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 얼굴인식 시스템을 둘러싼 정부와 시민단체 간 갈등이 고조된다. 시민단체는 인공지능(AI) 식별추적 시스템이 개인정보보호법을 위반한 채 추진되고 있어 시스템 구축을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하지만 담당 부처인 법무부는 위법 여부를 묻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한다. 앵무새처럼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답변만 한다.

최근 중국 정부는 과도한 데이터 수집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정보를 이용해 사회를 감시하고 통제하는 권력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CCTV를 통해 수집한 얼굴인식 데이터에 대한 우려가 크다. 데이터 오남용 논란이 있는 페이스북은 최근 얼굴인식 시스템을 폐기하기도 했다.

얼굴 등 생체정보 데이터는 ‘민감정보’로 분류되는 만큼 활용 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시민단체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직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관련 규제가 자리잡지 않은 만큼, 정부나 민간 기업의 과도한 데이터 수집은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얼굴인식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얼굴인식 이미지 / 아이클릭아트
공익법센터 어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디지털정보위원회, 사단법인 정보인권연구소, 외국인이주노동운동협의회,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은 최근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생체인식 감시시스템 구축 사업의 즉각 중단과 사후 대책 마련 등을 위해 법무부 장관의 면담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정부가 개인의 동의 없이 얼굴 사진과 출입국 심사 정보를 민간기업에 제공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주장한다.

10월 박주민 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법무부가 출입국 관리 과정에서 획득한 얼굴 사진과 출신 지역 등 내·외국인 데이터를 2020년 국내 AI 업체에 제공했다는 문제 제기를 했다. 박 의원은 공항 내 보안 및 출입국심사 자동화를 위한 AI 시스템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내·외국인 얼굴 사진 등 1억7000만건쯤의 데이터가 민간 업체로 넘어갔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한 설명자료를 통해 적법한 절차를 거친 후 데이터를 넘겼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출입국 심사를 위해 출입국관리법 제3조, 제6조, 제12조의 2조에 근거해 안면이미지 등 국민과 외국인에 대한 정보(생체정보)를 수집·활용할 수 있다는 근거를 제시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2호의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거나 법령상 의무를 준수하기 위한 불가피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민단체는 당시 법무부가 해당 사업에 대한 법적 근거로 제시한 출입국관리법 제12조의2는 외국인 입국 시 본인임을 확인하는 절차에 얼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반박한다. 민간기업의 인공지능 식별시스템 개발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시민단체는 정부가 자동출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사람의 신원을 신속·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식별 시스템을 개발하려는 목적으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5조 제1항 제3호 및 제26조의 ‘개인정보의 위탁처리’ 규정에 근거해 사업을 추진 중이라고 봤다. 인공지능 식별추적시스템에 외국인 개인정보를 수집·이용한 전 과정은 개인정보의 목적 외 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개인정보보호 전담기관인 개인정보보호위원회도 해당 문제를 살피고 있지만, 입장을 밝히기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개인정보위 관계자는 "시민단체의 주장이 맞는지 실태를 파악하는 단계다"며 "현장에 나가서 적절한 안전조치 이뤄졌는지, 위탁 계약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명확한 위반사항이 있는지 없는지에 따라 전체 판단에는 시간이 걸릴 수가 있다"며 "만약 위반사항 있더라도 시정조치 여부 등은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당장 시스템 개발을 중단하라고 하긴 어려울 것이다"고 말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법무부가 개인정보보호 관련 문제를 담당한다며 책임을 돌렸다. 하지만 정작 담당 부처인 법무부는 내부 확인을 거쳐야 한다며 법 위반 여부 의혹을 묻는 질문에 답을 주지 않았다.

이대우 법무부 이민정보과 과장은 답변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묻자 "검토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류은주 기자 riswell@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