기 기준 위메이드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812억원으로 지배력 확대는 쉽지 않다. 위메이드가 블록체인을 중심으로 빗썸과 동반성장을 노린다면 사업 시너지 확대가 답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위메이드 관계자는 "장현국 대표는 빗썸의 지배구조 리스크를 포함해 빗썸의 악재를 줄이고 강점을 살려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을 주력할 예정이다"라며 "위메이드의 블록체인 생태계 성장을 발판으로 빗썸과의 협력을 강화해 리스크를 최소화 하겠다"고 말했다.

게임빌, 코인원 사업파트너 합류…차명훈 주도 시너지 전망

게임빌은 종합 콘텐츠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메타버스와 대체불가능토큰(NFT),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코인원 투자도 이러한 과정의 일환이다. 게임빌은 총 944억원으로 38.43%의 지분을 매입해 코인원 2대 주주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게임빌은 지난 4월부터 꾸준히 코인원 투자를 늘려 왔다. 다만 구체적인 사업 계획은 내놓지 않았다. 게임빌의 주가가 5만원 대에서 최근 7만원 선으로 40% 가량 정도 상승한 것도 양사의 시너지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거나, 사업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코인원 매출이 게임빌 실적을 크게 넘어선다는 점에서 게임빌이 적지 않은 지분법 이익을 누릴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 기준 게임빌의 매출은 617억원, 올해 상반기 기준 코인원의 매출은 1238억원을 기록했다.

게임빌 합류는 코인원에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설립 7년 만에 사업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우군을 만났다는 평가다. 그동안 코인원은 데일리금융그룹(현 고위드)을 최대주주로 두면서 사업 시너지와 모회사 지원을 기대하지 못했다. 되레 수백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빌려줬지만 회수하지 못해 손해를 본 케이스다.

업계 관계자는 "차명훈 코인원 대표가 지분율 54.5%로 최대주주 자리를 확보하면서 오너십을 굳혔다는 게 다른 사업자와 차이"라며 "주도적으로 협상을 끌어가 자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