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애플TV 4K, 빠른 반응속도에 초기 아이폰 데자뷔

김평화 기자
입력 2021.11.09 06:00
애플이 자사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애플TV플러스와 함께 스트리밍 기기인 애플TV 4K를 국내에 선보였다. 애플TV플러스가 오리지널 콘텐츠만 제공하기에 타사 OTT 콘텐츠를 시청하도록 지원하는 애플TV 4K는 애플TV플러스 서비스 확산을 위한 보조재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애플TV 4K를 애플TV플러스와 묶어서만 살피기엔 기기 자체에서 오는 이점이 컸다. 애플TV 4K를 사용해보니 기존에 IPTV 셋톱박스를 사용하면서 화면 전환이나 콘텐츠 검색 과정에서 느낀 버벅댐이 없었다. 스마트폰 초기 시절 타 제조사 단말과 비교해 빨랐던 아이폰의 반응속도 장점을 재현한 듯했다. 애플TV 4K와 제공되는 시리 리모트는 부속품이기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기기로서 주는 만족감이 컸다.

애플TV 4K 박스 구성품 / 김평화 기자
스트리밍 기기에 애플 감성 담은 ‘애플TV 4K’

"애플이 애플했구나." 애플TV 4K를 접하자마자 애플 특유의 미니멀리즘 디자인 감수성이 느껴졌다. 다른 애플 제품처럼 애플TV 4K 역시 포장부터 간결함이 두드러졌다. 애플TV 4K와 시리 리모트, 전원 코드, 라이트닝-USB 케이블, 사용 설명서 등이 동봉됐음에도 박스 크기가 크지 않아 한 손으로 손쉽게 들 수 있었다.

애플TV 4K는 가로, 세로, 높이 기준 98X98X35밀리미터(㎜)로 일반 IPTV 셋톱박스보다 크기가 작았다. 무게는 425g으로 비교적 무거운 편이었지만, 한곳에 두고 사용하는 만큼 두드러지는 단점은 아니라고 느꼈다. 기기가 무광에 검은색이다 보니 디자인 면에선 기존 셋톱박스와의 차별점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리 리모트가 시중에 나온 리모컨과 비교해 디자인 면에서 신선했다. 35X136X9.25㎜ 크기에 무게는 63g으로 작고 가벼웠다. 맥북으로 대표되는 애플 특유의 무광 실버 색상을 갖춘 데다 버튼 개수는 휠을 포함해 측면까지 총 8개밖에 없다. 시리 리모트 전면은 평평한 대신 후면은 둥글게 처리해 그립감이 좋았다. 애플TV 4K 부속품이기보다는 하나의 완성된 기기 느낌을 받은 이유다.

애플TV 4K 정면(왼쪽)과 측면 뒤쪽. 측면 뒤쪽엔 전원과 HDMI, 이더넷 단자가 나란히 있다. / 김평화 기자
IPTV 셋톱박스 사용하며 느낀 답답함이 뚫렸다

애플TV 4K와 TV를 연결해 실행해보니 세팅을 완료할 때까지 따로 설치 기사가 필요하지 않았다. 평소에 기기를 다루는 데 익숙하지 않은 편이지만, 별도로 설치 방법을 알아보지 않고 설명서만으로 설치를 끝냈다.

애플 기기 강점인 호환성도 두드러졌다. 애플TV 4K 실행 후 안내에 따라 사용 중인 아이폰12 미니를 기기에 가까이 대니 바로 연결 안내가 나왔다. 몇 단계 설정을 거친 후 기다리니 기본 세팅이 끝났다. 연동을 마친 후에는 시리 리모트 대신 아이폰을 리모컨으로 활용할 수도 있었다.

애플TV 4K 초기 화면에는 애플TV와 애플 뮤직, 아케이드, 사진 등의 애플 기본 앱이 직사각형 아이콘 모양으로 있었다. 애플TV 앱을 누르니 바로 서비스 화면이 나타났다. IPTV나 OTT 메인 화면처럼 분야별로 콘텐츠 소개가 이어졌고, 애플TV플러스 외에 웨이브와 왓챠 등 타 OTT 콘텐츠도 살펴볼 수 있었다.

