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악화한 국내 여론 개선을 위해 정부와 국회 등을 방문했지만, 실상 대외 홍보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망 이용대가를 두고 망 사업자와 논쟁 중이지만, 문제 개선 의지를 나타내기보다 자사 입장만 고수했다. 이 때문인지 국회 등 일부 인사는 넷플릭스와 예정된 면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 IT조선 DB​​
3일 국회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따르면,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은 2일 방통위를 방문한 데 이어 3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이원욱 위원장(더불어민주당)과 김영식 의원(국민의힘)을 만났다. 이번 면담은 모두 넷플릭스 측의 요청으로 마련됐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 위원장과 김 의원을 각각 만나 논란을 빚고 있는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해 의견을 나눴다. IT조선 확인 결과, 가필드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기존에 넷플릭스가 고수하던 이용대가 납입 대신 캐시서버 도입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해 전했다. 망 이용대가 관련 갈등 개선 의지는 보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식 의원실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선 기술적 조치를 해서 협의할 의사가 있다고 했는데, 실상 망 이용대가를 안 내겠다는 말과 같았다"며 "망 이용대가를 낼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넷플릭스가 직접 요청해 마련된 국회 면담 자리임에도 갈등을 개선할 의지를 나타내지 않자 추가 면담 일정이 취소되기도 했다.

국회 과방위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 측은 3일 오후 예정된 넷플릭스와의 면담을 취소하며 "넷플릭스가 망 이용대가 등 현안에 대해 진지하고 개방적인 태도로 논의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의 만남은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넷플릭스의 이번 행보의 목적이 보여주기식 소통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넷플릭스가 방통위와 국회를 방문했지만 의미가 있겠나 싶다. 망 이용대가와 관련해서 넷플릭스가 특별히 입장을 바꿀 것 같지 않다"며 "괜한 시간만 허비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 등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 망 이용대가 갈등을 겪고 있다. 국내 ISP는 넷플릭스 국내 트래픽(데이터양) 급증으로 전용회선 추가 설치 등의 비용이 늘어남에도 넷플릭스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불할 의무가 없으며, 대신 오픈커넥트(캐시서버) 등 자사 기술 지원으로 통신사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반박한다.

넷플릭스는 이 같은 갈등을 지속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는 소송을 진행 중이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내 1심에서 패소한 후 항소한 상태다.

통신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서 발생시키는 트래픽에 따른 데이터 전송 추이는 2018년 12월 50기가비피에스(Gbps)에서 2020년 12월 700Gbps로 1년 새 14배 늘었다. 올해는 9월 기준 1200Gbps를 기록해 작년 연말 대비 이미 두 배 가까운 증가 폭을 보인 상태다. 2018년과 비교하면 무려 28배 증가한 셈이다. 동시 접속자 수가 늘면서 트래픽이 급증했고, 트래픽 처리를 위한 전송 역시 급증했다.

넷플릭스 트래픽이 늘어난 것은 국내 가입자가 증가한 영향이다. 앱 분석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iOS와 안드로이드 사용자를 포함한 넷플릭스 가입자 수는 7월 기준 910만명이다. 2020년 10월 330만명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9개월 만에 3배 가까이 늘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