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성장률(2.1%)보다 국내 성장률(6.3%)이 높은 유망 산업 분야가 있다. 당연히 투자가 선행해야 하지만, 여러 장벽에 유입이 막혀 재원이 부족하다는 호소가 잇따른다. 바로 영상 콘텐츠 분야다.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High Risk High Return) 방식인 산업 투자 특성에 맞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광고 규제를 완화하면서 플랫폼 사업자와의 선계약 후공급 계약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는 평가도 있다.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콘텐츠 정책 미션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리더스포럼 / 김평화 기자
‘글로벌 콘텐츠 강국 실현을 위한 콘텐츠 정책 미션과 과제’를 주제로 열린 미디어리더스포럼 / 김평화 기자
미디어미래연구소는 18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제24회 미디어리더스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콘텐츠 강국을 실현하기 위한 정책·산업 과제를 모색하고자 마련된 자리다.

발제를 맡은 천혜선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이 전체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성장성이 뚜렷한 분야라고 짚었다. 통신과 반도체 등 타 산업과 비교해서도 고용 창출 효과, 정규직 비중, 한류 효과 등의 국가 경제 기여도가 큰 유망 산업이라는 설명도 더했다.

일례로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은 2019년 기준 6.3%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글로벌 영상 콘텐츠 산업 성장률(2.1%)의 3배다. 반면 국내 비영상 콘텐츠 산업은 5.9%의 성장률을 기록해 세계 성장률(6.7%)보다 낮았다.

천 위원은 "영상 콘텐츠는 비대면 시대에도 콘텐츠 진출을 할 수 있는 산업이다. 플랫폼 기업은 여러 규제 문제가 있고, 네트워크 같은 유형 자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지만 콘텐츠사는 공격적으로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가 수준 높은 서사나 CG(컴퓨터그래픽) 잘한다고 평가를 받는데, 이런 부류의 기업이 세계 영상 엔터테인먼트 시장에서 해외 진출을 넘어 글로벌 대표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양한 지표에서 성장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산업 내부에선 어려움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영상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토대를 구축했음에도 재원 부족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특히 산업 성장 마중물이 될 투자가 활성화하지 않는 것이 문제다.

영상 콘텐츠는 전형적인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산업이다. 위험성이 큰 투자 영역인 만큼 투자 활성화를 위한 세제 지원 등의 정책 도구가 필요하다. 정부에서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법적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이다.

천 위원이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를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미래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천 위원이 국내 영상 콘텐츠 산업의 국가 경제 기여도를 설명하고 있다. / 미디어미래연구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천 위원은 "국내 자본이 콘텐츠로 유입되도록 하는 민간 투자 활성화 제도가 필요하다"며 "정부 지원이 직접 지원이나 공공·중소 지원에 그치고 있는데, 직접적인 투자보다는 투자 자본이 투입됐을 때 세제 지원을 하거나 긴급 펀드 받게 해주거나 하는 간접적인 투자 조성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투자 활성화를 위해서는 콘텐츠 제작사 매출 구조의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유료방송 업계 관행처럼 굳어진 선공급 후계약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김세원 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 정책기획팀장은 "유료방송 사업자는 콘텐츠 선공급 후계약이 관행이라 바꿀 수 없다고 하지만 유료방송을 처음 시작한 1995년에도 그런 관행이 있었는지 묻고 싶다"며 "협상력이 강해진 유료방송 사업자가 (선계약 후공급) 룰을 깬 게 팩트다"며 계약 문화 개선을 요구했다.

서장원 CJ ENM 전략지원실장은 "외부에서 콘텐츠 투자를 받으려고 해도 매출 구조가 불확실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콘텐츠가 나왔을 때 (선공급 후계약으로) 내년 매출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데, 계약도 안 맺었는데 매출을 어떻게 아냐고 묻는다"며 "우리의 관행은 글로벌 기준에 맞는 관행은 아니다"고 꼬집었다.

결국 영상 콘텐츠 산업 육성을 특정 산업의 성장으로 볼 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여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임석봉 JTBC 미디어정책담당은 "그간 정부는 플랫폼 중심의 육성을 해왔다. 하지만 미디어 산업이 국가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글로벌로 진출하고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산업은 콘텐츠 산업이다"며 "정부 당국에서 정책 지원을 논하는데, 특정 기업을 돕는 게 아니라 국가 경쟁력을 일으키는 한 축으로 생각하고 고려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