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AMD·애플 달아오르는 ‘新 CPU 삼국지’

최용석 기자
입력 2021.11.11 07:21
PC용 CPU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애플 실리콘 ‘M1’ 칩의 후속 제품을 선보이며 ‘탈 인텔’ 속도에 박차를 가하자 인텔이 완전히 새롭게 뜯어고친 차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AMD 역시 차세대 CPU에 대한 윤곽을 드러내며 전의를 다지는 모양새다.

특히 기존에 PC용 CPU 시장을 양분하던 인텔과 AMD의 대결 구도에, 애플이 참전을 선언하면서 새로운 3자 대결 구도를 만들기 시작한 점이 눈길을 모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인 및 가정용 PC 수요가 다시 증가한 상황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신 CPU 삼국지’는 어떠한 방향으로 흐를지 업계의 새로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인텔, 애플, AMD 3사 로고 / 각사 제공
M1 시리즈로 독자적인 CPU 생태계 만드는 애플

오랜 세월 인텔과 AMD의 양강구도였던 PC용 CPU 시장에 새로운 파문을 일으킨 주인공은 바로 애플이다. 애플은 지난해 ARM 기반 자체 개발 프로세서인 ‘애플 실리콘 M1’을 발표하며 ‘탈 인텔’을 선언하는 동시에 PC용 CPU까지 독자 개발의 길로 들어섰다.

그렇게 등장한 M1 칩과 이를 탑재한 새로운 맥(Mac) 제품들은 기존 인텔 기반 맥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성능을 보였다. 게다가 ARM 기반 프로세서 특유의 ‘성능 대비 낮은 소비전력’ 특성까지 보여줌으로써 PC 업계 전반에 상당한 충격을 가져왔다. 이전까지 ARM 기반 프로세서를 사용한 PC 개발은 꾸준히 진행되어 왔다. 하지만, 인텔과 AMD가 이끄는 x86 프로세서 기반 PC의 아성을 넘지 못했다.

애플 M1 맥스 / 애플
애플은 전문가용으로 살짝 부족하다는 평을 받던 M1 칩의 한계를 한 단계 더 극복한 ‘M1 프로’와 ‘M1 맥스’를 최근 새로 선보였다. 이들 제품은 자체 개발 프로세서의 성능이 더욱 발전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새로 선보인 M1 프로/맥스의 성능 포텐셜이 노트북을 넘어 전문가용 데스크톱 워크스테이션에 육박하는 수준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애플의 ‘탈 인텔’ 전략 역시 더욱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자신들이 공언한 대로, 몇 년 안에 전문가용 데스크톱인 ‘맥 프로’ 라인업에까지 자체 개발 프로세서를 탑재하게 되면 애플은 기존 인텔과 AMD에 이어 새로운 PC용 CPU 생태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하게 된다.

12세대 프로세서 출시로 재도약의 발판 만든 인텔

지난 세월 PC용 CPU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인텔의 위상은 예전만 못하다. AMD가 ‘라이젠’ 시리즈로 부활에 성공한 이후 3세대에서는 성능에서 인텔을 따라잡았다. 지난해 선보인 4세대에서 마침내 인텔의 성능을 뛰어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AMD의 약진은 개인용 PC 시장은 물론, 인텔의 독점이나 다름없던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에도 이어졌다.

최대 수요처 중 하나였던 애플마저 지난해 자체 개발 프로세서로 전환하며 ‘탈 인텔’을 선언한 상황이다. 여기에 올해 초 선보인 11세대 프로세서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업계에선 ‘인텔의 시대가 끝났다’라는 평가가 이어졌다.

인텔 12세대 코어 프로세서 / 인텔
하지만, 인텔은 이번에 선보인 12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이며 숨겨진 저력을 다시금 드러내는 모양새다. 올해 인텔 출신의 팻 겔싱어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아들인 인텔은 그간 자신들이 추진하던 반도체 전략을 새롭게 재정비했다.

이번 12세대 프로세서 역시 인텔의 새로운 반도체 전략의 일환이다. ‘인텔 7’로 이름을 바꾼 10나노 기반 공정을 가장 먼저 적용하고, 데스크톱용 프로세서 최초로 하이브리드 코어 아키텍처를 적용하는 등 상당한 공을 들였다.

12세대 프로세서는 오랜만에 역대급 성능 향상을 기록하면서 AMD의 4세대 라이젠을 다시 앞서는 데 성공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이번 12세대 프로세서를 노트북 수준의 저전력 상황에서 구동하면 애플의 ‘M1 맥스’에 버금가는 소비전력 대비 성능을 보이면서 인텔의 저력을 제대로 드러냈다는 평이 늘고 있다. 그간의 실패를 극복하고 다시금 CPU 시장에서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탄력 붙은 AMD, 진격 속도 더욱 올린다

최근 PC용 CPU 시장의 하이라이트는 인텔이 아닌 AMD에 집중되어 있었다. AMD는 자체 제조 설비가 없는 ‘펩리스’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최신 설계와 미세 공정을 인텔보다 한발 빠르게 도입했다. 그 덕분에 ‘라이젠 프로세서’는 PC 시장은 물론 데이터센터 영역까지 넘보기 시작했다.

AMD 라이젠 프로세서 / AMD
AMD는 거침없이 오르는 주가에 힘입어 몸집도 탄탄해지는 모양새다. 지난해 업계 1위 FPGA 업체 ‘자일링스’를 39조 원에 인수한 것도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과 성장 가능성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인텔이 12세대 프로세서를 선보이면서 질주하던 AMD의 행보에도 잠시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AMD 역시 기세를 탄 만큼 진격의 속도를 늦추지 않을 모양새다. 8일(현지시각) 열린 ‘액셀러레이티드 데이터센터 콘퍼런스’에서 자사의 차세대 ‘젠4(Zen4)’ 아키텍처와 ‘V 캐시’ 기술을 공개했다. 이번엔 서버 및 데이터센터용 제품군을 중심으로 발표했지만, PC용 CPU의 차세대 제품 발표도 시간 문제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에선 젠4 아키텍처와 V 캐시 기술을 적용한 차세대 CPU가 등장하면 AMD가 다시 한번 인텔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쟁 구도의 강화가 CPU 시장에서 AMD의 위상을 더욱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처럼 새롭게 펼쳐지는 세 회사의 CPU 3파전에 가장 이익을 보는 것은 다름 아닌 소비자다. 건전한 기업 간 경쟁은 더욱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로 이어지고, 그 과실을 맛보는 것은 온전히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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