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칼럼에서는 17세기 제작 작품들의 경매데이터 분석 결과를 공유하려 한다. 지난 칼럼에서도 논의했듯이 1598년에 종결된 임진, 정유왜란은 조선사회에 엄청난 사회/경제적 변화를 가져왔고 이에 따라 1600년을 기점으로 문화적으로도 큰 변화가 일어났다. 이에 이번 칼럼에서는 1600년대에 제작된 작품들의 경매거래 데이터를 분석했다.

17세기에 제작된 작품들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총 44명의 작가의 114작품이 122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됐다. 지난 칼럼에서 다룬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경우 1999년부터 2005년까지 총 23명의 작가의 44작품이 45회에 걸쳐 경매에 출품된 것과 비교하면 더 많은 작가들의 더 많은 작품이 최근까지도 거래됐음 알 수 있다.

1999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된 이 작가들의 작품 낙찰가 평균은 약 8000만원이다. 가장 비싸게 거래된 작품은 2006년 2월 23일 평창동 서울옥션하우스에서 서울옥션이 주최한 ‘서울옥션 특별경매 _ Part II 100회 100선’에서 16억2000만원에 낙찰된 작자미상의 철화백자운룡문호이다.

철화백자운룡문호는 왕실에서 사용했음을 상징하는 발톱이 셋 달린 용(삼조룡·三爪龍)을 그린 작품이다. 2006년 개인소장자가 경매에 내놓았던 이 작품은 당시 국내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음 표는 위 작품들의 연간 총 낙찰액 추이를 나타낸다.

./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위 표를 보면 17세기 제작 작품들은 1999년부터 2020년까지 거래되기는 했으나 매우 띄엄띄엄 거래됐음을 알 수 있다. 2006년 약 17여억원어치가 거래된 것은 철화백자운룡문호의 영향이었고 2015년이나 되어야 거래가 활성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이하게도 최근 들어서야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에 제작된 작품들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임진왜란 이전 출생 작가들의 작품들이 2000년에 1300여만원어치가 거래되고 나서 2002년에 1500여만원의 거래가 일어났다. 이후, 2004년에 1억2000만원, 2005년에 2억6000만원의 거래가 일어난 후 더 이상 거래가 없다. 이와 비교하면 임진왜란 이전 제작된 작품들을 선호하는 현대의 컬렉터들과 전후 제작된 컬렉터들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극단적인 실증적 분석결과는 과거에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으로 큰 영향을 미친 사건은 현재 예술품 거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경매 전 전문가의 의견을 토대로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가 발표되며 최대 추정가와 최소 추정가의 차이가 클수록 작품의 가치에 대한 예측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의미이다. 그렇기에 컨센서스 밴드의 크기는 전문가들이 판단한 작품 가치의 불확실성의 정도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다음 표는 작품들의 컨센서스 밴드 추이를 나타낸다.

./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 아트파이낸스그룹 ‘경매데이터 분석 시리즈’
같은 기간 동안 최대 추정가를 최소 추정가로 나눈 컨센서스 밴드는 1.08에서 2.21 사이에서 변화했다. 흥미로운 점은 컨센서스 밴드의 수준이 2010년을 기점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17세기에 제작된 작품의 경매데이터를 이용해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이 어떻게 이뤄지고 어떠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앞으로도 칼럼을 통해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결과를 논의하도록 하겠다.

데이터 분석과 해석을 도와준 아트파이낸스 그룹의 데이터분석 담당, 류지예 팀장에게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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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훈 교수(PhD, CFA, FRM)는 홍익대 경영대 재무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학계에 오기 전 대학자산운용펀드, 투자은행, 중앙은행 등에 근무하며 금융 실무경력을 쌓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박사를 마치고 자본시장연구원과 시드니공과대(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 경영대에서 근무했다. 주 연구분야는 자산운용·위험관리·ESG금융·대체투자다. 금융위원회 테크자문단, 글로벌 ESG, 한국탄소금융협회 ESG금융팀장을 포함해 현업 및 정책에서 다양한 자문 활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