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물류 대란이 식품·유통업계의 목을 죈다. 이마트는 그간 선박으로 수입하던 일부 수입과일을 비행기로 실어 날랐다. 선박 배송 시일이 늦어져 식품 폐기율이 높아지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비싼 운임을 감내하며 비행기를 택했다.
대형 유통업체에 납품을 하는 식품업체 사정은 더 나쁘다. 겨우 잡은 거래선을 물류대란 탓에 놓칠 위험이 크다. 일부 업체는 거래유지를 위해 손해가 나더라도 급한 물량을 비행기에 실어 보내는 실정이다.
항공운송을 이용하면 국제 배송 기간을 큰 폭으로 줄일 수 있다. 칠레산 체리 기준으로 선박을 활용하면 배송에 40일쯤이 걸리지만, 비행기에 실으면 3~4일만에 국내 창고에 입고시킬 수 있다. 배송일이 10분의 1로 줄어드는 대신 운송비는 10배 비싸다.
이마트는 비싼 운임에도 수입과일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 연말 홈파티 수요 등을 겨냥한 전략 상품인 탓에 가격인상이 쉽지 않다.
이마트 관계자는 "물류대란에 따른 수입과일 폐기율은 30~40% 수준이다"며 "과숙 현상이 덜한 과일의 경우에는 가급적 컨테이너선을 이용하지만, 그렇지 않은 과일은 항공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식품업체 사정은 더 악화됐다. 대형 유통업체는 비용만 더 쓰면 되지만, 유통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식품업체는 납기를 못맞출 경우 손해가 극심하다. 잘못하면 계약 관계마저 끊길 가능성이 크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형 식품업체들은 사전에 컨테이너 공간을 확보할 여력이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선박 확보 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납품 기한을 못맞추면 패널티로 인해 거래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에 손해를 봐 가며 상품을 비행기에 싣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꾸준히 오른 컨테이너 운임도 업체들의 항공운송 선택을 고려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선박 운임이 오를대로 오른 탓에 항공편을 선택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줄었다. 유통업계에서는 과거 선박과 항공 이용시 가격차가 10배 수준이었지만 현재는 2배쯤에 불과하다고 평가한다.
식품업체들을 옥죄는 선박운임 상승과 물류 대란 상황은 한동안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미국 매체 월스트리트저널은 2022년 2월까지 물류난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형원 기자 otakukim@chosunb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