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해 제조에 애를 먹는다. 소비자가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쏘렌토나 투싼·전기차 등 계약을 하면 최대 1년쯤 기다려야 차량을 받는다. 2021년 연말에 계약을 하면 내년 신차가 나온 후에야 올해 차를 받는 식이다. 새차를 구입했지만 1년 지난 모델을 산 셈이다.
6일 현대차와 기아 영업 일선의 차량 공급 예정 일자 공문을 보면, 상당수 차량의 차량 인도에 걸리는 기간은 6개월쯤이고, 기아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 하이브리드(HEV) 모델은 1년 이상(13개월) 기다려야 한다. 현대차 준중형 SUV 투싼도 엔진과 트림에 따라 계약 후 10개월이상 걸린다.
기아 쏘렌토는 스마트크루즈 콘트롤(SCC)을 포함한 ‘드라이브와이즈’ 옵션 장착의 어려움이 크다. 스마트크루즈 콘트롤은 미리 설정한 속도를 유지하는 일반 크루즈와 달리 전방 차량의 속도와 진행 상황을 감지한 후 차량 속도를 제어하는 운전자 주행 보조 기능이다. 쏘렌토 구매자가 스마트크루즈 콘트롤을 옵션으로 넣을 경우 장착하지 않을 때보다 2~3개월은 더 기다려야 한다.
준대형 세단 K8과 현대차 프리미엄 자동차 브랜드인 제네시스 역시 쏘렌토처럼 스마트크루즈 콘트롤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차량이다. 제네시스는 스마트크루즈 콘트롤을 포함해 고속도로 주행 보조(HDA) 옵션의 공급 문제를 겪는다. 세단인 G70, G80과 SUV인 GV70, GV80 등 차량 모두 영향을 받고 있다.
기아 영업 일선 한 관계자는 "반도체 수급 문제로 제조에 어려움을 겪는 기능은 스마트크루즈 콘트롤과 드라이브 와이즈 기능 등이다"며 "수급 문제가 단시간에 해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현재 유동적으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출시된 E-GMP 플랫폼 사용 전기차인 아이오닉5와 EV6·GV60도 12월 신규 계약 시 2022년 하반기쯤 손에 받을 수 있다. 4월 나온 현대차 아이오닉5는 8.5개월 이상 납기가 지연됐지만, 3개 전기차 중 그나마 계약 후 차량을 받기까지의 기간이 짧은 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모델마다 사용하는 반도체가 조금씩 다르며, 특정 반도체 하나만 과하게 부족하거나 한 상황은 아니다"며 "원자재 문제도 차량용 반도체 생산에 영향을 주고 있기에 문제가 빠르게 해결되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모비스가 연구 중인 차량용 반도체의 적용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이제 연구 개발 단계에 들어간 상황이므로 빠른 시일 내 적용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민우 기자 minoo@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