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예고된 결과였다. 올해 5세대(G) 소비자 집단 소송과 초고속인터넷 품질 논란, KT 전국 인터넷 장애가 잇달아 발생한 배경에는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를 포함한 통신 3사의 소비자 외면이 있었다. 1일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발표한 통신 3사의 이용자 보호 업무 평가에서 그 증거가 여실히 드러났다.

방통위 발표 자료를 보면, 올해 통신 3사는 이동전화 분야와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차상위 등급인 ‘우수' 평가를 받았다. 2020년 평가에서 최상위 등급인 ‘매우우수'를 받았던 것과 달리 한 단계 하락했다. KT는 초고속인터넷 분야에서 두 단계나 하락해 3순위 등급인 ‘양호' 평가를 받기도 했다. 2020년 실태를 조사한 결과를 올해 발표한 것임을 감안하면, 이번에 낮아진 평가는 올해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알리는 복선이었던 셈이다.

이 같은 우려는 올해 또 다른 지표에서 가시화하고 있다. 통신 3사의 올해 설비투자(CAPEX) 규모와 세부 집행 내역이다. CAPEX 규모가 줄어들면서 투자 분야 역시 B2C 통신 영역과 멀어지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별도 기준 1~3분기 누적 CAPEX에서 1조1539억원을 집행했다. 2020년 3분기보다 21.47% 줄어든 결과다. 같은 기준으로 KT는 올해 17.89% 줄어든 1조4648억원의 CAPEX를 집행했다. LG유플러스는 8.29% 감소한 1조4638억원의 CAPEX 규모를 보였다. 그 결과 통신 3사의 올해 합산 1~3분기 CAPEX 규모는 2020년 3분기(4조8495억원)보다 15.82% 줄었다.

CAPEX 세부 내역을 보면, KT는 올해 1~3분기 가입자망과 기간망을 포함해 1조2610억원을 투자했다. 2020년 3분기보다 23.95% 줄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1~3분기 무선 네트워크에 5771억원을 투자해 2020년 3분기보다 29.0% 감소한 결과를 보였다. 그사이 IT를 포함한 기타 투자에는 26.1% 늘어난 3080억원을 집행했다. 기업의 투자 방향이 곧 주요 사업 목표를 나타내는 바로미터라는 점에서 기타 투자는 우려 요소다.

최근 통신 3사는 연일 호실적을 자랑한다. 올해 1분기(1조1086억원)와 2분기(1조1408억원), 3분기(1조591억원) 모두 합산 영업이익에서 1조원대를 기록했다. 5G 가입자 증가에 따른 통신 사업 성과와 함께 비통신 영역에서 B2B 실적을 올린 덕분이다. 향후 B2B 영역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게 통신 3사 계획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보는 내실 있는 성장과 거리가 멀다. B2C 통신 사업에서 기대하는 파이가 비통신 사업보다 작다고 해서 이를 소홀히 한다면 언제 터질지 모르는 리스크를 안고 가는 것과 같다. 어처구니없는 찰나의 실수로 89분간 전국 단위 인터넷 장애를 일으켜 400억원의 소비자 보상액을 마련한 KT 사례가 대표적이다. 디지털 사회로 갈수록 요구되는 통신 품질의 기준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 통신 3사 대표들은 11월 개최한 정부 행사에서 올해 CAPEX 규모를 2020년 수준인 8조원대로 끌어올리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CAPEX 규모가 줄면서 발생할 수 있는 2022년 리스크를 줄였다. 통신 3사의 이번 다짐이 깜짝 발표로 끝나기보다는 통신 사업 내실을 다지는 시작점이 되길 기대해 본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