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와 내연기관차 사이 과도기에 놓인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플러그인 하이브리드(PHEV) 차량의 성능 향상 카드로 만지작거린다. PHEV 전기모드 주행거리는 50~70㎞ 내외다. 벤츠와 토요타 등 완성차 기업은 이 거리를 100㎞까지 확대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완성차 기업이 전기차 확대에 나서면서 PHEV 성능 강화를 꾀하는 이유는 전기차 전면화 이후에도 PHEV가 장기간 살아남을 것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PHEV는 전동화와 내연기관을 두루 잡을 수 있는 장점을 인정 받는다. 최근 유럽 시장 등에서 전기차와 함께 꾸준히 잘 팔리는 차량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

2022년 100㎞ 전기모드 최대주행 성능을 탑재할 예정인 벤츠 C클래스 세단 C300e / 메르세데스-벤츠
2022년 100㎞ 전기모드 최대주행 성능을 탑재할 예정인 벤츠 C클래스 세단 C300e / 메르세데스-벤츠
7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PHEV는 친환경차 시대에 따라 전기차와 함께 디젤·가솔린 내연기관차의 지분을 가져오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2021년 3분기 누적 자동차 판매자료에 따르면, 2021년 유럽에서는 916만2000대쯤 자동차가 판매됐는데, 8.4%가 PHEV차량이다. 전년 동기간 대비 2.2배 증가했고, 2020년 유럽 PHEV 판매대수 61만9219대를 일찌감치 돌파했다.

유럽과 함께 글로벌 전기차 시장 양강으로 부상한 중국도 PHEV의 꾸준한시장성이 보장됐다. 중국 정부는 PHEV를 신에너지차(NEV)로 분류하고 전기차·수소차와 한데 묶어 장려중이다. 2035년까지 자동차 산업에서 순수내연기관차 판매를 퇴출하기로 했는데, PHEV는 계획 막바지에도 중국 정부의 친환경차 일원으로 남는다.

업계는 PHEV 시장 확대에 따라, 전기차 전면화 이후에도 PHEV가 유일한 내연기관 탑재 자동차로써 장기간 생존할 것으로 본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100년 이상 지속됐다보니, 단기간에 내연기관 인프라·산업 수요가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전기 충전·내연기관 인프라를 모두 활용하는 PHEV의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벤츠와 토요타·BMW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이에 대응해 차세대 PHEV 자동차의 전기모드 주행거리 연장을 고려한다. 현재 50~70㎞인 전기모드의 주행거리를 증가시켜 100㎞쯤으로 만드는 것을 목표한다.

BMW는 2020년 개발중인 PHEV 모델 최대주행거리를 현재의 BWM 330e(전기모드 최대 66㎞ 주행)보다 1.5배 늘려100㎞를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벤츠는 올해 신형 C클래스 사양을 공개하면서 PHEV인 C300e가 전기모드로 최대 100㎞쯤을 주행한다고 설명했다. 배터리를 기존대비 용량을 2배 늘려 25.4㎾h로 탑재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PHEV가 전기모드로만 100㎞를 주행할 수 있다면, 평소 도심지 출퇴근이나 근교주행 등은 전기 충전만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장거리 주행에서만 내연연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투 트랙 접근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규제 측면에서도 PHEV의 전기모드 주행거리 증가는 필연적인 수순이다. 유럽 중 친환경차 규제·전동화 전환이 가장 빠른 독일은 2024년부터 전기모드 주행거리가 최소 80㎞ 이상인 PHEV만 보조금을 받는다. 완성차들이 PHEV를 유럽에서 원활히 판매하려면 전기모드 주행거리를 늘리는 것이 시급하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