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10월 발생한 전국 통신 장애로 피해를 본 가입자 대상 배상안을 발표했지만, 부족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회에서도 피해자 협의에 기반한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논의가 나왔다.

양정숙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의원(무소속)은 통신사 과실로 통신 장애가 발생해 이용자가 피해를 볼 경우 통신 사업자와 이용자 간 협의로 배상안을 마련하도록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9일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양정숙 의원 / 양정숙 의원실
양정숙 의원 / 양정숙 의원실
이번 개정안은 10월 25일 발생한 KT 통신 장애 연장선에서 나왔다. KT 통신 장애가 전국에서 이뤄졌음에도 KT가 내놓은 피해 보상안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자 발의된 내용이다.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는 약관에서 연속 3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장애 발생 시간이 1개월 동안 누적 6시간을 초과할 때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서비스를 받지 못한 시간에 해당하는 월정액과 부가 사용료의 6배 또는 8배에 상당하는 금액을 보상액으로 둔다.

양 의원은 이통사가 약관으로 마련한 6배 또는 8배 배상 기준에는 피해자 의사가 반영되지 않아 실질 피해에 대한 배상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서 제출한 KT 통신장애 현황을 살펴보면, 2011년부터 2021년 6월까지 발생한 통신 장애는 총 8건이다. 2011년 4건, 2012년에 2건, 2018년에 1건, 2019년 1건의 통신 장애가 각각 발생했다. 이 중 2018년 이전에 발생한 통신 장애 6건은 약관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배상이 이뤄지지 않았다.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는 28만명이며, 해당 장애 시간은 7시간 14분이다.

이번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기간통신사업자가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매년 이용 약관을 신고할 때 장관이 소비자에게 불리한 약관을 반려하는 내용을 담았다. 전기통신사업자의 전기통신 역무 중단으로 이용자가 피해를 보면 손해배상 기준을 이용자와 협의하는 내용도 있다. 손해배상 기준 협의가 이뤄지지 않을 시 과기정통부 장관이 손해배상 기준을 마련, 협의를 권고하는 내용도 함께다.

양정숙 의원은 "정보통신망이 발전했지만 통신망을 관리하는 통신 3사의 배상 약관은 뒤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며 "KT는 2018년 아현동 기지국 화재로 15일 동안 79만명 이용자에게 통신 불편을 제공했음에도 이번 통신 장애로 3000만명 이용자에게 추가로 피해를 줬다. 실질적으로 전 국민 피해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망 장애에 따른 배상은 통신사업자가 마련할 게 아니라 이용자와의 논의를 통해 실질 배상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과기정통부가 통신사업자와 이용자의 통신 장애로 인한 분쟁이 처리되지 않을 시 직접 조정해 이용자의 실질적인 피해에 대해 통신사가 배상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양정숙 의원실에 따르면, 9월 기준 KT 가입 회선은 총 4012만9171회선이다. KT는 무선통신서비스에서 1753만4618회선, 시내전화 998만2143회선, 초고속인터넷은 943만2077회선, 인터넷 전화 318만333회선을 보유하고 있다. 양 의원은 전체 회선 중에 유선인 시내전화를 제외한 무선 회선 3014만7028회선 가입자가 10월 통신 장애로 피해를 봤을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KT는 10월 25일 오전 KT부산국사에서 발생한 네트워크 경로 설정(라우팅) 오류로 전국 단위 인터넷 장애를 일으켰다. 당일 오전 11시 16분부터 낮 12시 45분까지 89분간 통신 장애가 발생해 전국 소상공인을 비롯해 은행과 학교, 직장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