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비트코인(BTC) 선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연달아 상장되면서 국내서도 관련 상품이 출시될 지 기대감이 높아진다. 국내 자산운용사가 관련 상품을 출시하게 되면 기존에 가상자산에 투자하지 않은 이용자가 주식 등에 투자하던 방법 그대로 비트코인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가 출시되려면 정부 차원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가상자산을 금융 투자 상품으로 인정한다는 전제가 깔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ETF는 금융상품이다. 주식과 마찬가지로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를 통과해야 거래가 가능하다. 자산운용사는 우선 한국거래소를 방문해 출시하려는 상품을 설명해야 한다. 상장 심사 신청이 가능한 지 확인하는 절차다. 운용사는 출시가 가능하다는 확약을 받아야 정식으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다.

비트코인 ETF 상품이 거래소로부터 확약을 받을 수 있을 지 여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비트코인 ETF 상품이 나온다 하더라도 한국거래소가 이를 심사할 수 있을 지는 누구도 답하지 못할 듯 하다"며 "정부가 비트코인 ETF를 허용하기로 하면 그에 따라 법령이 정비되고 부처가 움직인다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처는 정부 기조에 따라 절차적인 부분을 진행할 뿐이다"라며 "비트코인 ETF 출시는 정부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관련 상품을 투자 가능 상품으로 보고 거래를 허용키로 한다면 그에 따라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상자산 투자 상품에 대한 정부 입장은 정무위원회 소속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발의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검토보고서에서 확인할 수 있다. 권은희 의원은 지난 7월 자산운용사의 가상자산 투자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법안은 가상자산을 대체투자 자산과 같은 것으로 취급하자는 내용이 담겨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은 시세 변동성이 크고 투자대상자산으로서의 재산적 가치 여부도 불분명하다"며 "펀드 편입을 제도적 명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가상자산 제도 전반에 대한 글로벌 논의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국회 논의가 진행 중이므로 해당 논의 경과를 보아가며 제도화 여부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행법상 펀드의 투자 대상자산은 재산적 가치가 있는 자산에 한한다. 개정안은 가상자산을 특별자산에 포함하려는 것으로 풀이되는데,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 재산적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정무위원회 자본시장법 개정안 법안심사 과정에서 이러한 입장을 피력할 전망이다. 통상 국회는 법안 검토 과정에서 관련 부처를 불러 의견을 듣는다. 법안소위 주로 여야 협의에 의해 진행되는데, 만약 여당 측이 금융위의 입장을 대변해 가상자산 펀드 출시가 시기상조라는 의견을 내면 법안 통과는 어려워 진다. 여당이 정부를 설득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회에 따르면 국정감사가 끝난 지 얼마 안된 데다 예산안 심사가 정해져 있어 당장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다룰 법안소위 일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금융위원회도 가상자산 사업자에 자금세탁방지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특정금융법(이하 특금법) 상 신고수리에 주력하고 있어 다른 사안을 들여다 볼 여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정무위 여야 간사가 협의한다면 일정을 잡은 후 법안을 상정할 수 있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여야 간사실에서 가상자산 펀드 출시를 주요 현안으로 보고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판단하면 일정을 잡아 법안을 상정한다"며 "11월 의사일정과 법안소위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설맹했다. 국회 정무위 간사는 김병욱 더불여민주당 의원,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다.

권은희 의원은 "현행법상 국내에서 비트코인 ETF를 출시한다고 해도 위법은 아니다"라면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러한 규제 불확실성을 없애고 자산운용사가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자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선물 기반의 비트코인 ETF를 승인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며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ETF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해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고, 또다른 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조아라 기자 arch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