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본사 임원이 방한해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와 면담 시간을 보냈다. 넷플릭스는 자리에서 국내 미디어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넷플릭스를 두고 악화하는 국내 여론을 의식한 행보다.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방통위 현판 / IT조선 DB
3일 방통위에 따르면, 김현 방통위 부위원장은 2일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이번 면담은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김현 부위원장은 가필드 부사장과 만나 미디어 콘텐츠 상생 협력을 위해선 모든 구성원의 동반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공정하고 평등한 미디어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도 더했다.

또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전송하기 위해 필수 구축해야 하는 통신망 환경과 관련해 글로벌 사업자로서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글로벌 플랫폼은 규모에 걸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는 발언을 했음을 소개하기도 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0월 18일 청와대 주재로 김부겸 국무총리와 진행한 주례회동에서 최근 국내서 지적되는 넷플릭스 문제와 관련해 김 총리에게 대안을 요구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와 함께, 플랫폼과 제작업체 간 공정 계약(표준계약서 등)을 챙겨봐 달라"고 말했다.

딘 가필드 부사장은 이같은 요구에 한국 시장에서 콘텐츠 투자를 지속해서 확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대한민국 미디어 콘텐츠 생태계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김 부위원장은 "새로운 미디어 시장에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역할과 책임을 살펴, 미디어 콘텐츠 산업이 성장, 발전하면서 공정 경쟁과 이용자 보호를 담보할 실효적인 정책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미디어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창작자, 제작자를 비롯한 모든 구성원 간 상생 협력이 필수다. 글로벌 미디어 플랫폼 기업인 넷플릭스가 앞장서 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대가 지급을 두고 소송 중이다. SK브로드밴드는 넷플릭스로 인한 트래픽(데이터양) 급증으로 망 설비 등에서 비용이 급증하고 있음에도 넷플릭스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넷플릭스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인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최근 글로벌 흥행을 보인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오징어 게임)와 관련해 수익 배분 논란도 겪었다. 넷플릭스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제작사에 제작비를 투자하는 대신 지식재산권(IP)이나 해외유통권 등을 가져가는 계약 방식을 고수하면서 생긴 문제다.

넷플릭스는 오징어 게임 제작 과정에서 253억원가량을 투자해 1조원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오징어 게임 제작사엔 별도 인센티브가 없었다.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 계약 방식을 두고 상생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있었다.

한편 넷플릭스는 4일 미디어 오픈 토크를 진행한다. 가필드 부사장이 참석해 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