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절반 이상이 모바일 간편결제를 쓰는 마당에 아직도 현금결제만을 강요하는 상품이 있다. 바로 구글플레이 등 선불카드다. 편의점에서 구입 가능한 이들 선불카드는 오로지 현금으로만 구입할 수 있다. 반면 온라인몰에서는 신용카드나 간편결제로 구입할 수 있다. 이런 차이는 구글 등 선불카드 업체 탓이 아니다. 편의점들이 ‘현금’을 고수하고 있다.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비현금 결제 서비스 확산세가 빠르다고 평가받는다. 한국은행 자료를 보면 국내 신용카드 이용률은 2017년 29.3%에서 2019년 43.7%로 2배쯤 늘어났다. 현금 이용률은 36.1%에서 26.4%로 줄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소비가 폭발하기 전부터 한국은 이미 ‘현금 없는 사회'에 접어들었다. 한국은행은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스마트폰을 이용한 비대면결제 이용률이 2019년보다 16.9%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4분기 모바일 간편결제 비중도 41.5%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이 운영하는 편의점의 ‘현금 사랑’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기자가 편의점에서 아이에게 선물하려고 구글플레이 선불카드를 사면서 신용카드를 내밀자, "카드 안되고 현금결제만 됩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티머니 카드, 문화상품권 등 편의점에서 파는 유가증권 상품은 현금으로만 구입 가능하다.

반면, 쿠팡이나 카카오페이 등 e커머스 업체를 통할 때는 현금은 물론 신용카드와 간편결제 등 다양한 수단을 사용할 수 있다. 똑같은 상품인데 오프라인은 현금만, 온라인은 다양한 결제수단을 허용한다.

온라인몰과 간편결제에 익숙한 Z세대(1995~2012년생)에게 현금결제를 강요한다고 생각해 보자. 이들은 편의점 구매 대신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구글플레이 선불카드를 구입할 것이다. 편의점을 이용하지 않을 것 같다.

편의점 선불카드 매대 / 김형원 기자
편의점 선불카드 매대 / 김형원 기자
편의점이 왜 선불카드 현금결제를 강요하는 것일까. 유통업계는 결국 신용카드 수수료와 유통단계 증가에 따른 마진 문제라고 분석한다. 대부분의 편의점 업주들은 연 매출 3억~5억원의 중소사업자다. 결제 대행업체에는 건당 0.8~1.3%의 카드 수수료를 낸다. 여기에 플라스틱 카드 제조, 포장, 유통비가 들어간다. 온라인몰 판매자는 구매자에게 코드만 전송하면 돼 이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르면, 신용카드 가맹점은 신용카드로 거래하려는 소비자의 결제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상품권’ 등 유가증권에 대해 월 100만원 한도 내에서만 카드 결제가 가능하다고 명시했다. 그렇지만 편의점에서 선불카드를 사며 신용카드를 내밀어도 편의점이 거부한다. 선불카드 신용카드 결제 가능 여부를 업체 자율에 맡겼기 때문이다.

상품 제조사인 구글은 물론, 편의점 업계도 선불카드 현금결제에 대해 뾰족한 답변을 못 내놓는다. 두리뭉실한 표현으로 현금결제만 가능하다고 답할 뿐이다. 현금만으로 거래를 하니 결국 얼마나 팔렸는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 대기업들이 세금을 떼먹지는 않겠지만 묘한 시선으로 볼 수밖에 없다. 편의점은 왜 현금을 그리 고집할까 궁금할 따름이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