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시즌이 다가오면서 유통업계가 내수 진작을 위해 다양한 쇼핑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15일까지 진행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를 비롯해 11번가의 ‘11절’, 지마켓과 옥션의 ‘빅스마일’ 등 다양한 쇼핑 진작 프로모션이 곳곳에서 펼쳐지는 중이다.
하지만, 모처럼 유통업계가 쇼핑 열기로 달아오른 상황에도 PC 시장 분위기는 냉랭하다. 특히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라는 기대작이 출시됐음에도 말이다. 예전이라면 신품 출시를 기다리던 대기수요가 구매로 이어지면서 품귀현상이 발생하는 ‘공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여전히 조립PC 시장 발목을 잡고 있는 ‘그래픽카드’
기대작 출시에도 PC 시장이 크게 살아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그래픽카드’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암호화폐 광풍이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고, 그에 따른 채굴 대란이 계속되면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그래픽카드 가격도 여전히 고공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메인스트림급 성능의 그래픽카드 가격이 정상가의 2배가 훌쩍 넘는 40만~50만원대를 형성하고 있고, 본격적인 게이밍PC용 그래픽카드로 많이들 찾는 지포스 30시리즈 그래픽카드는 가장 하위 모델인 ‘지포스 RTX 3060’이 90만원대에 달한다. 그보다 상위 모델인 RTX 3060 Ti부터는 최소 100만원을 훌쩍 넘는다.
특히 현재 인텔 12세대 프로세서 기반 PC는 오직 조립PC로만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픽카드의 비싼 가격으로 인한 덤터기를 그대로 뒤집어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DDR5 메모리 공급 부족도 12세대 ‘출시 효과’ 발목 잡아
인텔 12세대 프로세서와 짝을 이루는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과 그로 인한 품귀현상 및 가격 상승도 12세대 탑재 PC의 판매를 가로막는 요소 중 하나다.
이전 세대와 완전히 다른 구조를 채택한 인텔 12세대 프로세서는 새로운 600시리즈 칩셋 보드와 차세대 메모리인 DDR5를 지원한다. 일부 600시리즈 보드는 기존 DDR4 메모리도 사용할 수 있지만, 대다수 소비자는 12세대 프로세서+DDR5 조합에 더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메인보드 가격도 만만치 않다. 현재 출시된 인텔 600시리즈 메인보드는 가장 상위 모델인 Z690 칩셋을 탑재한 중급·고급형 제품뿐이다. 하위 칩셋을 탑재한 중저가 메인보드 라인업은 아직 시장에 출시되지 않았다.
여전히 글로벌 규모로 진행 중인 반도체 공급 부족과 유통 대란 역시 PC 부품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소 대비 한 번에 들어오는 물량 자체가 줄어들고, 물류비용도 증가하면서 고스란히 제품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12세대 프로세서를 지원하는 인텔의 B650, H610 등 하위 칩셋과, 이를 탑재한 중저가 메인보드 제품들은 빨라도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전망이다. DDR5 메모리 공급도 당장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고공행진 중인 그래픽카드 가격은 언제 다시 안정화될 수 있을지 예상조차 힘들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PC용 핵심 부품의 공급 부족이 단기간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그런 만큼 이번 겨울은 PC 시장 입장에서 추운 겨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용석 기자 redpries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