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2022년 새 리더십을 공표하며 글로벌 사업 강화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들 두 기업의 새로운 리더십이 상징하는 의미와 이들이 던진 메시지는 분명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올해 문어발식 사업 확장이나 골목시장 침해 이슈로 지적받은 두 기업이 젊은 리더십 교체를 계기로 국내가 아니라 해외 사업 확장 강화에 무게중심을 뒀기 때문이다. 하지만 새로운 리더십이 짊어질 무게는 가볍지 않다. 카카오는 바다 건너에서, 네이버는 내부에서 각각 풀어야 할 필수 과제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우선 카카오의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웹툰, 카카오픽코마가 일본과 동남아 시장에서 적지 않은 인지도를 올리고 있다. 콘텐츠 영역이 글로벌 신사업의 핵심 중심이 될 것이라고 안팎에서 전망하는 이유다. 픽코마의 글로벌 거래액은 지난해 3분기보다 52% 늘었고 일 평균 열람자와 1인당 결제액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이 외에는 잠재력이 뚜렷한 글로벌 사업 영역을 찾기 힘들어 보인다. 카카오의 새 사업은 대부분 국내 시장에서만 높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국내 시장에서 모빌리티 서비스와 점유율 경쟁을 펼치는 상황이다. 국내시장 확장 과정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을 수습하는데도 힘이 부쳐 보인다. 커머스 영역은 글로벌 경쟁력은커녕, 아직 국내 경쟁사인 네이버와 쿠팡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는 내년 중국, 동남아, 유럽 등으로 간편결제 서비스 기능 등을 확장해 나간다고 하지만 폭발력 있는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페이 서비스는 대개 편리한 메신저 서비스 연결과 결합해 경쟁력이 발생하곤 한다. 그런데 이미 전 세계는 간편한 단순 결제를 제공하는 유수의 토종 사업자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카카오 공동체가 신사업으로 낙점한 블록체인 사업 영역도 마찬가지다. 그라운드X는 클레이튼의 글로벌 인지도를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아직 불확실하다. 이미 해외에는 기술력, 인지도, 신뢰성이 높은 블록체인 기술이 존재한다. 한국 기업의 클레이튼을 사용해야만 하는 확실한 이유를 시장에 각인시키기 위해선, 남다른 뭔가를 갖춰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뚜렷한 범용성도 앞선 기술력도 보이지 않는다.

국내에서 승승장구한 이 서비스들은 카카오톡이라는 국내 대표 메신저의 영향력에 의존해서 성장했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국민 다수가 사용하는 카카오톡에 새로운 사업을 쉽게 연결시키면서, 편리하게 신사업으로 카카오톡의 이용자들을 옮겨올 수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은 다르다. 카카오톡은 글로벌 범용성이 높은 메신저가 아니다. 최고 메신저라는 ‘든든한 뒷배' 없이 ‘계급장 떼고' 승부해야 한다. 이미 시장을 점유한 글로벌 경쟁자들과는 새로운 경쟁력이 존재함을 납득시켜야 한다.

네이버는 카카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글로벌 사업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별도 법인 라인을 중심으로 일본, 동남아 시장에서 메신저와 금융 영역에서 서비스 범주를 확장해 왔다. 라인페이나 라인 메신저의 범용성이 확대되면서 글로벌 시장에서도 새로운 서비스를 붙일 수 있는 ‘든든한 뒷배' 역할을 할 수 있단 뜻이다. 그렇기에 이미 네이버를 ‘글로벌 기업'으로 정의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여기에 네이버는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창출에도 주력한다. 제페토와 함께, 한 단계 더 발전된 형태인 메타버스 생태계 ‘아크버스' 생태계 구축이라는 새 비전을 내놨다. 이제 막 시작 단계인 ‘넥스트 모바일 플랫폼’ 구축을 위한 글로벌 경쟁에 뛰어든 것이다.

오히려 네이버의 시급한 과제는 내부 문화 개선에 있어 보인다. 세상에 큰 충격을 줬던 최고 IT기업에서 일어난 ‘직장 내 갑질’로 인한 불행한 사망사건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단단한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네이버의 치열한 대표 선임 과정을 취재하면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다. 최수연 차기 대표가 선임된 이유는 이해진 GIO의 신임이 유력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직장 내 갑질 문제 해결이 가능한 인물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현재 네이버는 노동조합 공동성명과의 단체협약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원 의견이 충분히 수렴되어 최선의 결과가 도출되기를 바란다.

이은주 기자 leeeunju@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