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11월 10일에서 11월 13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제20회 서울카페쇼’가 열렸다. 커피머신 업체, 로스터기 판매업체, 커피생콩 유통업체, 원두판매업체, 각종 커피용품업체, 포장재료업체 등 커피 산업 전반에 관련된 업체들이 대거 참여하였다. 또한 카페시설 설비를 위한 인테리어와 장비업체, 사이드메뉴인 제과제빵업체와 주스 등과 같은 음료업체, 차(Tea)나 허브 업체, 각종 시럽이나 소스 등 음료 제조에 필요한 각종 부자재 판매업체도 참여하고 있었다. 카페 쇼 기간 중 세계커피대회에 참가할 국가대표를 선발하는 바리스타대회와 라떼아트대회도 함께 치러지고 있었다.
커피 전시회는 새로운 커피머신이나 새로 개발된 도구가 전시되기도 하고 참여 생두업체들을 통하여 그해 수확된 커피생두에 대한 정보도 입수하고 샘플도 맛볼 수 있다. 또한 커피시장의 최신 흐름을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새로운 정보를 교환할 수 있어 커피업계 종사자들에게는 매우 유용한 행사이다. 전시회 기간 동안 커피 기술을 다투는 경진대회도 함께 열려 커피 기술의 발전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특히 올해의 커페쇼에서는 ‘게이샤’ 품종의 생콩을 전시· 판매하고 있는 곳이 여럿 보였다. ‘게이샤’ 품종의 커피는 뛰어난 향미로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비싸게 팔리고 있는 커피 중 하나이다. 가장 유명한 생산지는 파나마의 보케테(Boquete) 지역에서 생산된 것이다. 파나마의 게이샤 커피가 워낙 고가로 판매되자 지금은 다른 중남미 국가에서도 ‘게이샤’ 품종의 커피를 생산하고 있다. 파나마산 게이샤 커피 이외에도 과테말라, 콜롬비아 등에서 생산된 ‘게이샤’ 커피도 전시되고 있었다. 최근 각종 커피대회에 참가하는 선수들이 거의 예외 없이 게이샤 품종의 커피를 들고 출전하고 있을 정도로 게이샤 커피는 향미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가격은 다른 여타 스페셜티 커피보다도 훨씬 비싸다. 이런 비싼 커피가 카페쇼에서 다양하게 전시되어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일반 대중에게 널리 알려져 있으며 고급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가 많이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게이샤 커피와 같은 초고가의 커피가 별 저항감 없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다는 것은 전체 커피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인 의미가 있는 것이므로 커피업계 종사자로서 매우 반가웠다.
코로나19 이후 가정에서 소량의 생콩을 사서 직접 로스팅하고 추출하여 자신의 취향에 맞는 커피를 즐기려는 홈카페족이 많아졌다. 이번 전시회에서 이런 경향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즉 200g, 400g, 600g 등과 같은 소량의 원두를 로스팅 할 수 있는 가정용 홈로스터기가 많이 출시되어 있었다. 또한 가정에서 간편하게 커피를 추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새로운 추출도구들도 눈에 띄었다.
또한, 이번 서울카페쇼에서는 결점두를 선별하는 자동화기계가 전시되어 있었다. 일반적으로 로스팅을 하기 전에 결점두를 골라내는 작업을 한다. 결점두는 커피의 풍미를 해치고 향미에 나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로스팅 하기 전에 제거한다. 올해 전시된 자동 결점두 선별기기는 가정용으로 사용되어야 할 정도로 용량이 작아 보였다. 하지만 통상 생두유통업체에서는 프리미엄급 이상의 생콩을 판매용으로 유통하기 전에 미리 결점두를 선별하는 작업을 거친다. 따라서 스페셜티급 생콩을 구매한다면 따로 결점두를 골라낼 필요가 없다. 산업용으로 사용하기에는 용량이 작아 보였고, 앞으로 홈카페족이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가정용으로 점차 사용도가 늘어나지 되지 않을까 싶다.
한편, 로봇과 함께 자동화드립기기를 더 설치하면 핸드드립 한 커피도 무인으로 판매를 할 수 있는 곳도 있었다. 로봇이 빈 컵을 집어 분쇄기구 아래 놓으면 사전에 설정된 입자로 분쇄된 커피가루를 일정량 받게 되고, 로봇이 약간 흔들어 받은 커피가루를 평평하게 만들어 자동화드립기기 위에 올려놓는다.