며칠 사용해보니 애플TV 4K의 가장 큰 장점은 빠른 반응이었다. 기존에 일반 IPTV 셋톱박스를 설치해 서비스를 사용하다 보면 반응이 더뎌 불편함이 있었다. IPTV에서 볼만한 콘텐츠를 살피는 과정에서 화면 단계를 이동하거나, 콘텐츠를 검색하면서 답답함을 느꼈다. 콘텐츠 시청 중에 빨리 감기를 하거나, 시청을 중단하고 종료할 때 버퍼링이 발생하기도 했다.

반면 애플TV 4K에서 콘텐츠를 둘러볼 때 버벅거림을 느낄 수 없었다. 콘텐츠를 선택해 시청을 시작할 때 약간의 기다림이 있었지만, 콘텐츠 시청 중에는 자주 실행하는 빨리감기 반응 속도가 빨라 영상 시청에 불편함이 없었다. 빨리감기를 하다가 멈췄을 때 바로 영상이 재생되는 점, 시리 리모트 상단에 있는 휠을 돌리면 빨리 감기 속도를 조절해가며 원하는 시점을 맞출 수 있는 점이 유용했다. 이 과정에서 시리 리모트 오른쪽 측면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음성을 인식하는 시리가 활성화해 음성 제어도 가능했다.

기존 셋톱박스에선 느낄 수 없던 경험을 접하니 스마트폰 초기 시절이 떠올랐다. 지금이야 아이폰과 타 제조사 스마트폰의 차이점이 두드러지지 않지만, 당시엔 화면 전환이나 앱 반응 등에서 아이폰 기능이 두드러졌다. 애플TV 4K 덕분에 처음으로 구매한 아이폰 모델인 아이폰4를 떠올릴 수 있었다.
구형 TV 모델 사용자라면 애플TV 4K 기능 사용은 제한적

애플TV 4K를 사용하면서 느낀 아쉬움도 있다. 애플TV 4K는 명칭에 나와 있듯 4K HDR급 영상 시청을 지원한다. 돌비 비전·애트모스 등의 고품질 영상 시청 기능도 제공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능이 좋더라도 TV 제품이 구형이라면 이용할 수 있는 기능이 제한된다.

실제 구매한 지 오래된 구형 TV 모델과 애플TV 4K를 사용해보니 4K 영상 시청이 불가능했다. 돌비 애트모스 기능을 활용한 공간 음향도 느낄 수 없었다. 애플TV 4K 기능을 온전히 누리고자 고가의 TV를 살 순 없기에 보유한 TV 모델에 따라 사용자 경험은 달라질 수 있다.

물론 대안은 있다. 애플TV 4K 대신 함께 출시된 애플TV HD를 구매하면 된다. 애플TV HD는 HD급 영상 시청을 지원하기에 보유한 TV가 최신형이 아니어도 기능 사용에 제약이 없다. 단, 애플TV HD 출고가가 19만9000원이고 애플TV 4K가 23만9000원이다. 가격 차이가 4만원인 만큼 장기 사용이 목적이라면 애플TV 4K를 구매하는 것이 이득일 수 있다.

애플의 모든 기기가 그렇듯 애플TV 4K도 다른 애플 기기와의 호환성을 중시하면서 생긴 기능 제약도 아쉬움이다. 애플TV 4K 사용 중에 화면에 아이폰을 대 화면 색상을 자동으로 조정해주는 기능이 있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유용한 기능이겠지만 안드로이드 단말 사용자라면 무용지물일 수 있다.

여러 OTT를 한꺼번에 구독하는 사용자일수록 애플TV 4K를 이용할 때 느낄 수 있는 만족도가 큰 점도 사용자 제약에 속한다. 애플TV플러스에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수는 70여개로 타 OTT보다 적다. 웨이브나 왓챠 등의 OTT도 구독한다면 애플TV 4K에서 고품질로 많은 수의 OTT 콘텐츠를 즐길 수 있지만, 애플TV플러스만 이용한다면 누릴 수 있는 콘텐츠 수가 한정적이다.

아이폰 등 애플 기기를 여럿 보유하며 사과나무를 일구고 있는 애플 사용자, 여러 OTT를 구독할 만큼 콘텐츠 시청에 진심인 사용자가 애플TV 4K 구매 적합자다.

시리 리모트 정면(왼쪽)과 후면. 후면에 애플 특유의 라이트닝 8핀 충전 단자가 있다. / 김평화 기자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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