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4일 미국 출장길에 나섰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투자 마무리와 코로나19 백신 추가 확보가 이번 출장의 과제다. 캐나다 인공지능(AI) 연구센터 방문이 유력한 만큼 AI 관련 사업 구상에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 부회장의 해외 출장은 2020년 10월 베트남 출장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올해 8월 가석방 출소 이후로는 처음이다. 미국 출장은 2016년 이후 5년 만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 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 조선일보 DB
이 부회장은 14일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에서 전세기 편 출국에 앞서 미국 파운드리 투자에한 취재진의 질문에 "여러 미국 파트너들을 만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코로나19 백신 수급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 모더나사와 만나느냐는 질문에는 "그렇다. 보스턴에 갈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백신 위탁 생산 계약을 맺은 모더나사의 본사가 있다.

이 부회장은 먼저 미국 파운드리 신규 공장 부지 선정을 위한 최종 조율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20조원 규모의 미국 파운드리공장 증설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와 오스틴 등을 공장 부지 후보지로 놓고 검토 중이다.

9월 테일러시 의회는 2026년 1월까지 170억달러를 투자해 600만평방피트(0.5㎢) 규모의 반도체 공장을 짓고 정규직 1800개를 제공할 경우 파격적인 세금 혜택을 제공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최근 반도체 공급난 장기화 우려에 따라 텍사스 오스틴 파운드리 제1공장을 방문하는 등 현장 라인을 챙기고, 고객사들과 관계도 다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오스틴 파운드리 공장 인근에는 엔비디아·퀄컴 등 삼성전자 고객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회동에서 모더나 백신의 위탁 생산을 위한 기술 도입 문제를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모더나 백신의 최종 병입 단계 생산을 맡고 있다. 10월 일부 물량을 국내로 반입했다. 이 부회장은 모더나 경영진과 화상회의를 통해 당초 연말로 예정한 모더나 백신 국내 도입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미국 방문에 앞서 캐나다에 들러 토론토에 있는 삼성전자 인공지능(AI) 연구센터를 방문할 예정이다. 캐나다에는 토론토와 몬트리올에 삼성전자의 AI 연구센터가 각각 들어서 있으며 AI 기반 차세대 통신·디스플레이 및 개인 맞춤형 서비스 등 관련 기술을 연구 중이다.

이번 이 부회장의 방문을 기점으로 향후 AI 분야에서 인수·합병(M&A) 등 본격적인 승부수를 던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이 부회장은 8월 말 시스템 반도체와 바이오 사업, 5G 차세대 통신, AI, 로봇 등에 향후 3년간 240조원의 신규 투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출장과 관련, 구체적 일정과 귀국일 등에 대해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