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공급 후계약은 외상 거래입니다. 황당한 일이 유료방송 시장에 존재합니다. 이를 두고 토론한다는 것 자체가 창피한 일입니다."

홍종윤 서울대학교 BK교수(언론정보학)는 1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신성장 동력으로의 도약과 상생을 위한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을 주제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번 행사는 유료방송 생태계 개선을 위한 방안을 논하고자 한국언론학회가 개최한 특별 세미나다.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신성장 동력으로의 도약과 상생을 위한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 특별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 한국언론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한 ‘신성장 동력으로의 도약과 상생을 위한 유료방송 콘텐츠 산업 발전 방안' 특별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 한국언론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홍 교수는 이날 세미나에서 발제를 맡아 유료방송 생태계 혁신과 상생을 요구했다. 유료방송 업계 고질적인 문제인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 사업자 간 프로그램 사용료 갈등이 미디어 산업 전체 문제와 연결돼 있다며 이를 해결해야 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홍 교수는 PP가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요구받지만 낮은 프로그램 사용료로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저가 수신료 기반으로 시장이 조성되다 보니 프로그램 사용료가 낮아졌고, 자연히 콘텐츠 수입으로 새로운 콘텐츠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불가능한 구조가 형성됐다는 지적이다.

홍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저가 수신료를 탈피해야 한다고 짚었다. 다만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인 만큼, 그에 앞서 채널 가치와 프로그램 사용료를 연동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PP의 콘텐츠 투자 비용과 성과를 중심으로 채널 가치를 평가하는 것이 핵심 기준이 돼야 한다는 논지다.

그는 "지상파와 종편, MPP, 중소 PP 채널 가치를 CPS(재송신료) 방식으로 산정, 공정하고 일관성 있는 계약 검토가 필요하다"며 "장기적 관점에선 유료방송 품질 개선으로 낮은 유료방송 요금을 정상화하고, 플랫폼과 PP의 동반 성장으로 유료방송 시장의 정상적인 발전 토대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종윤 교수가 발표한 ‘정책적 관점의 사업자 간 정치투쟁 최소화 제도 설계’ 관련 내용 / 한국언론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홍종윤 교수가 발표한 ‘정책적 관점의 사업자 간 정치투쟁 최소화 제도 설계’ 관련 내용 / 한국언론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홍 교수는 또 유료방송 시장에 만연해 있는 콘텐츠 계약 방식이 문제라고 짚었다. 콘텐츠를 먼저 공급한 후 뒤늦게 계약하는 선공급 후계약 문화가 유료방송 시장 관행으로 굳어졌지만, 정상적인 계약 방식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콘텐츠 선계약 후공급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주장과 일맥상통한다.

이날 세미나 토론에 참여한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역시 선계약 후공급으로 계약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을 더했다. 다만 PP 규모와 성격이 다양한 만큼 일괄 적용보다는 중소 PP에 먼저 적용하는 적재적소 투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선계약 후공급이 되면 사업 규모가 큰 PP를 중심으로만 계약이 이뤄져 중소 PP가 소외될 수 있다는 업계 고민을 고려한 발언이다.

안 위원은 "중소 PP에 한해 선계약 후공급을 해야 한다"며 "나머지는 최소한 계약 기간 만료 전까지 계약하게 하되, 계약이 성사되지 않으면 방송분쟁조정위원회에 사업자가 스스로 요청하거나, 직접 방송통신위원회에 있는 조정위원회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란 중소PP협회장은 현재 유료방송 상생협의체 회의에서 선계약 후공급을 논하고 있다는 상황을 전했다. 박 협회장은 "다양한 안을 제시한 안 위원 말처럼 진행이 되면 좋겠다"며 "선계약 후공급 사안은 PP 네 개 단체에서 조건부 합의로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협회장은 또 중소 PP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힘의 논리에 의해 게임 규칙을 바꿀 수 있는 대상이어야 한다고 짚었다. 관계 부처와 기관, 정부가 적극적인 문제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오징어 게임에선 약자와 강자가 동일 선상에서 줄다리기를 했다. 누가 봐도 그 게임은 기울어진 운동장이었지만 깐부(1번)로 정상 경기가 가능해졌다"며 "중소 PP의 깐부는 누가 될 수 있을지 고민해봤다. 플랫폼이 될 수도 있고 관계 부처, 기관, 정부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