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제기한 반독점법 위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EU 법원이 빅테크의 자사우대행위에 불법성을 재확인한 것이다.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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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현지시각)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EU 고등법원에 해당하는 일반법원은 구글이 2017년 반독점법 위반 판결에 불복해 제기한 항소를 기각했다. 앞서 EU집행위원회는 2017년 구글이 비교쇼핑 서비스를 자사에 유리하게 운영했다며 24억2000만유로(3조3000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구글은 이에 불복하고 항소했지만 EU법원이 집행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유럽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 판결은 구글의 행위가 불법이며, 법적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말했다.

EU 집행위 "구글, 경쟁사이트 차별로 시장 경쟁 훼손했다"

집행위는 2010년부터 구글을 조사해왔다. 구글은 2010년 검색 결과 가장 상단에 자사의 비교쇼핑서비스(구글쇼핑광고)를 유리하게 배치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예를 들어 ‘나이키 슈즈'를 구글에서 검색하면 가장 상단에 구글쇼핑서비스가 배치된다.

구글쇼핑서비스는 판매 사이트 별 가격을 비교하고 특정 상품을 클릭하면 구매가 가능한 사이트로 연결하는 서비스다. 소비자가 이를 클릭해 타 사이트로 이동할 때마다 구글은 광고비를 받는다. 구글은 경쟁 비교쇼핑사이트 링크는 검색 결과에서 하단부에 배치했다. 이에 따라 경쟁 사이트 트래픽은 급감했다.

2017년 EU집행위는 구글이 검색 결과에서 경쟁사이트를 ‘강등'시켜 시장 경쟁을 훼손했다고 판단하고 벌금을 부과했다. 시정도 명령했다.

당시 구글은 이같은 경쟁당국의 결정에 불복했다. 구글은 소비자가 상품을 빠르게 구매할 수 있도록 연결해 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이는 소비자 편의를 증진시키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구글은 또 공공재 검색엔진을 운영하는 공적 책무를 띤 기업이 아니라 사기업이라는 점을 앞세워 경쟁사를 자사와 동등하게 취급해야 할 의무가 없다고도 했다.

EU 일반 법원은 구글에 이같은 중립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지는 좀 더 명확한 논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결국 지난 11일(현지시각) EU일반 법원은 구글의 항소를 기각했다. 검색 편의성 개선이 경쟁 시장 파괴의 비용을 능가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다. 소비자 후생보다 시장 경쟁에 무게 중심을 뒀다.

유럽적 특수성과 DMA법 반영 결과로 풀이돼

이번 법의 판단은 빅테크가 존재하지 않는 유럽적 특수성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독일 출판협회 변호사는 "(유럽에서) 구글의 자사우대행위를 허용할 경우 구글이 진출하는 모든 시장에서 경쟁이 파괴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최근 EU에서 활발하게 논의되는 DMA법((Digital Markets Act)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DMA법은 특정 시장에서 게이트키퍼로 볼 수 있는 빅테크가 자사의 사업과 제품을 경쟁자보다 더 호의적으로 노출시키면서 취급하는 것을 금지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빅테크에 자사우대행위를 금지하도록 할 의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외신은 아마존 등 다른 빅테크에도 앞으로 자기사업우대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구글은 이번 판결과 관련해 EU최고 법원인 유럽사법재판소(ECJ)에 상고할 수 있는 만큼 구글의 결정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