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망 이용료 법으로 강제하면 존중"

김평화 기자
입력 2021.11.04 16:40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 지불을 의무화하는 법이 통과될 경우 이를 준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망 사업자가 지적한 트래픽 급증 관련 넷플릭스의 기술을 활용하면 트래픽의 95% 줄일 수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법정 다툼을 벌이는 중인 SK브로드밴드와는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협상 가능성이 희박하다. 오징어게임이 촉발한 IP 독점 논란과 관련한 추가 수익 배분 이슈의 경우,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미디어 오픈 토크에서 발언하고 있다. / 넷플릭스
넷플릭스 "OCA 통해 ISP 트래픽 95% 줄일 수 있다"

넷플릭스는 4일 오전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넷플릭스 미디어 오픈 토크'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방한한 딘 가필드 넷플릭스 정책총괄 부사장이 기자들과 만나 국내 사업 계획을 밝히고자 마련된 자리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 자리에서 망 이용료와 관련한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국내 인터넷서비스사업자(ISP)와의 협업을 중시한다고 강조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한국에서 망 이용대가와 관련한 논란이 있다는 점을 안다"며 "넷플릭스는 책임 있는 파트너로서 역할 하고자 ISP와 협업해 넷플릭스 스트리밍이 성공적으로 제공되면서도 네트워크망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협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 과정에서 ISP의 트래픽 부담을 줄이고자 1조원을 투자해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OCA를 활용하면 ISP가 기존 대비 넷플릭스로 인해 발생하는 트래픽을 최대 95% 줄일 수 있다는 설명도 더했다.

CDN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전달하고자 분산된 서버에 데이터를 저장해 사용자에게 전달하는 시스템이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가 외부 CDN을 이용하는 것과 달리 넷플릭스는 CDN 일환인 OCA를 자체 개발해 사용하고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세계에 있는 ISP가 2020년 한 해 1조4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며 "ISP가 OCA를 쉽게 사용하도록 비용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필드 부사장에 따르면, 넷플릭스 OCA를 이용 중인 글로벌 ISP는 140개국 1000곳 이상이다.

넷플릭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 예고편 일부 이미지 / 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소송전 치르는 SKB와는 협상 의지 밝혀

가필드 부사장이 이번 행사에서 OCA를 강조한 배경으로는 국내 ISP와의 망 이용대가 관련 갈등을 꼽을 수 있다.

국내 ISP는 넷플릭스 트래픽이 급증하면서 전용회선 추가와 함께 망 유지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를 부담할 책임이 넷플릭스에 있음에도 넷플릭스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도 더하고 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킹덤(2019년 1월)과 스위트홈(2020년 12월) 등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가 흥행할 때마다 트래픽 급증에 대응하고자 설비를 증설했다.

반면 넷플릭스는 자사와 같은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OCA를 제공하는 만큼, ISP가 이를 활용해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도 일관되게 유지 중이다. 이번 행사에서 이용대가 지급 의사 관련 질문을 받은 가필드 부사장은 ‘낸다 안 낸다’와 같은 직접적인 답변이 아닌 ‘OCA를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만 되풀이했다.

OTT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외 다른 글로벌 OTT 사업자는 간접적인 방식으로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한다. OTT 사업자가 외부 CDN 사업자를 통해 서비스하면서 이에 대한 사용료를 내면, 해당 CDN 사업자가 그중 일부를 ISP에 제공하는 식이다.

넷플릭스는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SK브로드밴드와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망 이용대가 지급 의무가 없다는 내용의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걸었고, 1심에서 패소했다. 넷플릭스는 항소를 택했고, 상대방인 SK브로드밴드 역시 반소한 상태다. 반소는 민사 소송 과정에서 피고가 원고를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SK브로드밴드와 한자리에 앉아 논의하고 싶고, 해결책을 함께 모색하길 희망한다"고 말했지만, OTT 업계는 넷플릭스가 기존 입장만 되풀이한 만큼 실질적인 협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평가했다.

딘 가필드 넷플릭스 공공정책 부사장 / 넷플릭스 유튜브 채널 갈무리
망 이용대가 지급 법제화하면 따르겠다는 넷플릭스

국회는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 지급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과 관련해 비용 지불을 의무화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넷플릭스 등 일정 규모 이상의 부가통신사업자가 자사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인터넷망을 이용할 때 망의 구성과 트래픽 발생량 등을 따져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이다.

가필드 부사장은 해당 법이 통과될 경우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이를 존중하겠다"고 말했지만 "지금까지 한국에는 망 사용료 관련 법이 존재하지 않았고 세계적으로도 그렇다"며 부정적 뉘앙스를 내비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의 소송이나 망 이용대가 법제화 후 관련 비용 충당을 위해 가입자의 월 구독료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가필드 부사장은 이에 대해 "법적 결과가 나오는 것과 망 이용료 비용 지급은 별개의 일이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방한 이유에 대해 넷플릭스와 관련한 여론 악화가 한몫했다는 설명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18일 청와대 주재로 열린 김부겸 국무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글로벌 플랫폼은 그 규모에 맞게 책임을 다할 필요가 있다"며 김 총리에게 합리적 망 사용료 부과 문제를 살펴봐달라고 요구한 바 있다.

가필드 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망 이용대가 관련 해결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래서 제가 방문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국내 오리지널 콘텐츠인 오징어 게임이 글로벌 흥행을 기록한 후 불거진 이익 독점 논란과 관련한 입장도 내놨다.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제작비를 투입하지만, 그 조건으로 지식재산권(IP)을 독점한다. 흥행에 따른 추가 수익은 공유하지 않는다.

가필드 부사장은 "오징어 게임이 흥행하면서 (제작사와) 수익을 어느 정도 나눌지 고민하고 있다"며 "어떤 방식으로 진행될지는 결과가 나오는 대로 공유하겠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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