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취임한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이 임직원과의 직접 소통 창구를 열자 연봉 등 처우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권 부회장이 취임 일성으로 ‘임직원의 행복’을 강조한 만큼 이들의 요구를 어느 정도 들어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LG에너지솔루션 내부 정보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CEO와 직접 대화할 수 있는 사내 온라인 소통 채널 '엔톡(EnTalk)'에는 임직원들이 제안한 게시글이 올라온다"며 "최근 올라온 글 중에 경쟁사보다 낮은 급여에 대한 처우개선 요청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CEO-직원 간 직접 소통 채널 '엔톡(EnTalk)' 화면 / LG에너지솔루션
LG에너지솔루션 CEO-직원 간 직접 소통 채널 '엔톡(EnTalk)' 화면 / LG에너지솔루션
엔톡은 권 부회장이 MZ세대 직원들로 이뤄진 주니어보드 멤버들과의 자리에서 논의한 후 16일 도입한 제도다. 권 부회장은 "CEO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만들어달라"는 의견을 받았다.

LG엔솔 직원들은 엔톡을 통해 CEO에게 궁금한 점을 묻거나 건의사항 등 의견을 직접 올린다. 이후 CEO의 답변을 받을 수 있다.

한 직원은 ‘후배들에게 LG가 어떤 점에서 매력이 있는지 얘기해 주기 어렵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더 이상 후배들에게 LG가 급여를 최대한 줄 수 있는 만큼 준다고 얘기하기 어렵다"며 "LG가 과연 취업 준비를 하는 분들에게 매력적인 회사인지 고민된다"고 지적했다.

면접 중 괜찮다고 생각한 사람은 LG에 입사하지 않고, 인터넷 커뮤니티 글을 봐도 LG는 삼성, 현대차, SK 보다 후순위로 밀린다는 것이다.

그는 또 직원 평균 급여 톱30에 LG 계열사는 없지만, 임원 평균 급여 톱4에는 LG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종업계와 비교해 낮은 급여와 성과급, 임원과 큰 격차 때문에 인재가 이탈한다는 과거 IT조선 보도도 발췌했다.

그래비티 페이먼트의 CEO인 댄 프라이스가 직원 최저 연봉을 높이기 위해 자신의 연봉을 90% 깎았다는 사례도 언급했다.

그는 "위와 같은 내용을 바로 LG에 적용할 순 없겠지만, ‘임직원의 행복’이라는 키워드는 부회장님과 동일하다"며 "당장 고민이 해결되진 않아도 부회장님이 ‘임직원의 행복’을 말씀하셨고 변화가 시작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글을 마쳤다.

이번 글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직장인 익명 앱 ‘블라인드’에서는 ‘최근 몇 년 간 가장 감명 깊은 글이었다’, ‘지속적인 관심과 언급으로 그를 지켜야 한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권 부회장의 답변이 어떻게 달릴 지에도 관심이 쏠렸다. 엔톡 규정에 따라 권 부회장은 즉각 답변이 가능한 질문은 7일 내, 추가 개선이나 검토가 필요할 경우 유관 부서 논의를 거쳐 1개월 내 답변해야 한다.

하지만 임직원의 기대감은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권 부회장은 최근 이 글에 대해 "장기적 과제인 만큼 검토해보겠습니다"라는 짧은 답변을 달았다. ‘검토’라는 단어에 긍정적인 해석을 하기 어렵고, 결국 안 된다는 얘기와 마찬가지라는 직원들의 반응이다.

LG는 타사 대비 적은 수준의 성과급과 임금을 두고 반발한 사무직 직원들이 노조를 공식 설립하면서 연초부터 홍역을 치른 바 있다. 2월 LG전자 사무직 노조 설립으로 임금 인상 이슈가 확산되기 시작했고, LG에너지솔루션 역시 연봉 인상 흐름에 동참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4월 직급별 초임을 기존 대비 6~7% 인상했고, 전 직원 (사무직) 평균 연봉 인상률은 10%에 달했다. 입사 첫해 기준 신입사원 연봉도 기존 4300만원에서 4600만원으로 올랐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1위 제조사로 올라섰지만, 이를 이뤄낸 직원들은 경쟁사와 비교해 충분한 보상을 받지 못해 박탈감을 느끼는 것으로 안다"며 "소송 이슈로 국내 경쟁사로 이직 길도 막히면서 회사 내부에서 처우 개선에 대한 목소리는 점점 높아지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엔톡에는 처우 개선 요구 보다 사내 시스템 개선, 페일 패스트(빠른 실패) 도입 등 아이디어 제안이 더 많다"며 "회사는 올해부터 급여 경쟁력을 올리기 위한 시도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