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차주가 정부 특혜를 받는다. 픽업트럭은 승용차와 상용차 중간쯤 지위를 가졌지만, 법적으로는 화물차에 속한다. 매년 종합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불편함은 있지만, 취·등록세나 개별소비세 면제 등 세제 혜택이 상당하다. 화물차 세제 혜택은 생계용으로 화물차를 타는 이들을 위해 만든 것인데, 픽업트럭이 그 수혜를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픽업트럭이 상업 용도로 쓰이는지 의문이다. 최근 캠핑 등 레저용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굳이 화물차로 구분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다. 화물차로 지정한 탓에 픽업트럭에서 나올 세금이 줄줄 샌다. 캠핑용으로 많이 찾는 SUV 차량 소유자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낀다. 잘못된 차량 분류 탓에 일부가 혜택을 보는 픽업트럭 상황을 언제까지 두고 봐야 할까.

2020년 기준 픽업트럭 ‘렉스턴 스포츠’의 구매 고객 중 절반쯤은 개인이었다.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 개인구매자 비율이 높았다. 픽업트럭은 법적으로는 화물차지만 실상은 승용·레저용으로 더 많이 사용하는 차량인 셈이다. 농촌과 소규모 물류 현장 등에서는 픽업트럭보다 저렴한 포터 등 1톤 이하 소형·더블캡(운전석 확대) 트럭을 주로 쓰는 것은 픽업트럭의 분류가 한참 잘못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픽업트럭과 유사한 급의 SUV 차량 운전자는 심기가 불편하다. 비슷한 용도의 차량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더 많은 세금을 낸다. 예를 들어, 4000만원 가격의 2100㏄ 배기량 픽업트럭과 SUV의 세금을 비교하면, 픽업트럭 차주는 취·등록세(5%) 혜택 등을 통해 202만8500원만 내면 되지만, SUV 차주는 취·등록세(280만원)와 자동차세(54만6000원), 개별소비세(120만원) 등 454만6000원쯤을 납부한다. 비슷한 급의 차량이지만, 세금 차이만 무려 250만원에 달한다.

2020년 등록된 픽업트럭의 수는 3만9000대쯤이다. 위의 예시처럼 동급 SUV보다 250만원씩 세제 혜택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최소 975억원의 세수가 덜 걷혔다. 재원이 줄줄 새는데 정부는 가만히 앉아서 구경만 한다. 한국보다 픽업트럭 시장이 더 큰 미국의 경우, 픽업트럭을 ‘경트럭’으로 구분한다. SUV와 픽업트럭·밴은 모두 경트럭에 속해 세금 등 부분에서 차별이 없다.

국내 픽업트럭 중 일부는 원래 목적인 상업용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 경우라면, 화물차용 차량 번호판을 부여해 혜택을 주면 된다. 국토부는 11월부터 신규 비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을 7자리에서 8자리로 개편했다. 영업용 화물차 번호판은 그대로 노란색이다. 굳이 차량 구분에 따라 전체 픽업트럭을 화물차로 지정할 필요는 없다.

2022년부터 미국의 제너럴모터스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한국 픽업트럭 시장에 뛰어든다. 지금과 같은 픽업트럭 세금 부과 조건을 유지한다면, 더 많은 세수가 사라진다. 픽업트럭은 엄밀히 말해 화물차라고 보기 어렵다. 정당하게 거둬들일 수 있는 세금이다. 픽업트럭과 관련한 법령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할 것이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