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이르면 이번주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한다. ‘뉴삼성’을 선언한 이재용 부회장이 2022년에도 김기남 DS(반도체)부문 부회장, 김현석 CE(소비자가전)부문 사장, 고동진 IM(모바일)부문 사장 등 대표이사 3인과 동행을 이어갈지가 최대 관심사다.

재계는 이재용 부회장 경영 복귀 후 첫 임원인사 시행인 만큼 대규모 승진·발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미래 사업 영역에서 차세대 기술 리더십을 갖춘 젊은 인재를 전진 배치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왼쪽부터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김현석 삼성전자 사장·고동진 삼성전자 사장 / 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11월 방미 출장 중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아무도 가보지 않은 미래를 개척해 새로운 삼성을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엔 "냉혹한 현실을 보고 마음이 무겁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생태계에 위기감을 보인 바 있다.

하지만 3인 대표 체제는 세대교체에서 예외가 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재계는 미중 분쟁, 코로나19 확산, 원자재 수급난 등 불확실성이 큰 대외 환경을 감안해 삼성전자의 수뇌부 인사는 ‘안정’에 방점을 찍을 것이 유력하다고 본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정기 사장단 인사에서 3인 대표와 4년째 동행을 이어가기로 했다. 이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매출 74조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데 이어 연간 사상 최대 실적을 앞뒀다.

정년이 넘어도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가 내년 도입되는 점도 그동안 성과를 인정받은 3인 대표에게는 희소식이다. 삼성전자는 축적된 기술력과 경험의 가치가 존중받는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우수인력이 만 60세 정년 이후에도 지속 근무할 수 있는 시니어 트랙 제도를 도입한다. 올해로 김기남 부회장은 만 63세, 김현석 사장과 고동진 사장은 각각 만 60세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이재승 생활가전사업부 사장 / 삼성전자
CE부문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를 총괄하는 한종희 사장, 생활가전사업부장인 이재승 사장 역시 시니어 트랙의 간접 수혜를 볼 전망이다. 한 사장은 1962년생으로 내년 만 60세가 된다. 이 사장은 1960년생으로 올해 만 61세다.

한 사장은 삼성전자가 올해까지 16년 연속 TV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 지난해 승진한 이재승 사장은 비스포크 시리즈 라인업 확대로 생활가전사업 경쟁력을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는 "시니어트랙이 올해 인사부터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새 인사제도 발표를 통해 능력만 있으면 나이와 상관없이 중용하겠다는 회사 방침을 공고히 한 것으로 보인다"며 "정년을 채운 사장급 이상 임원들이 올해 성과에 따라 제도의 수혜를 당겨받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라고 말했다.

이광영 기자 gwang0e@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