자동화드립기기는 사전에 설정된 값에 따라 뜨거운 물을 부어 주면서 추출을 시작한다. 추출이 끝나면 로봇이 손님에게 내어주는 방식이다(아래 중간 사진). 분쇄기에 커피원두만 넣어주면 나머지 모든 작업은 로봇이 수행하게 된다. 로봇과 자동화드립기기가 설정값에 따라 일정하게 커피를 추출하게 될 것이므로 커피의 맛과 향이 일정하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드립을 하기 위해 물을 붓는(pour) 동작만 하는 즉, 사람의 팔을 대신하는 로봇도 있었다(아래 오른쪽 사진). 하지만, 사람이 로봇 옆에서 커피를 분쇄하고 사용량을 계량하여 준비해 주어야 하고 온도를 맞춘 물을 로봇한테 건네주어야 하므로 다소 번거로워 보였다. 제대로 된 커피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용하는 원두의 볶음도, 사용하는 추출도구, 분쇄할 입자 크기, 물 온도, 물을 붓는 시간 등 고려해야 할 것이 많은 매우 세심한 작업이다. 이번에 소개된 물을 붓는 드립용 로봇은 아직은 동작이 사람의 팔처럼 자연스럽지는 못하나 로봇기술의 발달에 따라 머지않아 사람이 만드는 것 같은 훌륭한 드립커피를 만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처음 몇 초간은 약한 압력으로 물을 주입하여 적셔주고 그 후 천천히 압력을 높여 9바(bar) 압력으로 커피성분을 뽑아낸다고 한다. 물은 뜨거운 물이 아닌 약 25°C의 상온의 물을 이용한다고 한다. 물온도와 무관하게 압력만으로도 충분히 커피 성분을 뽑아낼 수 있으므로 굳이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는데 뜨거운 물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기존의 커피머신을 사용하여 추출을 자주 하게 되면 보일러 속의 물온도가 내려가 에스프레소 맛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어 항상 일정한 추출결과를 도출할 수 없다는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개발을 하였다고 한다.
이 신개념 에스프레소 추출도구는 이번 카페쇼에서 최우수상(CAFE SHOW EXCELLENCR AWARDS 2021)을 수상하였다. 오로지 압력만으로 상온의 물을 사용하여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시음해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풍부한 커피의 향기가 올라오지 아니하였고, 전통적인 커피머신으로 추출한 에스프레소에서 느껴지는 부드러운 신맛과 단맛보다는 날카로운 신맛과 쓴맛이 더 도드라졌다. 일반적인 커피머신을 이용하여 85 °C 이상의 고온에서 녹아 나오는 에스프레소 커피에서의 맛과 향기성분들에 대해서 놓치는 것은 없는지 화학성분을 따져가며 연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 외부필자의 원고는 IT조선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신혜경 칼럼니스트는 이화여대에서 교육공학을 전공하고,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커피산업전공으로 보건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원과학기술대학교 커피바리스타제과과와 전주기전대학교 호텔소믈리에바리스타과 조교수로 재직하였고, 한림성심대학 바리스타음료전공 겸임교수로 재직중이다. 바리스타 1급 실기평가위원, 한국커피협회 학술위원회 편집위원장, 한국커피협회 이사를 맡고있다. 서초동 ‘젬인브라운’이라는 까페를 운영하며, 저서로 <그린커피>, <커피매니아 되기(1)>, <커피매니아 되기(2)>가 있다. cooykiwi1@gmail.com
- [신혜경의 커피톡 (58)] 커피, 심혈관 질환에 영향을 미치나?
- [신혜경의 커피톡 (57)] 국내 카페시장규모가 세계 3위 수준이라고?
- [신혜경의 커피톡 (56)] 커피와 음식과의 매칭
- [신혜경의 커피톡 (55)] 커피추출 기술의 역사
- [신혜경의 커피톡 (54)] 그린커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 [신혜경의 커피톡 (53)] 시그니쳐 메뉴가 뭐지?
- [신혜경의 커피톡 (52)] 한국의 커피기술, 세계최고 수준 도약
- [신혜경의 커피톡 (51)] 카페 고객서비스 개념의 변화
- [신혜경의 커피톡] ㊿에스프레소 머신용 원두와 핸드드립용 원두를 달리 써야 하나요?
