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올해 초 9만원대를 훌쩍 넘긴 이 장기간 하락세를 이어간다.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지만 ‘6만전자(6만원대)’를 오르내리는 등 박스권 흐름을 보인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 전망은 악재로 작용하지만, 파운드리 신규 투자와 지배구조 개편이 반전카드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 삼성전자
11일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D램 반도체의 2022년 평균 판매가격은 공급 과잉 여파로 올해보다 15% 인하한다. 낸드플래시 내년 평균 판매가격 역시 전년 대비 18% 가까이 하락한다. 이들 제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삼성전자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트렌드포스는 "대부분의 D램 고객사 재고량이 많고, 공급과 비교해 수요 증가폭이 낮아 공급 과잉 상황이 발생할 것이다"고 분석했다.

반도체 가격은 실적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삼성전자는 2019년 반도체 수요 부진과 가격 하락 직격탄을 맞았다. 당시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반토막(-52.8%) 수준이었다. 삼성전자가 시장 불확실성을 고려해 메모리 반도체 추가 투자를 최대한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은 10월 28일 열린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설비투자는 업황에 연계해 유연하게 진행하려고 한다"며 "신중한 검토를 바탕으로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불확실성이 커진 메모리 대신 파운드리로 돌파구를 찾는다. 20조원 규모의 미국 제2파운드리 투자를 연내 확정하고,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속도를 낸다. 성장 모멘텀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반도체 등 현안을 챙기기 위해 11월 중 미국을 방문한다. 이 부회장의 미국 출장은 삼성전자의 미국 내 제2파운드리 공장부지 결정과 북미지역 사업 점검 차원에서 이뤄진다. 현재 진행 중인 삼성물산 합병·삼성바이오로직스 부정 회계 의혹 재판 출석 등 상황을 고려해 이달 중순쯤 출장길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모습 / 조선일보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는 모습 / 조선일보DB
이 부회장의 출장 유력 후보지는 텍사스주 윌리엄슨 카운티 산하 테일러시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윌리엄슨 카운티가 삼성전자 제2파운드리 공장 부지 후보 중 선두에 있다고 보도했다. 윌리엄스 카운티가 보조금 혜택과 전력·용수 공급의 안정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공장 후보지를 직접 방문한 후 최종 투자를 결정하고, 후속 조치로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미국 투자와 평택공장 생산능력 확대를 계기로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2026년까지 2017년 대비 3배 수준으로 확대한다.

삼성 내부적으로 진행 중인 지배구조 개선 등 조직 쇄신 작업도 이 부회장 출소를 계기로 순조롭게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전체적인 조직 개편과 함께 큰 폭의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이 부회장이 10월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1주기를 맞아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나가자"고 언급했던 것도 이 같은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삼성은 2020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삼성생명 등 핵심 관계사 관련 지배구조 개편 검토를 위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용역을 맡겼다. 삼성그룹은 BCG 보고서를 토대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착수한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할지, 당분간 오너 체제를 유지할지를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지주사 설립 또는 그룹의 통합 의사결정 기구(컨트롤타워) 설립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메모리 업황 부진 우려가 커지면서 모멘텀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제2파운드리 투자를 확정하면 신규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며 "큰폭 인사 등 대규모 지배구조 개편으로 뉴삼성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