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금 플레이에 질린 게임 이용자들이 플레이투언(P2E, Play to Earn) 게임으로 몰리고 있다. 그동안 플레이투윈(P2W, Play to Win) 방식에서는 원하는 아이템을 얻기 위해 많은 돈을 써야했지만, P2E 구조에서는 오히려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P2E 게임을 출시하겠다고 선언하는 게임사가 늘면서 점차 P2E 게임 사업에 뛰어드는 게임사가 늘어날 전망이다.

/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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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금 유도 질렸다" 이용자 친화적인 P2E 갈아타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게임 이용자들이 과거 주류였던 비즈니스 모델(BM) 페이투윈(P2W·Pay to Win) 방식이 아닌 P2E에 열광하고 있다. P2W 방식은 게임에서 승리하는 데 필요한 아이템 등을 현금으로 구매하게 유도하는 게임구조를 의미한다.

올해 게임업계 최대 이슈였던 과금 유도 방식인 ‘확률형 아이템’은 대표 P2W 방식 구조다. 일정한 확률에 따라 아이템이 나오는 시스템으로 이용자는 원하는 아이템을 얻을 때까지 비용을 지불한다. 아이템을 사야 캐릭터 성장에 유리한 구조로 게임 BM이 짜여있기 때문이다.

반면 P2E는 게임 내 재화를 모아 게임 속에서 가상자산으로 교환할 수 있는 구조다. 쉽게 말해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다. 가상자산을 현실 화폐로도 교환할 수 있기 떄문이다.

게임 이용자들은 P2E 게임이 이용자 친화적이라고 본다. 게임사는 이용자가 코인 교환할 때 발생하는 일정 수수료 정도만 수취하고 대부분의 이익을 이용자와 나눈다. 그동안 과금을 유도했던 P2W과 달리 적은 돈을 투자해 돈을 벌 수 있다는 구조로 이용자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플레이투언으로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며 "앞으로 더욱 체계화 된 방식으로 서비스 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 스카이피플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 스카이피플
NFT로 아이템·재화 만들어

NFT 기반 블록체인 게임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게임사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이들 기업의 P2E 구조는 게임에서 획득한 아이템이나 재화를 NFT로 변환하는 형태다.

대표적으로 블록체인 게임 기업 스카이피플이 출시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은 이용자가 NFT 기술을 활용해 게임 아이템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다. 최근 스카이피플은 새로운 슬로건과 함께 P2E 기업으로의 도약을 예고했다.

박경재 스카이피플 대표는 "유저가 일방적으로 돈을 쓰는 시대는 끝났다"며 "게임사와 이용자 모두 윈-윈(Win-Win) 할 수 있는 새로운 생태계를 위해 힘쓰겠다"고 밝혔다.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플랫폼 플레이댑은 세계 170여개국에서 서비스 하는 게임 ‘신과함께’에 P2E 전용 서버를 열었다. 플레이댑은 P2E 모델로 NFT 스테이킹, 이용자 참여 보상, 이용자간 대결(PVP) 3가지 방식을 제공한다.

이 중 NFT 스테이킹은 일정 기간 NFT를 예치하고 이자나 보상을 리워드 형태로 받는 시스템이다. 플레이댑 관계나는 "NFT 스테이킹 시스템은 해당 NFT의 가치를 높이고 어뷰징 이슈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장치다"라고 설명했다.

위메이드는 ‘미르4’ 글로벌에 블록체인 기술 유틸리티 코인 ‘드레이코(DRACO)’와 NFT를 적용했다. 이용자는 게임 내 재화인 흑철을 드레이코로 토큰화 해 위믹스로 발행할 수 있다. 또 게임 캐릭터를 NFT화 해 위믹스 월렛의 마켓에서 거래할 수 있다.

위메이드트리 관계자는 "미르4 글로벌은 이용자의 보유 가치를 제고하고 새로운 토큰 이코노미를 만들어 냈다"며 "메타버스의 중요 요소인 통화와 이를 뒷받침하는 이자, 배당 생태계를 게임에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선 베트남 스타트업 스카이 매비스가 만든 ‘액시인피니티’가 인기를 끈다. 액시인피니티는 캐릭터인 액시를 교배해 다른 개체로 만들고 거래하는 형식의 게임이다. 이용자는 이 과정에서 토큰을 얻게 되고 그렇게 생긴 재화는 이더리움과 교환 가능하다. 지난 10월 액시인피니티가 벌어들인 수익은 1억7638만달러(약 2059억원)로 1년 총수익은 약 2조원에 달한다.

이밖에도 랜덤 다이스로 유명한 111% 역시 신 사업으로 P2E을 낙점하고 올해 안에 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다. 크립토를 모르는 게이머나 비게이머까지도 쉽게 게임을 시작하고 P2E만의 색다른 재미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캐주얼 게임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블록체인 기반 게임의 대중화는 물론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각종 규제로 한국 내 NFT 기반 게임 확산 어려워

다만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사행화 우려를 이유로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등급 부여를 거부해왔다는 점은 국내 시장에서 NFT 기반 게임의 확산에 걸림돌로 지적된다. 앞서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은 NFT 기능을 게임에 적용해 등급분류 결정이 취소됐다. 스카이피플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의 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하자 가처분·행정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스카이피플이 제기한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결국 서울행정법원이 인용했지만 아직도 숙제는 남았다. 국내에 제대로 된 법안이 없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시장 수요는 많지만 결국 국내 게임사는 해외 서비스만 계획하고 있다"며 "빨리 명확한 법이나 규제가 만들어져야 국내 자산을 해외로 유출시키는 실수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