- [신혜경의 커피톡] ㊾커피 이름 속에 포함되어 있는 정보의 의미
- [신혜경의 커피톡] ㊽성공적인 커피 서비스를 위하여 필요한 고객서비스
- [신혜경의 커피톡] ㊼디카페인 커피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늘고 있다
- [신혜경의 커피톡] ㊻카페의 생존을 위한 전략
- [신혜경의 커피톡] ㊺커피에서 바디(Body)의 중요성
- [신혜경의 커피톡] ㊹다양한 차 블렌딩 음료를 영리하게 마셔보자
- [신혜경의 커피톡] ㊸제대로 차를 즐기기 위해 차의 종류를 알아보자
- [신혜경의 커피톡] ㊷카페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에 즈음하여
- [신혜경의 커피톡] ㊶ 커피를 만들 때 필수적으로 원두를 분쇄해야 한다
- [신혜경의 커피톡] ㊵커피의 단맛은 어디서 오나?
- [신혜경의 커피톡] ㊴완벽한 에스프레소에 ‘25의 미학’이 유지될 수 있을까?
- [신혜경의 커피톡] ㊳2022년 커피시장은 어떻게 될까
- [신혜경의 커피톡] ㊲커피가격, 더 올려야 하나?
- [신혜경의 커피톡] ㉟커피전문점 창업을 위한 고려 요소
- [신혜경의 커피톡] ㉞소셜미디어를 통한 스페셜티커피 시장의 변화
- [신혜경의 커피톡] ㉝커피가 우울증 발병 위험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는데
- [신혜경의 커피톡] ㉜ 선물용 드립백커피 맛있게 내리기
- [신혜경의 커피톡] ㉛커피볶음도에 따라 발암물질이 차이 난다고?
- [신혜경의 커피톡] ㉚커피에서 쓴맛이 왜 날까?
- [신혜경의 커피톡] ㉙물에 따라 차이 나는 커피 맛
- [신혜경의 커피톡] ㉘커피 향미평가는 커피종사자의 필수 능력
- [신혜경의 커피톡] ㉗원두커피, 인스턴트커피, RTD 커피의 차이는 무엇인가?
- [신혜경의 커피톡] ㉖코로나 확산에도 커피음료점은 많아졌다는데
- [신혜경의 커피톡] ㉕카페 메뉴의 블렌딩 매력
- [신혜경의 커피톡] ㉔커피 다이어트 효과는 오전과 오후가 다르다는데
- [신혜경의 커피톡] ㉓일회용 컵 보증금제 부활한다
- [신혜경의 커피톡] ㉒커피 한 잔에 탄소 배출은 얼마나 되나?
- [신혜경의 커피톡] ㉑로봇바리스타가 바리스타자격증을 딸 수 있을까?
- [신혜경의 커피톡] ⑳아메리카노, 드립커피, 콜드브루 커피와의 차이는 무얼까?
- [신혜경의 커피톡] ⑲커피에 오일이 뜨는데 마셔도 되나?
- [신혜경의 커피톡] ⑱콜드브루는 뜨거운 커피보다 건강에 더 좋을까?
- [신혜경의 커피톡] ⑰커피에도 단맛이 있을까?
- [신혜경의 커피톡] ⑯국가직무능력표준의 커피 능력단위에 대하여 수정이 필요하다
- [신혜경의 커피톡] ⑮나만의 홈카페를 즐겨보자
- [신혜경의 커피톡] ⑭ 커피 배달의 새로운 바람
- [신혜경의 커피톡] ⑬커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잘 보관하여야 한다
- [신혜경의 커피톡] ⑫ 지혜롭고 건강하게 커피를 마셔보자
- [신혜경의 커피톡] ⑪ 공정무역커피는 단순히 직거래로 수입한 커피를 말하는 것만은 아니다
- [신혜경의 커피톡] ⑩ 2020년 커피박람회를 다녀와서
- [신혜경의 커피톡] ⑨ 커피가격의 민감도
- [신혜경의 커피톡] ⑧ 커피에서 신맛은 왜 날까?
- [신혜경의 커피톡] ⑦ 커피 잔류농약 허용 기준 강화
- [신혜경의 커피톡] ⑥ 웰빙 커피와 기능성
- [신혜경의 커피톡] ⑤ 커피를 더 알려면 꼭 기억할 이름 '케네스 데이비드'
- [신혜경의 커피톡] ④ 미국인도 '아메리카노'보다 '이것'을 더 찾는다
- [신혜경의 커피톡] ③ 커피에 발암 경고문이라니?
- [신혜경의 커피톡] ② 커피에서 발효란?
- [신혜경의 커피톡] ① 원두커피 가격과 커피 등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