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을 질병으로 보고 규제하려는 윤석열 캠프

박소영 기자
입력 2021.12.09 06:00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보면 40대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60대 이상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지지가 뚜렷하다. 반면 2030세대 표심은 갈피를 잡지 못한다. 2030세대는 문재인 정부 출범에 큰 기여를 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최근에는 뚜렷한 정치색이 드리우지 않는 모양새다. MZ세대가 차기 대선의 향배를 결정하는 키를 쥐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자 양당 대선 주자들이 청년 민심 잡기에 분주한 배경이다.

실제 양당 대표 주자들은 청년 민심을 잡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연일 후드티를 입고 젊은 유권자들을 만나러 다닌다.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청년을 꼽고 이들을 위한 정책을 풀어낸다. 하지만 두 후보가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는 지점이 보인다. 게임 정책이다.

이재명 후보는 게임 산업에 우호적이다. 지난달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e스포츠 발전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 창립총회에 참석해 게임산업을 육성을 지지했다. 그는 국군체육부대(상무) e스포츠단 창단도 제안했다.

윤석열 캠프는 정반대 행보를 보인다. 대표적인 게임 규제론자인 손인춘 전 새누리당 의원을 여성 특보로 선거캠프에 합류시켰다. 그는 지난 2013년 일명 ‘손인춘법(인터넷게임중독 예방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한 인물이다. 손인춘법은 인터넷 게임중독 치유센터를 설립하고 게임사 연간 매출액 1% 정도를 치유 부담금으로 부과하거나 징수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뿐만 아니라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윤석열 캠프에 합류해 아동폭력예방특보를 맡았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으로서 ‘4대 중독법’을 대표 발의한 인물로 인터넷 게임을 4가지 중독 중 하나로 포함시켰다. 신 교수를 포함한 정신의학계와 시민단체는 여전히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을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업계가 손인춘 전 의원뿐 아니라 신의진 교수 영입을 반기지 않는 이유이자 질타하는 배경이다.

게임중독 논란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을 중독의 하나로 보고 질병으로 분류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점화된 게임 업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다. WHO는 2019년 5월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등록하고 내년 1월 분류기준을 정립해 국제질병분류(ICD) 개정안을 적용할 예정이다. WHO에 게임 중독이 적용되면 국내에도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이유로 업계는 WHO의 개정안 확정 시기와 맞물려 게임중독 관련 이슈가 국내 게임 업계에 또다시 수면 위로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고 긴장하고 있던 터다.

이런 가운데 게임에 중독된 행위를 질병으로 분류해 치료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 교수와 게임산업에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손 전 의원의 합류는 젊은 세대는 물론 다양한 세대의 게이머로부터 환영받지 못할 인사인 셈이다.

게임 산업의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매년 조사하는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시장 규모는 지난 2018년부터 매년 1조원 이상의 꾸준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17조원, 올해는 1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산업이 게임과 결합한 시너지 효과로 업계는 게임시장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듯 확장의 기로에 놓인 와중에 다시 질병코드나 게임중독 이슈가 제기되면 게임 업계는 당장 눈앞에 놓인 부정적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성장을 멈출 수밖에 없다. 윤석열 캠프의 인사 영입이 이해하기 어려운 행보로 보이는 까닭이다. 게임인의 민심을 사로잡으려면 산업 이해도가 높은 인사 데려오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박소영 기자 sozer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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