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임진왜란 발발 이전 출생작가들의 작품의 경매데이터 분석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임진왜란은 조선 선조 25년(1592년)부터 31년(1598년)까지 두 차례에 걸쳐 우리나라를 침입한 일본과의 싸움이다.

당시 조선은 정치적으로 연산군 이후 명종에 이르기까지 경험한 4대 사화와 훈구 세력과 사림 세력 간에 지속된 정쟁으로 중앙 정계가 매우 혼란했다. 이에 더해 군사적으로도 조선 초기에 설치된 국방 체제가 붕괴되어가고 있었다.

7년에 걸친 두 차례의 왜란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일본으로 포로로 끌려가고 다수의 난민이 발생했고, 조선의 경제 생산력이 저하되고 피폐해졌다.

임진왜란은 조선사회에 엄청난 사회, 경제적 변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임진왜란을 기점으로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경매거래 데이터를 분석해 보려 한다.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작품은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23명의 작가의 44작품이 45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특이한 점은 2005년 9월 28일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서울옥션이 주최한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거래된 탄은 이정의 설죽도가 7800만원에 낙찰된 이후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작품들은 최소한 서울옥션과 K-옥션 오프라인 경매에는 출품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는 조선 전기 작품 자체가 많이 남아있지 않아 물리적 수량이 얼마 안 되어 경매에서 거래될 만한 물건이라면 국내 경매시장이 시작했던 초기에 이미 다 거래되었을 확률이 높다. 불교 미술의 경우 사찰 소유물이 많고 회화의 경우는 정말 유명한 작가들의 작품들이거나 진품으로 가려지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 작품들의 소유자들은 더 이상은 경매에 다시 내놓을 동기가 없을 수 있다.

1999년부터 2005년까지 거래된 이 작가들의 작품 낙찰가 평균은 약 2253만원이었고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위에서 언급한 2005년 9월 28일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서울옥션이 주최한 ‘근현대 및 고미술품 경매’에서 7800만원에 낙찰된 탄은 이정의 설죽도이다.

자는 중섭 (仲燮) 호는 탄은 (灘隱)인 이정은 조선 중기의 묵죽화가이다. 신위와 유덕장과 함께 조선시대 3대 묵죽화가로 꼽히기도 한다. 묵죽은 사군자의 하나인 대나무를 소재로 수묵으로 그린 그림을 뜻한다.

현존하는 조선 초기 묵죽화들은 대부분 대나무의 잎이 크고 줄기가 가는 특징을 보인다. 이에 반해, 이정은 잎과 줄기의 비율을 좀 더 보기 좋고 자연스럽게 그리면서 대나무의 특징인 강인함을 잘 나타내는 특징이 있다. 이정은 특히 굵은 통죽(대나무의 한 종류)을 잘 그렸다고 한다. 통죽의 마디를 양쪽 끝이 두껍게 강조된 둥근 선으로 마디의 하단부를 둘러 그렸다. 그렇게 묘사된 마디로부터 약간의 간격을 두고 아랫마디를 짙게 시작해서 점차 흐려지게 그렸는데, 이 기법은 조선 후기의 여러 묵죽화가들이 사용했다.

다음 표는 위 작가들의 작품의 연간 총 낙찰액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위 표를 보면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작품들은 2000년에 1300여만원어치가 거래되고 나서 2002년에 1500여만원의 거래가 있었고, 2004년에 1억2000만원, 2005년에 2억6000만원의 거래가 일어난 후 더 이상 거래가 없음을 알 수 있다.

경매 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가 발표되며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의 차이가 클수록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컨센서스 밴드의 크기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작품 가치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 추이를 나타낸다.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추정가를 최소 추정가로 나눈 컨센서스 밴드는 1.12에서 1.4 사이에서 변화했다. 다른 작품들에 비해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상당히 낮음을 알 수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임진왜란 이전 출생작가들의 작품의 경매데이터를 이용해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칼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하겠다.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도와준 아트파이낸스그룹의 데이터분석 담당, 류지예 팀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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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