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LG유플러스 요청에 응답해 5G 통신용 3.5기가헤르츠(㎓) 대역 주파수를 추가 할당한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에 우호적인 과기정통부에 불만을 표한다. 공정성이 훼손되고 특정 기업에 혜택을 준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추가 할당 후 거둬들이는 이익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명분은 국민의 5G 이용 편의를 높이겠다는 것이지만, 그동안 5G 사업 추진 과정에서 생긴 저품질 통신망 등 어려움을 극복하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왼쪽부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홍석준 국회의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들은 11월 임 장관 주관 회의에 참석했다. / 김평화 기자
왼쪽부터 황현식 LG유플러스 대표, 홍석준 국회의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 구현모 KT 대표, 유영상 SK텔레콤 대표. 이들은 11월 임 장관 주관 회의에 참석했다. / 김평화 기자
이통 업계는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의 3.5㎓ 대역 5G 주파수 추가 할당 결정을 두고 시끄럽다. 과기정통부가 LG유플러스의 주파수 재할당 요청에 사실상 응하는 모양새가 되면서 SK텔레콤과 KT의 불만이 쌓인 상황이다.

과기정통부는 3일 2021년 이용 기간이 끝나는 290메가헤르츠(㎒) 폭의 이동통신용 주파수를 재할당하기로 결정했다. 동시에 3.5㎓ 대역 5G 주파수에 20㎒ 폭을 추가하기로 했다. LG유플러스가 7월 추가 할당을 요청한 3.40G~3.42㎓ 대역이 추가할당 주파수 대역이다.

LG유플러스는 과기정통부에 이통사가 농어촌 지역 5G망 공동망을 구축할 때 기업 간 5G 품질 차이를 줄이려면 주파수가 추가로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2018년 5G 주파수 경매 당시 SK텔레콤은 3.6G~3.7㎓를, KT는 3.5G~3.6㎓를, LG유플러스는 3.42G~3.5㎓를 할당받았다. 전체 주파수 대역폭은 LG유플러스가 가장 적다.

SK텔레콤과 KT는 LG유플러스의 요구에 반발했다. 그간 주파수를 추가 할당한 선례가 없으며, 경매 등 기업간 경쟁없이 주파수를 추가로 공급받는 것은 공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양사는 7월 과기정통부에 LG유플러스 관련 주파수 추가 할당 검토를 반대하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통 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IT조선에 "주파수는 이통 3사가 경쟁하는 방식으로 할당하며, 주파수 할당 시에는 이에 걸맞는 할당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며 "특정 사업자에 주파수를 할당하는 것은 특혜다"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추가 할당하는 주파수 대역이 기간통신사업자 모두에 돌아갈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추가 할당되는 주파수 대역이 기존 LG유플러스 대역과 인접해 있는 만큼 SK텔레콤이나 KT보다 LG유플러스에 유리하다.

법무법인 주원이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사람들에서 이통 3사 대상 5G 소송인을 모집하며 안내한 이미지 /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갈무리
법무법인 주원이 공동소송 플랫폼인 화난사람들에서 이통 3사 대상 5G 소송인을 모집하며 안내한 이미지 / 화난사람들 홈페이지 갈무리
과기정통부는 주파수 추가 할당의 이유로 소비자 효용 관점을 고려했다고 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5G 사업 전반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4월 3일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하는 성과를 냈지만, 여전히 통신 품질과 관련한 논란으로 소비자 불만이 크다. 일부 소비자는 이통3사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벌이는 등 실력 행사에 나섰다. 법무법인 세림과 주원이 진행 중인 소송이다. 11월 주원에서 진행하는 손해배상 소송의 1차 변론이 열렸다. 12월 23일에는 법무법인 세림에서 진행하는 SK텔레콤 대상 집단 소송의 4차 변론이 열린다.

소송의 핵심 이유는 허위 과장 광고를 통한 소비자 기만을 따지기 위함이다. 손해배상 청구도 함께 진행한다. 소비자 측은 정부와 이통 3사가 5G 상용화 초기 LTE보다 20배 빠른 5G 서비스가 나온다고 했지만, 실상 속도는 LTE와 별 차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광고 속 20배 빠른 속도는 28㎓ 대역을 상용화할 때 경험할 수 있는 속도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이통 3사의 5G 광고가 허위·과장에 해당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고 제재를 위한 심의를 진행 중이다.

과기정통부 측은 3.5㎓ 주파수의 추가 할당 계획을 밝히며 "국민의 5G 서비스 품질이 개선되고 통신 시장의 경쟁 환경에 긍정적인 효과가 크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통 3사가 모두 100㎒ 대역폭의 주파수를 활용해 5G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이전보다 기업 간 경쟁을 통한 품질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28㎓ 5G 인프라 구축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이통 3사는 2018년 28㎓ 주파수 할당 당시 제출한 계획서에서 2021년까지 총 4만5215대의 28㎓ 기지국을 구축하기로 했지만, 10월 기준 204대에 불과하다. 의무 구축량의 0.45%에 불과한 상황이다.

이통 3사의 28㎓ 5G 인프라 확대가 지지부진한 배경은 기술적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어렵고 수익성이 없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직진성이 강한 28㎓ 대역은 실내 등에서 사용하기 어렵다. 그나마 28㎓ 5G를 백본으로 활용하는 지하철 와이파이 상용화에 나서기로 했지만, 기업 대상 상품화에 어려움이 크다.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은 11월 정부 행사에서 "앞으로 (28㎓ 5G 백본) 지하철 와이파이 실증 결과를 확대 구축하고, 농어촌 5G 공동 이용망을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며 "5G 서비스를 누구나 체감하도록 하고, 디지털 포용 강국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김평화 기자 peaceit@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