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닫친 어린이 장난감 시장, 어른이 노린다

김형원 기자
입력 2021.12.02 06:00
나날이 떨어지는 출산율에 국내 장난감 시장 규모 자체가 축소되는 모양새다.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실적 하락을 맛봐야했던 주요 장난감 업체들은 올해도 인기작과 신상품 부재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반면, 레고 등 글로벌 장난감 브랜드는 어린이수 감소와 불황 속에서도 매출을 크게 끌어올려 업계 주목을 받는다. 장난감업계는 레고의 실적 상승요인을 ‘세대관통 소비층 확보'로 보고 성인까지 장난감 소비층을 늘려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레고 스타워즈 ‘AT-AT’, 국내 가격은 109만9000원이다. / 레고그룹
정부의 인구동향조사 자료를 살펴보면 한국 출생아 수는 2020년 기준 27만명, 합계 출산율은 0.84를 기록했다. 여성 한 명이 평생 0.8명의 자식을 낳는다는 이야기다. 10년전과 비교하면 신생아 수는 반토막 수준이다.

어린이 수 감소에 장난감업계는 곤혹감을 감추지 않는다. 주요 소비자가 줄어드니 주요 업체 매출도 꺽일 수밖에 없고, 전체 시장 규모 자체도 축소되기 때문이다. 매출 규모로 업계 선두를 자랑했던 영실업은 지난해 매출이 239억원 감소한 1054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0% 줄어들었다. ‘터닝메카드' 시리즈로 유명한 초이락컨텐츠팩토리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전년 대비 38% 감소한 577억원에 그쳤다.

이에 반해, ‘레고(LEGO)’는 국내 주요 장난감업체들이 실적 하락 고배를 마시고 있는 상황에서도 전년 대비 20% 매출 상승(1521억원)을 이뤄냈다.

글로벌 장난감 시장에서도 레고는 높은 실적 상승을 이끌어냈다. 레고그룹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21% 높아진 437억크로네(7조8413억원),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19% 오른 129억크로네(2조3147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세계 장난감 시장 매출이 28.4% 줄어든 것과 대비된다.

장난감 업계는 전체 시장이 축소되는 상황에서 레고 실적이 오른 배경이 ‘넓은 소비층'에 있다고 분석한다. 아기부터 할아버지까지 나이에 상관없이 소비하고 즐기는 문화가 레고의 튼튼한 실적의 뒷받침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레고 성인 소비층은 다른 장난감 브랜드 대비 높다. 레고그룹은 자사 제품의 성인 소비층 비율이 전체의 18~20%라고 평가한다. 레고에 열광하는 마니아 ‘아폴(AFOL, Adult Fan Of LEGO)’ 수는 전세계 100만명 이상이다. 이는 다른 장난감 브랜드에서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높은 수치다.

레고는 올해 성인층을 정조준해 만든 상품을 다수 선보였다. 회사는 연말시장을 노리고 ‘스타워즈 AT-AT’, 영화 ‘나홀로 집에' 속 주인공 집을 브릭으로 재현한 상품, 영화 ‘타이타닉'의 배경인 거대 유람선 타이나닉과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 등 성인 레고팬들을 그야말로 환장하게 만드는 상품을 속속 시장에 내놨다. 이들 제품은 하나에 100만원이 넘거나 100만원에 가까운 고가 상품이다. 그 만큼 팔면 팔수록 레고 매출과 영업이익은 오를 수 밖에 없다.

플레이모빌 007 제임스 본드 애스턴 마틴 DB5 골드핑거 에디션 / 플레이모빌
레고가 성인 소비층을 정조준해 실적을 끌어 올리자 라이벌로 손꼽히는 독일 플레이모빌도 유명 영화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상품을 차례로 내놓으면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플레이모빌은 최근 영화 ‘백투더퓨처', ‘스타트랙', ‘007’ 등의 유명 작품 속 자동차와 우주선을 상품화 한 것은 물론, 명차 ‘포르쉐 911’과 ‘포르쉐 미션E’ 등 유명 자동차를 모형화한 상품으로 성인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고 있다.

장난감업계에 따르면 플레이모빌 제조사 독일 브란트슈테터그룹(Geobra Brandstatter GmbH & Co. KG) 올해 1~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 성장했다. 비상장사인 탓에 매출액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다. 공식 자료에 살펴보면 회사는 2019년에 매출 6억7600만유로(9000억원)를 기록했다.

장난감업계 관계자는 "닫혀가는 어린이 지갑 대신 가치소비 트렌드에 지갑을 활짝여는 MZ세대를 사로잡을 상품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레고와 플레이모빌은 인기 영화를 소재로 한 상품을 제작할만큼 투자여력을 갖춘 반면, 국내 장난감업체들은 금전적 여유도 브랜드 파워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또 "해외 IP 활용이 어렵다면 성인층도 흡수할 수 있는 국내 IP를 개발해야 하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은 상황이고, 과거 IP를 사용하려해도 일본 등 외산 IP 대비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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