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1995~2012년생) 가치소비 수요가 ‘스니커즈'로 몰린다. Z세대는 자신들이 태어나지도 않았던 1980년대 한정판 스니커즈에 열광하고, 제품 구매에 7000만원이 넘는 거금을 쾌척한다. 유통업계는 Z세대의 한정판 스니커즈에 대한 열정이 재테크 수단과 한정판 수집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문화'라고 평가한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는 28일 서울 삼성동 스타필드 코엑스몰에 오프라인 스니커즈 매장 ‘브그즈트랩(BGZT Lab)’을 열었다. 2월 더현대서울에 이은 2호점이다. 11월에는 명품 컨셉 오프라인 매장도 열 계획이다.

번개장터가 8개월만에 오프라인 스니커즈 매장 2호점을 연 이유는 1020세대의 폭발적인 수요를 확인한 영향이다. 더현대서울에 연 1호점의 경우 2월부터 9월까지 13만명이 넘는 소비자가 다녀갔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파트너사 매출을 공개할 수 없지만 꽤 높은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최재화 번개장터 부사장이 한 족에 3900만원인 마이클 조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조던1 하이2013’을 손에 들고 있다. / 김형원 기자
최재화 번개장터 부사장이 한 족에 3900만원인 마이클 조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조던1 하이2013’을 손에 들고 있다. / 김형원 기자
한정판 스니커즈 매장 매출은 높을 수밖에 없다. 한 족에 수십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가격 덕이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더현대서울 1호점의 한정판 스니커즈 코너 객단가는 80만~100만원이다. 한정판을 제외한 일반 모델의 경우 35만원선에 거래된다.

2호점 매장 입구에 진열된 나이키 ‘조던1’ 시카고 컬러 6족 가격은 1억1000만원이다. 한정판 스니커즈의 ‘끝판왕'이라 평가받는 마이클 조던의 친필 사인이 새겨진 ‘조던1 하이2013’의 경우 1족 가격이 무려 3900만원이다. 번개장터를 통해 거래된 가장 비싼 스니커즈는 ‘나이키 x 스테이플 덩크 SB 로우 NYC 피죤’으로 7000만원에 달한다.

한정판 스니커즈 열풍에는 Z세대의 ‘스니커테크(스니커즈 + 재테크)’도 한몫했다. 번개장터에 따르면, 지난해 구하기 어려웠던 스니커즈에 최근 웃돈을 얹어 되파는 스니커테크 붐이 상당하다. 스니커즈는 2020년 번개장터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된 품목에 이름을 올렸다.

Z세대가 럭셔리 명품이 아닌 신발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재화 번개장터 부사장은 스니커테크가 아닌 Z 만의 새로운 ‘문화'에 해답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재화 부사장은 "1980년대에 태어나지도 않은 Z세대가 그 시대를 풍미한 스니커즈에 열광하는 이유는 세대를 관통하는 스포츠 문화에 있기 때문이다"며 "그들은 1980년대 스니커즈를 통해 TV속에서나 봤던 스포츠 경기의 흥분을 공유한다"고 말했다.

Z세대가 대표적인 세대관통 아이템으로 평가받는 ‘레고(LEGO)’가 아닌 ‘스니커즈'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최 부사장은 "스포츠 문화를 향유하는 인구 수가 레고 인구보다 더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스포츠는 진입 장벽이 낮고 누구나 즐길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 부사장 분석대로 스니커즈 리셀 시장은 세계적으로 급상승세를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코웬앤드컴퍼니는 글로벌 스니커즈 리셀 시장이 2025년 7조원(60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통업계는 국내 한정판 스니커즈 리셀 시장 거래 규모가 5000억원 수준일 것으로 추산했다.

국내 e커머스 업계도 스니커즈 리셀 시장 개입에 나섰다. 네이버는 자회사 스노우를 통해 스니커즈 리셀 플랫폼 ‘크림'을 선보였고, 패션 플랫폼 무신사도 ‘솔드아웃'을 통해 스니커즈 리셀 시장에 뛰어들었다. 유통업계는 Z세대의 한정판 소비 패턴이 소유에서 경험으로 옮겨가고 있고, 이에 맞춰 재테크 수요도 형성되고 자본력을 갖춘 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든만큼 스니커즈 리셀 시장 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것으로 예측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