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제공사업자(CP)인 넷플릭스와 망을 제공하는 국내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 간 이용대가 지급 갈등이 악화일로다. 폐쇄적인 인터넷 연결 시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인 만큼 관련 시장의 이해도를 높여야 갈등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다만 유사 사례를 살폈을 때 인터넷이 무상으로 거래된다는 오해를 깨고 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결국 궁극적인 갈등 해결을 이끈다는 주장이다.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 /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 /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조대근 서강대 겸임교수(공공정책대학원)는 3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망 이용대가를 둘러싼 소모적인 분쟁 해소를 위한 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발제를 진행했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미디어정책학회가 ‘글로벌 OTT와 지속가능한 ICT 생태계 상생 방안 모색'을 주제로 주최한 자리다.

조 교수는 이날 넷플릭스와 국내 ISP 간 갈등 주제인 망 이용대가 지급과 관련해 소모적인 분쟁을 끝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CP와 ISP,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사업자 다수가 거래하는 인터넷 연결 시장이 폐쇄적인 상황에서 한정된 정보로 싸우다 보니 각자의 주장만 더해질 뿐 해결은 불가하다는 논지다.

조 교수는 넷플릭스와 ISP 간 갈등의 근본 배경에는 트래픽 교환 비율의 불균형이 있다고 봤다. 서로 간에 주고받는 트래픽이 일정할 땐 손해가 발생하지 않지만, 한쪽의 트래픽이 과도해지면 다른 쪽 사업자가 이를 손해로 여기게 된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자인 넷플릭스 특성상 고용량 트래픽을 요구하는 영상을 서비스하다 보니 ISP 입장에선 이를 손해로 여겨 비용을 받으려 한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해외 대형 ISP의 경우 돈을 지불하지 않는 피어링(Peering, 직접접속)을 하려면 전제 조건이 있다. 동등하게 주고받아야 한다는 거다"며 "피어링 계약 시 일정 트래픽 비율을 정해두다 보니 어떤 사업자는 1.8대 1을 두고, 어떤 ISP는 3대 1을 둘 수 있다. 3대 1은 내가 발생하는 트래픽의 3배까지는 참을 수 있다는 말과 같다"고 말했다.

이어 "버라이즌과 AT&T, 오렌지 등 ISP 사업자가 각각의 피어링 조건을 갖는데, 계약한 비율을 넘어서면 분쟁의 단초가 된다"며 "계약 조건은 고정이 아니고 언제든 변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피어링은 두 사업자가 별도 정산 없이 상호 접속해서 혜택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종주국인 미국에서 처음 인터넷을 상용화할 때 당시 기술 한계로 사업자 간 정산이 어렵자 택한 방식이다. 금전을 주고받진 않았지만 네트워크라는 현물을 주고받는 것으로 여기고 거래한 사례다.

조 교수는 피어링이 마치 인터넷을 무료인 것처럼 인식하게 했지만 실상은 현물을 주고받았던 만큼 언제든 사업자 간 금전 거래가 발생할 수 있다고 봤다. 특히 넷플릭스 사례처럼 트래픽 교환 비율의 불균형이 발생할 경우 분쟁이 생길 수 있고, 과거 유사 사례를 살폈을 때 해당 갈등의 해결은 돈을 지불하는 것이었다는 설명도 더했다.

조 교수가 트래픽 교환 비율의 불균형으로 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조 교수가 트래픽 교환 비율의 불균형으로 사업자 간 망 이용대가 갈등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 한국미디어정책학회 유튜브 채널 갈무리
넷플릭스는 CP가 ISP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을 위배하는 것이기에 비용을 지불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망 중립성 원칙의 핵심은 ISP가 인위적인 관리로 특정 CP의 트래픽을 우선한다든지, 그를 위해 웃돈을 받는다든지 등의 개입이 발생할 경우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게 조 교수 설명이다.

그는 "CP에게 돈을 내라고 하는 것은 접속에 따른 대가이지 ISP가 뭔가 행위를 해서 특별하게 서비스한 대가를 주라는 것은 아니다"며 "트래픽 교환 비율이 깨지면서 트래픽 도로를 넓히기 위해 받는 돈과 특정 트래픽을 빨리 보내면서 받는 돈은 다르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넷플릭스와 ISP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선 폐쇄적인 인터넷 연결 시장 특성을 반영한 정부의 노력이 선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 모니터링 시스템을 마련한다든지, 만약 정부 권한이 없다면 최소한의 정보를 얻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관련 시장 연구도 필요하다. 아는 만큼 생산적인 갈등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국내외에서 넷플릭스 관련 망 이용대가 갈등이 점차 확산하는 만큼 해외 규제 기관과의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조 교수는 "기술과 시장, 제도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 원샷에 갈등을 끝낼 수 없으니 단계적으로 가는 게 당연하다"며 "알려지지 않은 시장이기에 더듬더듬 갈 수밖에 없다. 공부가 깊어지면 관련 분야 이해도와 지경이 넓어져 합의점을 찾는 과정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