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최근 조직개편을 통해 AI/DX융합사업부문에서 클라우드/IDC 사업본부를 떼어냈다. 해당 사업본부는 IT부문의 인프라서비스 본부와 합쳐 ‘클라우드/IDC사업추진실’로 이름표를 새로 달았다. KT가 클라우드 사업 분사를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섰다는 평가가 잇달아 나온다.

KT 광화문 사옥 전경 / IT조선 DB
KT 광화문 사옥 전경 / IT조선 DB
15일 클라우드 업계 등에 따르면, KT는 하반기 클라우드 사업부문 분사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 하지만 분사 후 시너지 창출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아 일정이 늦춰졌다. 10월 열린 인공지능컨텍센터(AICC) 사업전략 발표회에서 송재호 AI/DX융합사업부문장은 클라우드 분사가 결정된 바 없고 다양한 형태로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KT 내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클라우드 사업부 분사와 관련한 움직임은 활발하다. 분사는 확정적이지만 시기는 결정이 되지 않았다. 최근 발표된 조직 개편도 향후 분사를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지배적이다. AI/DX융합사업부문에서 클라우드/IDC 사업본부를 떼어낸 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조직으로 만든 것이 핵심 이유다. 클라우드 관련 인력을 한데 모아놓은 상황이라 추후 분사를 하더라도 별도의 인력 조정이 필요 없다.

당초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을 맡은 신수정 부사장이 클라우드 관련 분사 법인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 있었지만, 조직개편과 함께 윤동식 부사장이 분사 법인의 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핵심 계열사인 KT DS는 3월 기타 비상무 이사였던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 자리를 윤동식 부사장(전 IT부문장)으로 교체된 바 있다.

KT 고위 관계자는 "좀 더 준비한 후 클라우드 사업부를 분사해야겠다는 내부 논의가 있었다"며 "클라우드 분야는 B2B 사업이다 보니 분사를 했을 때 KT와 사업구도가 딱 떨어지지 않는 문제가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시너지가 아니라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준비를 더 하라는 윗 분의 지시가 있었으며, 분사 시 이번에 클라우드 사업을 총괄하게 된 윤동식 부사장이 대표를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IDC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13번째 용산 IDC 오픈에 이어 5월 14번째인 남구로 IDC를 '브랜드 IDC'로 선보였다. 기존에는 IDC 내에 별도 공간을 마련한 후 서버를 구축하고 네트워크를 연결했지만, 브랜드 IDC는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데이터센터를 빌린 후 여기에 KT의 운용체계와 네트워크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최근 KT의 비통신 사업 중 클라우드·IDC 분야 매출 상승세가 돋보인다. 2021년 3분기 IDC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4.7% 증가했다. 클라우드와 IDC 사업이 포함된 AI/DX 사업의 3분기 매출은 KT의 B2B 매출 7277억원 20%쯤인 1612억원쯤이다. 전년 동기 대비 29.7% 증가한 규모다.

공공 클라우드 사업 확대에 대한 기대도 크다. KT는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2025년까지 모든 공공기관의 클라우드 전환이 예정됨에 따라 향후 사업기회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KT는 성장세를 탄 클라우드 사업을 제대로 키워보겠다는 심산이다. 외부에서 2명의 클라우드 전문가를 추가로 영입할 예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KT는 클라우드 분야에서 연간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내는 것을 목표로 분사를 준비 중이다. 분사 후 직원 규모는 250명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업계 한 관계자는 "KT의 클라우드 사업은 KT DS와 매출이 얽혀있는 부분도 있고, 수익 구조 역시 기업의 클라우드 가입 후 대리점코드를 가진 사람이 매출의 일부를 가져가는 등 복잡하다"며 "이런 부분들을 정리하는 데 내부 고민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